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요?'(3)

▲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홍어는 왜 삭혀서 먹지?  

홍어삼합 좋아하세요?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를 얻어서 먹는 음식. 홍어의 쏘는 맛과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맛이 김치의 깊은 풍미에 어우러지는 맛. 그런데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홍어는 대부분 삭힌 상태의 것이다. 삭힌 홍어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는 익숙해진 사람도 가까이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다른 생선과 달리 홍어는 왜 삭혀서 먹는 걸까? 삭힌 홍어가 유명한 곳은 나주 영산포이다. 옛날처럼 배가 드나들지 않지만, 지금도 홍어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이 늘어선 홍어의 거리가 있다. 이곳이 삭힌 홍어로 유명한 것은 이유가 있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산지인 흑산도에서 영산포까지 잡은 홍어를 배로 옮겨오려면 여러 날이 걸렸다. 그동안 홍어가 배에서 자연스레 발효되었는데, 이를 맛보니 독특한 풍미를 있어 그때부터 삭혀 먹었다고 한다. 

다른 생선은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여 독성물질이 생겨난다. 그런데 홍어나 가오리는 체내에 요소 성분이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부패가 아닌 발효가 이루어진다. 발효된 홍어는 여러 날이 지나 먹어도 소화가 잘 되고 탈이 나지 않는다.

삭힌 홍어는 부침으로 먹기도 하고, 보리잎을 넣어 홍어 애국을 끓이기도 한다. 홍어는 열을 가하면 쿰쿰한 냄새와 쏘는 맛이 더해지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홍어 부침이나 홍어 애국을 먹으면 코끝이 찡할 정도로 독한 맛이 난다. 삭힌 홍어회를 먹는 사람도 홍어 애국에는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홍어의 본고장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보다 생 홍어를 즐긴다. 생 홍어를 썰어놓으면, 빨간색 살이 올록볼록 튀어나와 시각적으로 식욕이 돋는다. 씹으면 찰지면서도 부드러운데, 끝 맛이 달착지근하다. 홍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삭힌 홍어 냄새가 전혀 없고, 특유의 깊은 향취까지 더해진 쫄깃한 식감에 금방 반한다. 

이렇게 볼 때 홍어를 일부러 삭혀서 먹었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삭은 것을 먹었던 것이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홍어를 좀 아는 사람들은 생 홍어를 더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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