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산행지 - 삼악산(三岳山ㆍ654m) 강원도 춘천시 서면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자리한 삼악산은 북한강의 유연한 물줄기와 춘천 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산행 들머리에 자리한 등선폭포의 시원한 물줄기가 장관이다. 또한 산자락 아래 자리한 아담한 흥국사와 걷기 좋은 산길이 계곡을 끼고 이어져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에도 좋다.

▲ 등선폭포 입구에서 접한 북한강의 희뿌연 물안개(사진 왼쪽). 세상의 모든 것을 덮는 솜이불 같다.

2시간 정도면 용화봉 정상에 설 수 있어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춘천시 서면이라고 하지만 삼악산은 강촌에서 접근하는 게 더 쉬울 수 있는 산이다. 특히 춘천 시내나 춘천역에서 삼악산으로 접근하려면 더욱더 길고 멀기만 하다. 오히려 시외버스를 이용해 강촌으로 접근한 후, 강촌에서 삼악산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쉽다. 삼악산의 들머리는 크게 네 곳으로 강촌에서 가까운 등선폭포 들머리와 춘천시 신동면의 상원사 오름, 정양사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 서면의 거수머니골을 따라 능선으로 오르는 길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상원사와 흥국사 오름이다. 이 두 길은 1시간 반 정도면 삼악산 정상에 설 수 있으며 자기 차를 이용해 접근할 경우, 입구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워 놓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행 후 인근의 강촌이나 춘천으로 나가기도 쉽다.

강촌을 지나 등선교를 타고 가다 46번 국도 상에서 유턴해 등선폭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트렁크에서 수통과 간식 등을 챙겨 주섬주섬 배낭에 넣고 나름 이른 출발을 해본다. 아침부터 비가 온 탓에 주차장엔 달랑 차 한 대만이 서 있을 뿐이다. 주차장에서 등선폭포 입구로 들어서니 상가에서 만드는 맛난 파전과 음식 냄새가 분위기를 돋운다. 아무래도 하산해서는 냉수라도 한잔 걸쳐야 속이 풀릴 것 같다.  

상가지구를 지나 매표소에서 1500원의 입장료를 내고 공원으로 들어섰다. 국립공원도 아닌 도립공원의 입장료로는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싶을지 모르겠지만 비용에 비해 삼악산(654m)이 지닌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등선폭포에 닿는다. 접근로 상에 콘크리트가 깔려 자연적인 멋을 해친 감이 있긴 하지만 협곡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등선폭포의 자태는 늘씬하면서도 수려하다.

계곡은 좌우의 거대한 뼝대로 인해 햇살이 하나도 들지 않는 음지를 이뤄 두 개의 커다란 성 사이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다. 폭포 아래로는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폭포가 담아온 차디찬 냉기로 얼굴을 씻으며 물줄기의 모습을 몇 차례 카메라에 담아본다. 어둡다 보니 빛이 부족해 폭포를 찍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등선폭포 이후로는 연신 경사진 계단 오름이다. 철 난간을 잡고 오르다보면 왼편으로 바위벽에 새겨진 ‘내등선폭포(內登仙瀑布)’라는 글자를 만날 수 있다. 이 폭포가 떨어지는 담이 바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지는 진정한등선폭포라는 말이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어릴 적 수차례 듣곤 했지만 전설의 장소를 직접 둘러보고 나니 제법 믿을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등선폭포의 철 난간을 지나 하늘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산길은 돌다리와 철 난간이 설치돼 길을 잃거나 혼돈할 염려는 없다. 다만 예전 자연적인 길 위에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인공적인 건축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숲길은 시원한 계곡이 전해주는 냉기로 인해 여름철 무더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길옆이 바로 계곡이다 보니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차디찬 계곡에 쉬어도 좋다.

등선폭포 위 하늘다리 건너 본격적인 산길 시작

▲ 시원한 물결을 뿜어내는 등선폭포로 이어지는 길.
다만 워낙 물이 차기 때문에 10분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차디찬 계곡물에 한 차례 피로를 풀고 나면 이번엔 시원한 바람이 산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도심의 찌든 때도 훌훌 털어 줄 숲의 바람은 상쾌하고 또 포근하다.

맑은 날이라면 파란 하늘 아래로 정원을 만든 산을 둘러볼 수도 있겠지만 는개까지 자욱해 주변은 온통 하늘 위의 푸른 신선의 땅이 된 느낌이다. 매표소에서 흥국사까지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얕잡아 보고 달려든 탓에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길은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가며 이어지고 중간 중간 주변의 돌을 쌓아 만든 돌탑들도 있어 친구가 되곤 한다.

계곡 중간에는 이렇다 할 편의시설이 없어 자연 속에 들어와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온전히 자신의 두 다리를 이용해 걷는 재미는 고지가 높아질수록, 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큰 법이다. 특히 능선에서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을 때의 느낌은 하나의 삶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다시 내리막이 있고, 그리고 그 작은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만든 머나먼 풍경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등산을 ‘삶을 닮은 아웃도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이어진 길의 중간 지점인 흥국사(아래 사진)까지는 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흥국사는 삼악산 서쪽 아래 자리했으며 894년경에 궁예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왕건에게 쫓겨난 궁예가 이곳에서 왕건을 맞아 싸웠다고 하며 함지박처럼 넓은 지형을 보고 장기전을 위해 이곳에 궁궐도 지었다고 한다. 흥국사(興國寺)라는 의미는 ‘나라의 재건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절 옆으로 산성의 흔적과 더불어 궁궐이 있던 자리가 남아 있다. 고려시대에는 제법 규모가 큰 절이었다고 하나 현재는 작은 암자에 지나지 않는 사찰이다.

흥국사에서 정상은 사찰 옆 작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한 차례 계곡을 건너 경사진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흥국사까지의 오름에 비하면 흥국사에서 정상 오름은 그 배에 달하는 힘이 든다. 때문에 이후론 차근차근 다리품을 팔아가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능선을 한 차례 휘감아 돌아가는 오름길 중간에는 널찍한 초원지대가 있어 쉬기 좋다. 평평한 초원 지대는 두 곳으로 작은 초원을 지나면 굵은 나무가 넘어져 있는 큰 초원에 이르게 된다. 천천히 걸으며 그간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으로 제법 호젓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뿌연 안개 속을 뚫고 걷다 보니 점점 더 운무가 짙어간다.

큰 평원 지대에서 잠시 피곤을 털고 난 뒤 다시금 정상까지 이어진 돌계단을 따라 올랐다. 삼악산의 정상인 용화봉은 바위지대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용화봉이란 표지석이 있는 정상에 서니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해 주변을 둘러볼 수가 없다. 짙은 안개에 사진을 찍는 일도 쉽지 않다. 추적추적 내린 비에 배낭도 다 젖고 말았다.

흥국사 이후론 경사 심해 차근차근 올라가야

본래 정상에서의 하산은 바위지대를 넘어 상원사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빗길에 굳이 미끄러운 바윗길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금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빗줄기는 더욱더 거세어지고 뿌연 안개도 짙어지기만 한다. 정상에서 다시 초원지대를 거쳐 흥국사로 내려왔다. 흥국사 앞 매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비에 젖은 몸을 녹이고 다시금 길을 재촉했다.

찌는 듯한 더위가 싫다고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벌써 그 비가 지겨워진다. 산행이 그렇듯 이 비도 1년으로 따지면 그저 하루일뿐인데 말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한 산행이지만 ‘후드득후드득’ 재킷을 때리는 빗소리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 그 하루 속에서 아옹다옹하며 살고 있다. 멀리 보고 넓게 보면 그저 작은 하루에 지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 발끈하며 말이다.
이철규 기자 sicsicman@baccro.com

     주변볼거리
삼악산 주변의 볼거리로는 403번 지방도 상에 자리한 서면 현암리의 애니메이션박물관과 서면 방동리의 신숭겸 장군 묘지 등을 들 수 있다. 당초 왕건의 묏자리였다고 하는 신숭겸 장군 묘는 주변을 굵직한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으며 국내 4대 명당자리 중 하나다. 일반인들도 이곳에 올라보면 왜 사람들이 이곳을 명당으로 꼽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현암리 애니메이션박물관은 만화 영화의 제작과정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국내 만화 시장의 흐름은 물론이고 세계의 유명 만화영화들도 접할 수 있다. 옛 추억을 더듬으며 아이들과 함께 찾기 좋은 곳이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맛보고 즐기고

▲ 푸짐한 양과 맛이 일품인 호명순대국.
삼악산 인근의 먹을거리는 강촌이나 춘천시내 쪽으로 나와야 한다. 강촌에서 춘천으로 가다 만나는 칠전동에 자리한 칠전닭갈비(033-263-3288)나 대우닭갈비(033-261-7140), 1.5닭갈비(033-264-9595) 등이 유명하며 강촌에는 호반닭갈비강촌별관(033-262-9119)이나 강촌명동닭갈비(033-261-9849)가 좋다. 얼큰한 국물을 원한다면 청평터미널 인근의 호명순대국(031-585-5954)을 이용하면 좋다.

     삼악산 가는 길
▶ 대중교통 : 서울에서 강촌으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6시 36분부터 오후 10시 5분까지 하루 31회 운행하는 춘천행 시외버스를 이용해 강촌에서 하차한다. 또는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행 전철을 이용해도 된다. 강촌에서 삼악산으로 등선교를 따라 걸어가거나 구곡폭포에서 춘천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등선폭포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 자가용 : 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IC에서 빠져나와 46번 국도를 타고 강촌으로 접근한 후, 등선교를 지나 만나는 유턴 지점에서 등선폭포 방향으로 유턴해 주차한 다음 등선폭포 입구로 접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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