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세 번째 -

바다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했던 근원이며, 생명체에 필수적인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날씨를 조절하며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8%를 차지하는데, 이는 육지 면적의 2.43배이며 부피는 13억 7천만 km3에 이른다. 그리고, 바다는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미개척지로 인류가 탐사한 심해는 2% 정도에 불과하다. 탐사하지 못한 나머지 심해에는 어떤 생물이 살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잠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니까 물가에 가지 말라든가 배를 타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 해양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있다. 세계는 해양을 미래자원의 보고(寶庫)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마찬가지로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법칙이 오늘날에도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정보신문 ‘바끄로’는 우리가 꼭 개척해야 할 바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바다 전문가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 바다를 지키며 우리 바다의 치안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의 고명석 원장이 들려주는 미래자원의 보고(寶庫) 바다와 얽힌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통해 바다와 좀더 친숙해 보자.

▲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임진왜란 때 상어 아직 살고있다? '500년 장수 그린란드 상어'

깊은 바닷속에는 육지보다 훨씬 많은 생물종이 존재한다. 그 속에 살아가는 생물에 대해 아직 인간은 다 알지 못한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생명체들은 신비를 간직한 채 오늘도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상어는 비교적 알려져 있는 고대 생명체이다. 

상어를 이야기하면 영화 ‘죠스’가 만들어낸 공포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덩치에 날카로운 이빨로 무차별 공격하는 백상아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피터 벤츨리의 동명의 소설을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전 세계에서 1년에 상어의 공격으로 죽은 사람은 10명 정도로 매우 적다. 

▲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JAWS, 1975)] 포스터

반면에 귀엽고 친근한 상어의 이미지도 있다. “아기 상어, 뚜루루~~~”로 시작하는 한국 동요 ‘상어 가족(Baby Shark)’이 최근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32위에 랭크된 바 있으며, 유튜브 조회수도 약 22억 뷰를 기록하였다. 미국 구전 동요를 우리나라 유아교육 회사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창작하여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나 만화에서 희화화된 이미지 외에 상어의 생물학적 특성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상어는 4억 5천만년 내지 4억 2천만년 전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period) 부터 지구에 존재했었다는 증거가 있다. 척추생물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한 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자료출처:네이버TV캡처) 아기상어가족

상어는 가오리류와 함께 물렁뼈로 된 연골어류에 속하며 종류가 370종이나 된다.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부력을 조절하는 부레가 없어 헤엄치지 않으면 가라앉는다. 일부 종은 아가미를 스스로 움직일 수 가 없어서 계속 헤엄쳐 아가미를 통과하는 바닷물에서 산소를 얻는다. 그래서 그물에 걸리면 산소를 얻지 못하여 익사한다. 평생을 헤엄쳐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크기도 다양하다. 손바닥 만한 것이 있는가 하면(난쟁이 랜턴 상어, Dwarf lantern shark, 15cm), 컨테이너 3개 길이의 상어도 있다(고래상어, Whale shark,  20m). 또한 열대바다에서부터 북극권의 바다에 까지 거의 모든 바다에 서식한다. 황소상어 같은 종은 민물에서도 산다. 

상어의 이빨은 마치 여러 줄의 톱니바퀴 같아서 앞줄이 닳거나 부러져 없어지면 뒷줄이 앞으로 나오면서 계속 교체된다. 피부는 마치 갑옷 겉표면의 조각처럼 생긴 방패비늘이 감싸고 있어 꺼칠꺼칠하다. 상어 피부를 벗겨 사포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비늘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되어있어 올림픽 수영선수들의 수영복 기술에 적용되기도 한다.

습성도 특이하다. 변온성 동물임에도 대형 상어 중에는 뜨거운 피를 순환시켜 주위보다 체내 온도를 높게 유지하여 활동성을 높이는 종도 있다. 물속에 알을 낳고 체외수정을 하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교미 후 암컷의 체내에서 알이 부화된다. 새끼도 알 형태로 낳기도 하고 성장한 새끼 형태로 낳기도 하며 그 중간형태도 있다. 즉, 난생, 태생, 난태생이 모두 가능하다. 

▲ (자료출처:환경운동연합)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

알려진 바와 같이 상어 지느러미는 샥스핀(Shark's Fin) 요리에 쓰인다. 이를 위해 상어를 잡는 방법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잔인하다. 배위로 올려진 상어는 산 채로 지느러미만 잘려진 채 바다에 버려진다.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다루기가 어렵고 근육질 몸통은 상품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버려진 상어는 헤엄을 치지 못해 깊은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고통스럽게 질식하여 죽는다. 

한편, 상어가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최장수 기록을 가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은 많다. 무척추 동물로는 ‘밍(Ming)’이라고 하는 조개가 500년 이상 산다고 한다. 척추동물 중에는 코끼리 거북이 190년 산 기록이 있고 북극 고래는 210년 된 개체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게 최장수 척추동물을 꼽으라면 잠꾸러기 상어과에 속하는 ‘그린란드 상어(Greenland Shark)’를 들 수 있다. 이 상어는 500년 이상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란드 상어는 매우 느리게 성장하는데 1년에 1cm 정도 자란다고 한다. 워낙 자라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150살이 되어야 짝짓기와 번식이 가능하다. 150살 이하는 아직 미성년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 상어가 아주 차가운 바다에 살다보니 신진대사가 느려 더디게 자라고 그만큼 수명이 길어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 (자료출처:JUNIEL85 인스타그램) 그린란드상어

그린란드 상어는 둔한 몸집과 뭉툭한 코와 커다란 입을 가졌으며 길이 7m에 몸무게 1톤까지 자란다. 대부분의 상어가 따스한 바다에서 살지만 이들은 추운 바다인 북대서양과 북극해의 심해에 서식한다. 눈에는 그린란드 상어에만 붙어사는 기생충인 요각류(橈脚類)가 안구표면을 갉아먹어 앞을 보지 못한다. 그렇지만 빛이 없는 심해에 서식하는 그린란드 상어는 시각의 필요성이 거의 없고 후각이 뛰어나 먹이활동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들은 커다란 몸으로 북극의 추운 바다 밑을 시속 1.22km로 천천히 헤엄치는데 이때 꼬리지느러미가 좌우로 움직이는 데만도 7초가 걸린다. 그러나 먹잇감을 잡을 때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어류, 물개, 바다표범 등 바다생물은 물론 순록, 사슴, 심지어 북극곰까지 이 상어의 뱃속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 (자료출처:JUNIEL85 인스타그램) 그린란드상어

2017년 노르웨이 근해에서 발견된 그린란드 상어는 눈의 수정체를 이용한 방사성 연대 측정방법을 적용한 결과, 1502년 태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발생하던 즈음에 태어난 것이다. 실로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장수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런 소망일 테지만, 현대인의 복잡한 생활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성인병은 수명을 단축한다.  

“차가운 물에서 느리게 헤엄치는 생태, 드문 먹잇감으로 인한 자연스런 소식(小食) 습관, 느긋하고 조용한 생활 방식!” 이것이 우리 인간이 그린란드 상어에게서 배울 수 있는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느긋한 여유를 찾으며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덜 먹으며 좀 더 느긋하게 남에게 양보하는 방식으로 삶을 점차 바꿔 간다면 그린란드 상어만큼 500년은 못되어도 100년까지는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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