철문에 막혀 끊겼던 '덕수궁 돌담길' 100m가 60년 만에 이어져 시민의 품에 개방된다.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60여 년간 철문으로 막혀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영국대사관 후문~대사관 직원 숙소 앞)이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길을 30일(수)부터 보행길로 정식 개방한다고 밝혔다.

▲ (자료출처:서울시) 철문으로 막혔던 돌담길
▲ (자료출처:서울시) 철문 철거하고 개방된 돌담길

길은 폭이 좁은 소로로, 과거 고종과 순종이 제례(길례와 흉례)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하던 길이었다. 과거 덕수궁에서 선원전(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가기 위한 주요 길목이기도 했다.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철대문이 설치되고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되면서 단절의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이 단절된 공간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서울시가 '14년 영국대사관의 문을 두드린 이후 지난 2년간의 끈기 있는 설득과 협의, 상호 간 협력 끝에 일궈낸 결실을 맺는 것이다.

정식 개방에 앞서 서울시는 영국대사관, 문화재청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보행길 조성 공사를 진행했다. 단절됐던 긴 시간 동안 관리되지 않았던 보행로를 정비하고 덕수궁과 영국대사관의 담장도 보수했다. 또, 야간에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가로등도 새롭게 설치했다.

또, 문화재청에서는 덕수궁에서 이 길로 바로 연결되는 덕수궁 후문 1개소를 신설했으며, 영국대사관 역시 후문을 이곳으로 이설하고 경계담장을 새로 설치 완료했다. 

▲ (자료출처:서울시) 공사 전(대사관 경내)
▲ (자료출처:서울시) 공사 후(대사관 입구)

이번에 개방하는 돌담길은 대한문에서 정동으로 통하는 서소문 돌담길과는 달리, 담장이 낮고 곡선이 많다. 담장 기와지붕은 보는 사람의 시선 아래 펼쳐져 있어 도심 속에서 고궁의 정온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덕수궁 담장과 마주보고 있는 붉은 적조담장과 담장 너머로 보이는 영국식 붉은 벽돌건물은 전통과 이국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연출되고, 야간에는 덕수궁 담장이 은은하게 밝혀져 고궁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20분 영국대사관 신규후문 앞에서 박원순 시장과 찰스 헤이(Charles Hay)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해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개방행사를 개최한다. 참석자들은 개방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 이후 새단장한 돌담길을 함께 걸을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영 양국 전통공연(판소리, 백파이프)이 열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영국근위병, 조선수문장과의 포토타임, 조선수문장 복장체험, 덕수궁 돌담길 사진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다.

▲ (자료출처:서울시) 과거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
▲ (자료출처:서울시) 개방 후 돌담길

한편, 이번에 개방하는 구간은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 총 170m 가운데 서울시 소유 100m 구간으로, 나머지 70m 구간(영국대사관 정문~대사관직원 숙소 앞)은 영국대사관 소유로 1883년 4월 영국이 매입했다. 서울시는 이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도 영국대사관과 지속 협의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재청에서 복원 추진 중인 ‘고종의 길’(덕수궁길~정동공원)이 연내 개방되면 덕수궁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정동공원과 정동길까지 한 번에 보행길로 이어져 정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원순 시장은 “60여 년 간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단절의 공간으로 남아있었던 덕수궁 돌담길을 서울시와 영국대사관의 협의와 협력 끝에 드디어 시민 품으로 돌려주게 돼 의미가 크다”며 “정동 일대의 역사를 품은 탐방로이자 걷는 도시 서울의 비전을 집약한 사람 중심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덕수궁 돌담길이 온전히 연결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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