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으로 가는 길목을 지켜온 백운산장이 문을 닫는다. 무려 95년만의 일이다. 

산악인의 쉼터,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우리나라 산악문화의 발상지로 불리던 북한산 백운산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난 1일 영업을 끝으로 95년 동안 닫히지 않았던 문에 빗장을 채운 것. 

백운산장의 역사는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작은 오두막으로 시작한 백운산장은 3대에 걸쳐 운영된 한국 1호 산장이자 국립공원 마지막 민간 산장으로, 95년 동안 산악인들의 쉼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산악인들의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백운산장'

1933년 석조 산장을 신축했고, 1942년 우물을 팠다. 1960년 단층 석조 건물로 확장 재건축 됐다. 백운산장의 현판은 전설적인 마라토너 손기정 옹의 친필이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곳이다.

등산객들에게 항상 열려있던 이곳은 요깃거리나 음료·간식을 파는 쉼터로, 또 새벽 등반 전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돼주기도 했다. 험준한 바위산에서 산악사고가 나면 인근 부상자를 가장 먼저 맞는 구조본부의 터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백운산장의 시한부 운명은 1992년 화재로 시작됐다. 지붕이 화재로 불타면서 1998년 기부채납(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받았다. 결국 1998년 2층을 통나무로 증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만, 기부채납 조건에 따라 국유지를 20년 사용한 뒤 2017년이 되면 국가에 산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 백운산장

기부채납 시한이 도래한 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7년 7월 백운산장 소유주 이영구 씨를 상대로 약속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올해 5월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논의 끝에 퇴거 시점은 12월 초로 합의됐다.

산장의 3대째 주인 이영구 씨가 작년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아 산장을 지켜온 산장지기 김금자(79) 씨는 “남편과 함께 58년 동안 산장을 지켰으니 섭섭하기는 하다”며 “하지만 그동안 산장을 이용해준 등산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써 붙여놨다”고 전했다.

섭섭한 것은 산장지기 뿐만 아니었다. 100년 가까이 이어온 산악문화의 산증인이 쓸쓸히 퇴장하는 것에 많은 등산객들도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백운산장

북한산을 자주 찾는 한 등산객은 “그동안 인수봉 등반하면서 백운산장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도 먹을 수 있어 좋았는데, 이제 백운산장이 없어지면 마땅한 쉼터가 없어지는 셈이니 많이 아쉽다”며 아쉬워했다. 

많은 등산객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백운산장은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기 위해 한창이다.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지난 2일부터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산장의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진단 결과가 나와 리모델링과 구조 보강이 필요한 상태”라며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모델링될 백운산장은 1층은 산악사진 전시나 안내·휴게 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특수산악구조대가 근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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