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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오피니언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의 ‘알·신·잼·sea' (7)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일곱 번째
고명석 해양경찰 교육원장  |  baccronews@bacc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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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4  1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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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했던 근원이며, 생명체에 필수적인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날씨를 조절하며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8%를 차지하는데, 이는 육지 면적의 2.43배이며 부피는 13억 7천만 km3에 이른다. 그리고, 바다는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미개척지로 인류가 탐사한 심해는 2% 정도에 불과하다. 탐사하지 못한 나머지 심해에는 어떤 생물이 살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잠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니까 물가에 가지 말라든가 배를 타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 해양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있다. 세계는 해양을 미래자원의 보고(寶庫)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마찬가지로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법칙이 오늘날에도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정보신문 ‘바끄로’는 우리가 꼭 개척해야 할 바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바다 전문가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 바다를 지키며 우리 바다의 치안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의 고명석 원장이 들려주는 미래자원의 보고(寶庫) 바다와 얽힌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통해 바다와 좀더 친숙해 보자.  -편집자 주-

   
▲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그들의 고향 바다로 돌아간 해양포유류'

필자가 2010년 캐나다 벤쿠버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배를 타고 캐나다 서쪽 태평양 연안을 일주일간 항해할 기회가 있었다. 가을이면 수십 만 마리 연어 떼가 바다로부터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한적한 항구에는 여러 마리 항구 물범(harbor seals)이 밀려온 통나무 위에 나란히 앉아 잠을 청하거나 하품을 하기도 하였다. 가끔은 수정처럼 시퍼런 바다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나타나 높은 포말을 내뿜으며 검은 등짝을 살짝 보여주고 사라지는 혹등고래(hump back whale)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켈프 줄기를 몸에 감고 한가로이 장난을 치는 해달(sea otter) 무리도 쉽게 볼 수 있었다. 

   
▲ (자료출처:국립생물자원관) 혹등고래


자연에서 봤던 해양포유류의 모습은 신비하고 경이로웠다. 미끄러지듯 물살을 가르며 날쌔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우리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이라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들은 왜 육지 생활을 포기하고 바다로 갔을까? 그들은 육상과 전혀 다른 거친 바다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살았을까? 얼어붙은 극지에서 뜨거운 적도 바다까지, 오대양을 누비며 살아가는 해양포유류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보자.  

   
▲ (자료출처:storiessowild.com) 실러캔스(coelacanth)

생명은 바다에서 기원하였다. 약 6억 3500만 년 전에 가장 단순한 형태의 동물이 출현했다. 생명체는 한동안 그들이 탄생한 바다에서만 풍요를 누렸다. 그런데 약 3억 5천 만 년 전 바다에 살던 척추동물 일부가 땅으로 기어 올라와 네 다리로 걷기 시작했다. 경골어류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육지의 거친 환경에 적응해야했다(1938년 12월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화석 어류 실러캔스도 다리로 진화중인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아가미 대신 허파로 숨 쉬는 법을 배워야 했고 물이 제공하는 부력대신 튼튼한 다리를 발달시켜야 했다. 이와 함께 뜨거운 자외선과 추위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 역시 진화시켜야했다. 

   
▲ 영화 워터월드 포스터

육지로 올라온 후에도 수 백 만년에 걸친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어류로 시작한 우리의 조상은 양서류・파충류・조류를 거쳐 포유류로 진화했다, 약 2억 년 전에 탄생한 포유류는 파충류인 공룡의 위세에 눌려 숨어 살았다. 그러다가 약 6,500만 년 전 행성이 지구를 충돌한 백악기 대멸종 때 공룡은 사라졌고 그 이후부터 번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약 5천 만 년 전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 육지의 환경에 맞추어 힘들게 적응한 일부 포유동물이 이번에는 그들의 고향인 바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영화 《워터월드》에 나오는 주인공 마리너(지구 전체가 물속에 잠기면서 아가미를 가진 인간으로 진화한 주인공)처럼 아가미를 가질 진화적 시간이 없었다. 육지에서 살던 모습대로 허파를 지닌 채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자료출처:UNESCO) 와디 알 히탄 사막에서 발견된 고대 고래의 화석

사실 신체적·생태적 조건으로 볼 때 포유동물은 물속 생활에 맞지 않다. 그들은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허파호흡을 하고 체온유지를 위해 털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알이 아닌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르며 몸의 형태도 육지 보행에 맞게 네 다리가 발달되었다. 이 모든 조건이 물속에 살기에는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바다로 돌아간 포유류는 육상 포유류가 가진 특성을 지닌 채 살아갔다. 그럼에도 해양포유류는 거친 바다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번성하였다. 피하지방을 축적하여 추위를 막았고 다리를 지느러미 모양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먹이를 잡고 천적을 피하기 위해 잠수능력을 극대화시켰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표면적을 넓혔고 커진 몸집으로 숨을 쉬기 위해 코의 위치를 등짝으로 보냈다. 

이렇게 진화한 해양포유류는 오늘날 네 종류가 있다. 고래와 돌고래를 포함하는 고래목, 물범, 물개, 바다사자, 바다코끼리가 속하는 기각목, 해달, 북극곰이 속하는 식육목, 매너티, 듀공이 속하는 해우목이 그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바다에 적응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몸 구조로 진화했고 엄청난 능력을 발달시켜 왔다. 

고래의 몸은 바닷물의 저항을 줄이는 유선형으로 어류와 거의 흡사하다. 뒷다리는 수평 형태의 꼬리가 되었고 앞다리는 앞 지느러미가 되었으며 등에도 지느러미를 만들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종이 비슷한 생활양식 때문에 유사한 몸 구조를 발달시키는 것을 생물학에서는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라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어류는 지느러미가 수직 형태인 반면, 고래나 듀공은 수평 형태이다. 생존을 위해서 어류는 앞으로 나가야 숨을 쉴 수 있지만 포유류는 수면 위로 올라가야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 (자료출처:나무모에 미러) 코끼리 물범(elephant seals)

진화 과정에서 잠수 능력을 극대화시킨 경우도 있다. 남극에 사는 귀여운 웨델 물범(weddell seals)은 600m까지 잠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코끼리물범(elephant seals)은 3톤이 넘는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심해 잠수의 달인이다. 2011년 과학지 《네이처》는 이들이 1,760m까지 잠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수면에서 분당 120회 심장이 뛰지만 잠수할 때는 30~35회로 줄어든다. 

사람과 달리 이들은 혈액중의 산소 저장소인 헤모글로빈 농도가 매우 높다. 심해로 잠수하면 기압이 높아지면서 허파를 비롯한 공기 통로가 짜부라들어서 공기가 완전히 없어진다. 허파 호흡을 한동안 멈추는 것이다. 산소 대부분을 허파가 아닌 근육의 미오글로빈과 혈액의 헤모글로빈에 저장하는 능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이들은 인간 잠수부가 겪는 잠수병(압력 차이로 인한 혈액 속 질소 거품으로 발생하는 통증)이나 질소 중독(잠수 시 질소로 인한 황홀증)을 겪지 않는다. 또한 잠수 중 심해의 압력으로 인해 수면으로 올라올 때는 마치 건대추 같은 쭈글쭈글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새끼를 낳거나 털갈이를 위한 두세 달을 제외하고 일 년 내내 찬 물속에서 살아간다. 한 번에 20분 이상 물속에 머물렀다가 2~3분 숨을 쉬고는 물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주로 수면에 머무는 천적인 백상아리나 범고래보다도 깊은 심해에서 생활한다. 어류와 포유류의 본래 생활이 뒤바뀐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잠수하면서 잠을 잘 수 있는데 이때 뇌의 반쪽은 잠을 자고 반쪽은 경계를 하며 눈도 한 쪽 눈만 뜬다고 한다. 실로 놀라운 진화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 자료출처:안녕 보노보노 애니메이션 캡쳐

만화 《보노보노》의 주인공 해달(sea otter)은 해양 포유류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다. 알래스카 추운 바다에 살며 조개류와 성게를 먹는데, 배 위에 올려놓고 돌로 내리쳐 깨서 내용물을 먹는 습성이 있다. 이들은 몸 크기가 작아 부피에 비해 찬물에 닿는 표면적이 넓다. 이로 인해 체온유지에 불리함에도 특이하게 피하 지방이 매우 적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온 수단으로 해달은 무려 6.5 평방 센티미터(1평방 인치)당 100만 올에 달하는 촘촘한 털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모발이 평균 10만 올 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밀도이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피를 가졌다는 이유로 한때 심한 수난을 겪기도 했다. 

   
▲ (자료출처:위키피디아) 손을 잡고 자고있는 해달(sea otter)

그럼에도 모피만으로는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워 엄청난 칼로리를 태워야 하는데, 매일 자기 체중의 25~38%를 먹는다고 한다. 이들은 켈프 숲에 사는데 자다가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켈프 줄기를 몸에 감고 누워서 잠을 잔다. 잡을 만한 켈프가 없으면 여럿이 손을 잡고 자는데 그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지난 칼럼(6편)에서 언급됬던 내용 중, 베링 탐험대가 발견했던 스텔러바다소 (Steller's sea cow)는 듀공(dugong)과 메너티(manatee)의 사촌쯤 되는 해우목에 속한다. 이들은 해양 포유류로서는 유일하게 다시마 등의 갈조류를 먹는 초식 동물이다. 몸길이는 최대 8.5m가 넘고 체중은 5~12톤이 나갔다. 하마나 코끼리보다 컸다. 몸을 둘러싼 검고 튼튼한 피부는 두께가 2.5cm에 달해 마치 나무의 가죽 같았다. 

   
▲ (자료출처:www.theguardian.com) 1742년 스텔라 바다소(Steller's sea cow)를 조사하고 있는 베링 탐사팀

이들은 동작이 둔하고 인간에 대한 경계심도 없었다. 적절한 방어 방법도 없었으며 북태평양 베링해의 추운 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무리의 유대가 깊어서 새끼들은 무리의 중앙에서 키웠다. 또 이들은 동료가 공격을 당하면 마치 그것을 도우려는 듯이 몰려드는 습성이 있다. 특히 암컷이 부상을 당하면 수컷 여러 마리가 몰려 와 꽂힌 작살이나 감긴 로프를 떼려고 했다. 이러한 습성은 사냥꾼에게 악용되기도 했다. 

베링탐사대는 바다소 한 마리로부터 많은 고기와 지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기는 마블링이 잘된 어린 소고기와 비슷한 맛이었다고 한다. 조난 중의 탐사대에게 고기는 훌륭한 식량이 되었고 지방은 식용 기름으로 램프의 원료로 활용했다. 결국 탐사대가 섬을 탈출하는데 절대적인 도움이 되었다. 

   
▲ (자료출처:www.theguardian.com) 지구 환경변화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북극곰 사체

하지만, 탐험대가 생환한 후 바다소의 소문이 곧바로 퍼졌고 그 고기나 지방, 모피를 노린 사냥꾼들에 의해 남획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스텔라바다소는 발견된 지 불과 27년 만인 1768년경에 멸종되고 마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요즘은 TV를 켜면 북극곰을 살리자는 캠페인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를 맞은 동물이 북극곰만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해양포유류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스텔러바다소와 같은 운명에 직면해 있다.

인간이 자원을 과잉 소비하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바꿔 나가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해양포유류와 공생의 시간도 조만간 끝날 것이다.

자신의 성찰이 아니면 그 무엇도 끝없는 탐욕을 막을 수 없기에 호모 사피엔스 종은 ’다른 동물 종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것이다.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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