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요?'(4)

▲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활어 먹을까? 선어 먹을까?

횟집에 가면 살아있는 물고기가 담긴 수조를 볼 수 있다. 그 안에 열중의 아홉은 광어와 우럭이 들어있다. 손님이 주문하면 수조 안에 펄떡펄떡 튀는 물고기를 잡아 회를 떠준다. 이처럼 한국인은 활어를 유별나게 사랑한다. 주로 선어를 먹는 일본인은 혀로 느끼는 감칠맛과 미각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인은 씹는 맛과 식감이 있는 활어를 선호한다. 여기에 “활어=살아있는 생선, 선어=죽은 생선”이라는 인식도 선어를 멀리하는데 한몫해 왔다. 

광어, 우럭, 돔이 수조에 많은 이유는 이들이 회로 씹을 때 식감이 뛰어난 흰 살 생선이기 때문이다. 이 생선들은 근육 중에 조직을 이어주는 질긴 성분인 콜라겐 함량이 많다. 그래서 탱글탱글한 식감이 잘 난다. 특히, 복어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먹는다. 

그렇다면 선어는 어떤가? 선어는 생선을 일정 시간 숙성시켰다가 먹는 방법이다. 숙성된 횟감은 살이 부드럽고 퍼석해지는 반면,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생선 살이 숙성되면서 나오는 이노신산(inosinic acid) 때문이다. 이노신산은 숙성한 지 하루가 되면 극대화되는데, 활어 상태보다 10배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주로 선어로 먹는 종류는 참치, 방어, 고등어 등 붉은 살 생선인데, 영양분, 기능성 성분이 많고 혀로 느끼는 맛이 뛰어나다. 두껍게 썰어도 물렁물렁한 식감밖에 없는 반면, 특유의 풍미와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 

생선을 찍는 소스도 다르다. 오래 씹는 식감으로 먹는 경우는 입안에 맛이 오래 남는 고추장을 곁들이고, 혀끝의 맛으로 먹는 경우는 고추냉이와 간장을 곁들이는 것이 낫다. 하지만, 자극성 강한 마늘, 된장, 고추를 쌈에 싸서 회와 먹는 우리 문화에서는 어차피 회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오늘 저녁 활어 먹을까? 선어 먹을까? 그다지 고민할 필요 없다. 탱글탱글한 식감을 즐기려면 활어를, 혀끝에 감기는 감칠맛을 즐기려면 선어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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