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아웃도어 문화진단 ⑤

아웃도어는 야외에서 즐기는 다양한 야외활동을 의미하는 만큼 그 범위도 넓고 종목도 다양하다. 집 밖에서 하는 간단한 휴식을 비롯해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산책이나 트레일은 물론 등산이나 산악자전거, 백패킹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어느 분야에서든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아웃도어 마니아가 되기 위해선 늘 부지런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꼼꼼해야 한다. <편집자>

▲ 가을철 거실형 텐트를 이용해 가족공간을 마련한 가족. 캠핑장에서 거실은 가족 간의 대화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가족과 지내는 시간 길어질수록 화목도 쌓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아웃도어 바람이 불면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하는가 했더니 어느 순간엔가 요트나 카약 등 물을 이용한 아웃도어를 즐기는 마니아들도 부쩍 늘어났다.  

자신이 원하는 아웃도어를 찾아 즐기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하지만 단순히 어쩌다 한 번씩 참여하는 차원을 넘어 진정 즐기는 마니아가 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자신의 시간들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남의 이야기나 카페 등의 활동에 쓸려 다니는 대신 자신만의 문화를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아웃도어를 즐기는 마니아층이 늘어나면서 각종 카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몇몇 주요 캠핑 카페들은 3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아주 잘 나가는’ 카페는 일반 카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10만 명 이상의 회원 수를 자랑하기도 한다. 캠핑 시장이 커지면서 캠핑 카페는 아직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캠핑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공동구매 물품도 늘고 있으며 카페 회원들을 위한 봄, 가을 행사도 많아지고 있다. 캠핑 카페들의 행사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대규모 캠핑장의 경우 예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서울 근교의 캠핑장은 각 카페나 단체들이 자리를 잡기 취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단체로 공간을 빌려 캠핑을 즐기는 일은 다른 나라에선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대표적 겨울철 캠핑용 텐트인 거실형 텐트가 아시아권, 특히 우리나라의 판매에 집중돼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과거 일본도 단체로 캠핑을 즐기곤 했다지만 그래도 요즘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한꺼번에 무더기로 몰려다니지는 않았다. 찾아온 이웃을 그냥 보내지 못하고, 접대하기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성향 때문에 거실형 텐트는 인기에 인기를 더했다.

거실형 텐트 유독 한국에서만 인기

▲ 휴양림 야영장에 마련된 데크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는 사람들. 옆집의 사생활보호를 위해서 텐트 사이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이웃을 잘 만나야 캠핑 생활이 편하다.

캠핑은 주중에 열심히 일한 뒤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실형 텐트는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는 이율배반적인 작품이다. 혼자서, 또는 가족들과 조촐한 캠핑을 즐긴다면 거실형 텐트는 그다지 필요치 않다. 돔 텐트 하나에 타프 정도로도 충분하다. 우리네 집에서 거실공간은 식사와 대화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하다. 캠핑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체로 캠핑을 하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거실공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백패킹이나 오지캠핑을 즐기는 마니아들 중 거실형 텐트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캠핑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이들은 사람들과 만나 정을 나누는 것보다는 계곡이나 산, 강을 따라 걸으며 또 다른 미지의 세상에 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체로 캠핑을 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이웃을 잘 만나는 것이다. 밤새 술을 즐기는 사람을 만나면 새벽이 지나도록 잠을 이루기 힘들 것이며, 때론 술자리를 빠져 나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체로 하는 캠핑은 정해진 오락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캠핑 스타일을 살리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자신의 시간을 갖기도 힘들다.  

 단체 캠핑보다는 소규모 캠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체나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캠핑에 비해 자신만의 시간이나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1박 2일의 스케줄에 따라 뜻깊은 주말을 보낼 수도 있다. 손님을 맞고 또한 대접하기 위해 시간을 빼앗길 이유도 없으며 원하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특히 캠핑장에서 부인이나 아이들과 남남이 되어 따로따로 움직일 일이 없어져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짐에 따라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가족 간의 정도 돈독해지고 궁극적으로 청소년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카약이나 백패킹을 하며 모닥불을 피워 놓고 서로 마주 앉아 남자대 남자로, 또는 남편과 부인으로 나누는 대화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어느 때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바비큐는 남편이 가족들에게 서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라고 한다. 때론 한 사람의 가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요리사가 되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는 것이다.  

소규모 캠핑의 즐거움은 또 있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또는 일정에 맞춰 캠핑을 하게 됨으로써 지체되거나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또한 많은 장비를 싣고 이동해야 하는 과시형 캠핑이 아니므로 장비를 세팅하고 정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설치도 간단하고 철수도 쉽다. 그만큼 캠핑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다양한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다음날 차가 막힐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으며 다시 짐을 챙기기 위해 한두 시간씩 땀을 흘릴 이유도 없다.

자신 낮출 때 소규모 캠핑 더욱 즐거워져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규모 캠핑은 이동과 철수가 빠른 만큼 여유롭다. 따라서 캠핑을 한 뒤에 등산이나 카약 같은 2차 아웃도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주변의 문화재나 볼거리를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다. 술에 취해 다음날 일정을 망칠 일도 없고, 온 가족으로부터 눈치와 구박을 받을 일도 없다.  

▲ 한적한 공간에 자리한 두 가족. 아침 일찍부터 산행에 나서 텐트 안이 조용하다.

우리의 캠핑 문화는 어찌 보면 예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휴가문화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부루스타’라는 가스레인지와 은박지, 삼겹살이 주말 여가 문화를 대변했다면 이제는 텐트와 테이블, 화로나 바비큐 그릴 같은 것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장비만 고급화했지 아직도 우리의 휴식문화는 천편일률적으로 먹고 마시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는 주장에 사실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부모와 아이들은 따로 놀고, 그 중심은 먹고 마시는 것이라면 캠핑이라는 좋은 방법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소규모 캠핑을 통한 가족 간의 시간을 강조하고 캠핑이 또 다른 아웃도어를 즐기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캠핑을 통해 가족이 함께 땀을 흘리고 살과 살을 맞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간의 화목은 쌓이게 마련이다.  

캠핑의 근본적인 목적은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맨땅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고 그 눈높이로 자연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캠핑은 가장 낮은 높이에서 시작하는 아웃도어다. 자신을 낮출 때 비로소 소규모 캠핑은 더욱 즐거워진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고는 팀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에게 신세를 지기보다 자기가 먼저 행동하는 캠핑이 되고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게 된다.  

캠핑은 남이 아닌 내가 하는 휴식의 방법이며 자신이 직접 느끼는 아웃도어다. 캠핑의 주체가 자신이 되기 위해선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하며 절제와 양보를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족이나 이웃과 소규모 캠핑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휴식 문화를 찾아보도록 하자.  

이철규 기자 sicsicman@bacc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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