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스물 네 번째 -

바다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했던 근원이며, 생명체에 필수적인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날씨를 조절하며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8%를 차지하는데, 이는 육지 면적의 2.43배이며 부피는 13억 7천만 km3에 이른다. 그리고, 바다는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미개척지로 인류가 탐사한 심해는 2% 정도에 불과하다. 탐사하지 못한 나머지 심해에는 어떤 생물이 살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잠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니까 물가에 가지 말라든가 배를 타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 해양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있다. 세계는 해양을 미래자원의 보고(寶庫)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마찬가지로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법칙이 오늘날에도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정보신문 ‘바끄로’는 우리가 꼭 개척해야 할 바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바다 전문가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 바다를 지키며 우리 바다의 치안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의 고명석 원장이 들려주는 미래자원의 보고(寶庫) 바다와 얽힌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통해 바다와 좀더 친숙해 보자.  -편집자 주-

▲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날고, 걷고, 나무에 오르고」 상식을 뛰어넘는 엽기적인 물고기들
 

우리가 가진 상식 수준의 물고기는 이렇다. 비늘을 가지고 있다. 지느러미를 지니고 있다. 유선형 형태이다. 아가미로 호흡한다. 부레를 가지고 있다.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즉, 물고기라는 척추동물을 인식하는 기준은 비늘, 지느러미, 유선형, 아가미, 변온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바다속에는 정해진 틀을 뛰어넘는 물고기가 많이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은 어떤가? 헤엄쳐야 할 물고기가 날거나 걷는다. 아가미로 숨을 쉬어야 할 물고기가 공기로 호흡을 한다. 앞으로 헤엄치기 위한 꼬리 지느러미가 없다. 주위 기온과 관계없이 일정 체온을 유지한다. 번식을 위해 암수 성별을 임의로 바꾼다. 

▲ (자료출처:Google) 물고기행성(fish planet)

물고기는 생물학적으로 경골 어류, 연골 어류, 무악류로 나뉜다. 전체 482과, 32,100종에 이른다. 이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이처럼 지구상 척추동물의 60%를 물고기가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구를 '물고기 행성(fish planet)'이라 불러 마땅해 보인다. 

이렇듯 많은 물고기 중에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생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바다는 우리가 속단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품고 있고 일부 물고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희한하고 엽기적인 생태를 가진 몇 몇 물고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상식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호흡을 하는 경우다. 보통 물고기는 아가미로 호흡한다. 아가미에 물을 통과시켜 물에 녹아있는 산소를 얻는다. 물고기 중에는 이러한 호흡체계를 따르지 않는 이단아가 있다. 남미 아마존강에는 5m까지 자라는 최대의 담수어 피라루쿠(Pirarucu)가 있다. 꼬리 끝까지 붉은 색으로 빛나는 이 고대어는 고래가 숨을 쉬듯 자주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입으로 공기를 마신 뒤 목 뒤의 부레에 저장하여 사용한다.

▲ (자료출처:Google) 폐어(lungfish)

화석어로 불리우는 폐어(lungfish)도 허파 호흡을 한다. 평소 아프리카 호수에서 생활하던 폐어는 건기가 되면 바싹 마른 호수 밑바닥 땅을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스스로 뱉어낸 점액질로 마치 고치처럼 집을 지어 수분을 유지시킨다. 그곳으로부터 땅까지 가느다란 숨구멍을 내고 우기까지 1년 이상을 버틴다.  

물고기는 헤엄친다는 상식을 깨는 경우도 있다. 날치는 포식자에 쫓기면 수 미터 이상 공중으로 비행할 수 있다. 수면을 전속력으로 헤엄치다가 상체를 일으켜 꼬리로 수면을 타듯이 뛰어 오른다. 그리고 발달된 가슴지느러를 활짝 펴고 글라이더처럼 활강한다. 이런 식으로 수 백 미터를 날아가기도 한다. 

짱뚱어라 불리우는 말뚝망둑어는 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을 걷거나 펄쩍 펄쩍 뛰기도 하는데 피부로 호흡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육지생활을 더 좋아한다. 심지어 나무를 오르는 물고기도 있다. 열대 지방 습지에 사는 등목어(climbing perch)는 아가미뚜껑과 지느러미를 이용해 나무를 기어올라 벌레를 잡아먹는다. 

물고기는 변온 동물이라는 상식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변온 동물에 있어 체온 조절은 생존에 중요한 문제이다. 체온이 너무 떨어지면 움직임이 둔해져 먹이활동을 할 수 없다. 백상아리나 참다랑어처럼 유영 속도가 빠른 일 부 물고기는 체온을 주변 온도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이들은 혈관이나 근육 배치가 특수한데 이를 이용해 꼬리 왕복 운동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붙잡아 혈액에 재공급한다. 이로서 수온보다 높게 체온을 유지하고 빠른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 

시력에 의존하여 사냥하는 새치류도 체온을 조절한다. 이들은 깊고 어두운 곳에서 먹이를 포착하고 추적해야 하므로 시력 자체가 생존과 직결된다. 그리하여 근육 활동에서 얻은 따뜻한 혈액을 눈 주위로 집중시켜 강력한 시력을 유지한다.  

물고기 중에는 수술 칼이 없이도 단기간에 성형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광어와 도다리를 구분할 때 좌광우도((左광右도)라고 한다. 두 눈이 한쪽으로 몰려있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회자되는 말이다. 이들은 치어일 때 다른 물고기처럼 양쪽 면에 각각 눈이 있다. 성어기가 되면서 어느 한쪽 눈이 반대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강도다리 종류는 눈이 완전히 이동하는데 5일 밖에 걸리지 않고 심지어 하루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술 없이도 자연의 힘으로 무료 성형시술을 단시간에 완성하는 것이다.

▲ (자료출처:MT 해양) 물고기행성(fish planet)

또 이들은 한쪽 얼굴에 몰린 두 눈을 카멜레온처럼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주변의 정보를 모은다. 한 눈이 먼 곳의 포식자를 감시하는 순간에도 다른 눈으로 가까이 있는 먹이를 쫓는 것이다. 마치 손에 책을 들고 TV를 보는 격인데, 인간도 동시에 볼 수는 있지만 입력되는 정보를 뇌가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뇌에 들어오는 별개의 정보를 처리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다에는 임의로 성전환을 하는 물고기도 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들 중 대부분은 산초호 숲에 사는 물고기라고 한다. 흰동가리는 번식을 하는 힘센 암컷 세력권 아래 여러 수컷이 생활한다. 그러다 암컷이 죽으면 큰 수컷이 암컷으로 변해 집단을 이끈다.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는 흰동가리‘니모’의 혼자 사는 아빠인‘말린’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라면 아내를 잃은 후 말린은 곧 니모의 아빠에서 엄마로 변신해 니모를 헛갈리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자료출처:flickr.com) 영화 “니모를 찾아서” 포스터

이와는 반대의 성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카리브해에 서식하는 산호초 놀래미는 난소가 정소로 완전히 다시 형성되는 유일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대부분 암컷이다. 무리에 이끌던 수컷이 사라지면 무리에서 가장 몸집이 큰 암컷이 수컷으로 바뀐다. 암컷은 단 몇 분만에 수컷 행동을 보이고 10일이 지나면 난소가 정소로 바뀐다. 

이처럼 성전환을 하는 물고기는 한 몸에 암컷과 수컷의 성선이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 필요 시 한 쪽이 크게 성장하는 매카니즘이다. 유전자 스위치를 전등처럼 자유롭게 켰다 껐다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성전환을 하는 물고기는 무려 500종에 이른다고 한다. 

특이한 번식법으로 애어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물고기도 있다. 남미 아마존강에 스프레잉 카라신(spraying Characin)이라는 붕어처럼 생긴 작은 물고기가 있다. 이들은 물 속에 알을 낳지 않고 공중에 매달린 나뭇잎에 산란을 한다. 암수 한 쌍은 수면 아래 수직으로 있다가 동시에 점프를 한다. 몸이 나뭇잎에 닿는 순간 그 위를 구르며 알과 정자를 뿌리고 물로 떨어진다. 몇 번을 이런 식으로 하며 알을 잎 표면에 붙인다. 말 그대로 높이뛰기를 하면서 알을 낳는 것이다. 이후 수컷은 알이 말라붙지 않도록 2~3일 동안 1분마다 꼬리를 쳐서 알에 물을 뿌려준다니 부모의 희생은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 (자료출처:Google) Yellow-head jawfish(구강포란)

이처럼 온 몸을 던져 산란과 부화를 하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극도의 인내와 자제력으로 새끼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물 속은 곳곳에 포식자가 돌아다니는 위험한 공간이다. 어미 물고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려 고민하는데 그 중에서도 생물학 용어로‘구강포란(口腔抱卵)’이라는 방법이 있다. 이 방면의 일인자는 시클리드(Cichlid)라는 작은 물고기이다. 

이들은 새끼들을 입 안에 넣고 돌아다니며 양육하는 방법을 쓴다. 물 속에 새끼들을 풀어놓고 있다가 위험이 닥치면 아비의 위험신호에 따라 일제히 모이고 입 안으로 삼킨다. 아비는 새끼가 입안에 있는 동안 먹이를 먹지 않는데, 한 달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더구나 새끼들을 먹일 먹이는 입으로 집어넣지만 아비의 목구멍으로는 삼키지 않는다니 놀라운 자제력이 필요해 보인다.  

흔히 물고기 기억력은 3초 정도라고 말한다. 3초 전에 물었던 미끼를 다시 먹을 만큼 아둔하고 어리석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살펴보았듯이 물고기는 진취적이고 다재다능하며 탄력적인 존재이다. 이들은 걷고 뛰고 난다. 이들은 공기로 호흡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성형수술도 한다. 이들은 성별을 바꾸며 기발하게 새끼를 키운다. 

물고기가 걷고 날고 육지에 올라오고 하는 행동은 일응 엽기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엽기적”이라고 하는 표현은 인간의 관점에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은 인간이 만들어낸 상식이다.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이 엽기적이고 비상식적 생태가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한 불가피하고 당연한 결과이다. 이 모든 행동이나 생태는‘생존과 번식’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한 성과이다. 모든 생물의 지상 목표인 ‘생존과 번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비상식이나 엽기는 있을 수 없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바끄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