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서른 두 번째 -

바다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했던 근원이며, 생명체에 필수적인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날씨를 조절하며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8%를 차지하는데, 이는 육지 면적의 2.43배이며 부피는 13억 7천만 km3에 이른다. 그리고, 바다는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미개척지로 인류가 탐사한 심해는 2% 정도에 불과하다. 탐사하지 못한 나머지 심해에는 어떤 생물이 살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잠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니까 물가에 가지 말라든가 배를 타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 해양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있다. 세계는 해양을 미래자원의 보고(寶庫)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마찬가지로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법칙이 오늘날에도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정보신문 ‘바끄로’는 우리가 꼭 개척해야 할 바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바다 전문가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 바다를 지키며 우리 바다의 치안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의 고명석 원장이 들려주는 미래자원의 보고(寶庫) 바다와 얽힌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통해 바다와 좀더 친숙해 보자.  -편집자 주-

▲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졌다

 

당구장에서 태어난 기적의 소재 

현대를 사는 우리는 플라스틱 세계속에 살고 있다. 밥그릇, 안경, 볼펜 등 생활용품에서 건축자재, 기계, 비행기 등 산업용품, 그리고 반도체, LCD 등 첨단 기기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은 어는 곳에든 있다. 플라스틱(plastic)은 원하는 모양대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하였다. 그 어원처럼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색깔로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을 발명하게 된 계기는 흥미롭게도 당구공과 관련이 있다. 19세기 미국 상류사회에서 당구가 유행했다고 한다. 당시 당구공은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었다. 그때도 상아는 가격이 비쌋??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로 인해 당구공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그러자 당구공 제조업자들은 코끼리 상아 대신에 다른 재료로 당구공을 만들 수 없을까 고심했다. 

이들은 상아를 대신할 수 있는 값싼 물질을 만드는데 현상 광고를 냈다. 1869년 존 하야트(John. W. Hyatt)는 화합물인 니트로 셀룰로오스와 장뇌를 혼합하여 매우 단단한 물질을 발명하였다. 이것이 바로 천연수지로 만든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였다. 이 새로운 물질은 열을 가하면 어떠한 모양으로도 변형할 수 있었고, 열이 식으면 상아처럼 단단하게 되었다. 

▲ (자료출처:Google) “플라스틱 실험”

이후 셀룰로이드를 발전시키는 다양한 연구가 계속되었다. 1907년에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최초의 플라스틱이 발명되었다. 1933년에는 오늘날 주변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이 발명되었다. 특히, 폴리에틸렌은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매년 3억 톤이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인류는 자연이 준 선물인 석유로부터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초기에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적의 물질’로 불리며, 인류에게 더없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의‧식‧주를 플라스틱으로 해결할 정도였다. 다양하고 깨지지 않는 그릇을 사용했으며, 질기면서도 간편한 옷을 입었고, 반영구적인 재료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힘든 자연과 싸움으로부터 해방을 가져온 플라스틱은 인류에게 행복을 보장해주는 구세주인 듯했다. 

하지만, 선물을 가져다준 자연에 인간이 돌려준 보답은 환경 파괴였다. 이미 편리함 속에 빠져버린 인류 스스로도 생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대량의 플라스틱은 육지에서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들어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바다로 간 플라스틱은 이제 재앙이 되어 인간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바다를 영원히 떠도는 플라스틱 

우리는 매일 플라스틱 쓰레기를 끊임없이 버리고 있다. 종이컵, 생수병, 과자 봉지, 식품 포장지 등 대부분 생활에 포장용으로 쓰인 쓰레기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는 한번 생산되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종이나 쇠처럼 재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 만들어진 플라스틱 대부분은 결국 가장 낮은 곳, 바다로 흘러들게 되어있다. 한번 바다에 들어간 플라스틱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1997년 찰스 무어 선장(Charles Moore)은 북태평양을 항해하고 있었다. 하와이에서 미국 서부로 향하던 그는 바다 한가운데 펼쳐진 플라스틱 섬을 발견하였다. 그 섬은 넓이가 한반도 여섯 배나 되었다. 이것은 이후 사람들에게‘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 라 불렸다. 
이 플라스틱 섬은 해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육지로부터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주요 해류를 따라 바다를 순환한다. 그러다가 해류가 한데 모이는 곳에서 플라스틱도 모여 섬을 이룬 것이다.

▲ (자료출처:위키피디아)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에 대해 연구하였고, 역작 《플라스틱 바다》를 저술하였다. 그에 의하면 쓰레기 섬 주변에는 플랑크톤과 잘 구별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입자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플라스틱 조각이 1㎢당 평균 33만 개가 넘었는데, 플랑크톤보다 여섯 배나 많은 양이었다. 

이처럼 바다로 간 플라스틱은 가까운 연안뿐 아니라 태평양 같은 넓은 바다, 심지어 남극과 북극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라스틱이 심각한 것은 단지 환경을 더럽히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먹이 사슬을 거쳐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플랑크톤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명을 위협하다 

플라스틱은 크기와 관계없이 바다 생명을 위협한다. 이 위협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바다를 끝없이 떠도는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그물, 비닐 포장, 밧줄, 스티로폼 등에 목을 졸리거나 몸이 얽혀서 수많은 해양 동물이 죽어간다. 

▲ (자료출처:위키피디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고래”

우리는 TV나 인터넷을 통해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는 해양 동물의 끔찍한 사진을 보아왔다. 그물에 몸이 걸려서 움직이지 못해 굶어 죽어가는 돌고래,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채 힘겹게 살아가는 바다거북, 점점 목을 파고 들어가는 그물에 얽힌 바다사자, 끊어지지 않는 낚시줄에 감겨 몸 일부가 잘려나간 물개 등. 

다른 경우는 해양 동물이 크고 작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삼킴으로써 문제가 된다. 하와이 제도 미드웨이 환초에 사는 앨버트로스의 비극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와이 북서쪽 태평양 한 가운데 위치한 미드웨이 환초는 수많은 바다새가 둥지를 트는 새들의 천국이다. 이곳에 날개 길이가 3m에 달하는 거대한 앨버트로스 새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종종 어린 앨버트로스의 사체가 발견된다. 살은 썩어 없어지고 뼈와 깃털만 남은 자리에 병뚜껑, 라이터,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된다. 

어린 새 위장 속에 들어있던 이 플라스틱은 어미 새가 먹인 것이다. 어미새는 바다 위를 날다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물어온다. 그리고 어린 새에게 먹인다. 이를 계속 받아먹은 새끼는 위장에 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어린 새는 포만감으로 인해 영양가 있는 먹이를 먹지 못한 채 굶어 죽는다. 

바다거북의 경우도 심각하다. 바다거북은 초식성으로 바닷속 해초를 먹고 살지만, 해파리도 잡아먹는다. 그런데, 바다에 부유하는 플라스틱 밧줄 뭉치나 투명 비닐은 마치 해초나 해파리처럼 보여서 바다거북이 먹이로 착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바다거북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가장 큰 희생양이다. 

▲ (자료출처:그린피스) “투명 비닐을 먹는 바다거북이”

2018년 호주 연구팀에 따르면, 해변에서 발견된 1,000여 마리의 바다거북 사체 중 절반 이상인 52% 내장에서 수백 조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거북은 플라스틱으로 인해 내장이 파열되기도 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장이 막혀 죽기도 한다. 

미세 플라스틱도 문제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입자가 5mm보다 작아진 경우를 말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치약, 각종 화장품에서 나오고, 옷을 세탁할 때 천에서 분리된 섬유 조각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또 바다에 떠다니는 큰 플라스틱 덩어리가 햇빛과 파도로 인해 잘게 쪼개져서 생성되기도 한다.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 입자는 지극히 폭넓은 생물 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먹이 사슬을 거치며 이동한다. 먹이 사슬 아래층의 작은 생물이 바닷물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다. 예를 들어, 플랑크톤, 갯지렁이, 홍합 같은 조개류가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면 새우, 멸치 등 작은 물고기가 플라스틱을 축적하고 있는 이런 생물을 잡아먹는다. 이번에 큰 물고기가 이들을 잡아먹는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축적된 플라스틱 속 환경호르몬은 결국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먹는 조개, 광어, 참치에 미세 플라스틱이 잔뜩 들어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대책은 없는가? 인류는 결코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늘어나는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대책은 허황된 생각이다.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가능한 대안을 찾는 쪽으로 가야 한다. 다들 아는 단순한 방법이 있다. 바다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바다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고 실천이 중요하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죽음으로 달려가는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한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편리에 대한 욕망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그래서 쓰레기 섬을 관찰한 뒤 문제의 핵심을 지적했던 찰스 무어의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면 피해를 보여주리라. 단순히 바다에 생긴 피해가 아니라 지구에, 우리 몸에, 우리 영혼에 생긴 피해를..... ”찰스 무어 《플라스틱 바다》중에서
                         

 

※ 용어 해설
1. 니트로 셀룰로오스와 장뇌

셀룰로오스에 질산염기가 붙어 있는 화합물을 니트로 셀룰로오스라 하고, 녹나무를 증류하면 나오는 고체 성분을 장뇌라 한다. 
2. 폴리에틸렌
 에틸렌을 단량체로 중합하여 얻는 고분자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전선 외장, 장난감, 뚜껑, 용기, 파이프, 포장 비닐 등이 모두 이것이다.
3. 환경호르몬
 
신체 내부가 아니라, 산업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화학 물질로서, 신체의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물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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