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든 가고 싶은 길로 페달을 밟습니다"

자전거는 바퀴를 이용해 지면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등산이 자신의 두 다리로 길을 걷는다면 자전거 여행은 바퀴라는 도구를 이용할 뿐이다. 따라서 자전거 여행은 걷기에 비해 좀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자동차와 달리 선과 선을 연결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두 개의 바퀴를 이용해 시베리아와 몽골 고비사막 등 세계 오지와 비경을 찾아 나선 박주하 씨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자전거여행 노마드로 삶과 여행에 대한 우리의 통념과 생각들을 되짚어보게 한다. 자전거 여행가 박주하씨와의 인터뷰는 총 3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 유라시아대륙 횡단은 물론 지중해 지역 자전거 여행에 나섰던 자전거 여행 마니아 박주하 씨. 7월부터 오지 자전거 여행에 관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자전거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시베리아와 고비사막은 이미 넘었고
천산북도와 남아메리카로 떠날 예정

세계의 오지를 찾는 자전거 여행 마니아라는 간단한 이력만 훑어보고 박주하 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 합정역으로 갔다
. 제과점 2층 카페에서 만난 그는 혈기왕성한 청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년을 훌쩍 넘어 환갑을 눈앞에 둔 초로였다.

문득 가고 싶은 길을 가라는 그의 블로그 첫 문장이 떠올랐다. 로랑 구넬이 쓴 책의 제목인 이 문구는 앞으로만 달려갈 줄 아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화두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서 하고, 그곳에서 행복과 기쁨을 찾는 것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이상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블로그 이름은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 박주하 씨는 현재 블로그 이름을 따 노마드자전거여행학교와 노마드생존전략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일같이 자전거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자전거와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학생 때인 1975년이며, 첫 장거리 투어를 시작한 것은 군대를 다녀온 뒤 여름 방학 때 홀로 떠난 서울과 부산 여행이다. 친구가 해봤다는 말에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배낭 하나 메고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이 투어는 그에게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없애주는 촉매제가 되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오지를 찾아 떠난 20066월 자전거 여행은, 사실은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 후, 카자흐스탄으로 내려오던 중 알타이 지방의 농촌에서 한밤중에 자전거를 도난당하는 바람에 횡단 꿈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는 이 횡단 꿈을 위해 많은 준비와 훈련을 했다.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끈 채 자동차를 운행하고, 추운 산에서 비박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또 물을 마시지 않고 버텨보기도 하고 온종일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도 했다.

▲ 고비사막을 여행할 때 사용한 박주하씨의 자전거. 그는 고가의 자전거를 구입하기 보다는 용도에 맞는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직장생활을 잘하던 그가 이처럼 자전거 여행에 빠지게 된 것은 2003년말에 찾아든 우울증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우울증으로 인해 친구 부인에게 남몰래 약을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 부인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그 뒤로 책을 읽고, 배낭여행을 떠나고, 때론 음악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자전거 여행에 대한 눈을 뜨게 한 것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30년간의 기자 생활을 끝내고 62세의 나이로 이스탄불과 중국의 시안을 잇는 12000km의 실크로드를 걸어서 여행한 후 쓴 나는 걷는다라는 책이다.

- 2부에 계속 - 

 

저작권자 © 바끄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