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산·바다 어우러진 울릉도 5박 6일 일주 여행기

지난달 11일부터 16일까지 다음 카페 ‘카약과 캠핑’의 회원들은 울릉도 카약 투어에 나섰다. 이들은 성인봉 산행과 해안도로 트레킹 등, 울릉도가 지닌 비경들을 감상했으며 카약을 타고 인근의 섬들을 둘러보며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이들의 투어기를 싣는다. <편집자>

▲ 울릉도를 일주하는 카약 투어는 바람과 파도와의 싸움이다.
8월 11일 아침 6시 반, 부지런히 집을 나서 강변역에서 해피님(이능난)을 픽업해 곧바로 묵호항으로 달렸다. 평창휴게소에서 돈가스로 아침을 해결하고 먹고 열심히 달리다보니 묵호 여객터미널에서 전화가 왔다. 배를 탈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가능하다고 답하고는 부리나케 달렸다

기름을 달라는 차량의 신호를 무시하고 묵호항에 도착하니 승무원이 나와 티켓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카약을 옮기고 잽싸게 달려가 투어에 필요한 짐을 들고 배에 탔다. 배에 오르자마자 문이 닫히고 씨플라워호는 동해를 가로질러 울릉도로 향했다. 1시간 반 만에 도동항에 도착해 카약 등의 짐을 숙소에 맡기고 점심을 먹고 성인봉 등산에 나섰다.

우선 택시를 이용해 성인봉 오름의 들머리인 사동의 안평전으로 향했다.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은 간간이 능선 너머로 바라보이는 푸른 동해바다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휴가철이라서 등산로에는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긴 했지만, 정상에서 본 울릉도의 파노라마는 과히 이곳이 신비로운 섬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리분지 쪽으로 내려와 약수물로 목을 축이고 나리에서 천부까지 버스를 타고 내려와 다시 도동까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장엄하고 웅대해 마치 관문 지나는 느낌의 관음굴
 
다음날은 2차로 합류하는 분들과 만나 행남등대로 가는 해안산책로를 둘러보았다. 가는 길에 낚싯대를 빌려 도동항 옆의 산책로에서 미끼를 달아 던지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한 번에 두 세 마리씩 걸려 올라온다. 자리돔을 30여 마리 잡아 즐거운 파티를 열었다.

드디어 3일째 되는 날, 독도에서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안전, 구조요원으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동해경파출소에 가서 카약을 타고 도동항 수영대회장으로 향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안개가 걷히는 아침바다의 풍경은 참으로 멋진 인상을 주었다.

오전 6시가 되니 바닷물을 가르며 헤엄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수영선수들 옆에서 에스코트를 하고 경기를 도왔다. 도동항에서 사동항까지 약 3km거리를 헤엄치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속에는 중장년의 머리 백발인 어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며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나의 가슴은 불을 붙고 있었다. ‘60세가 되기 전에 반드시 트라이애슬론에 참여하리라’.

저동에서 힘찬 구호와 함께 투어를 시작하려고 하니 파도가 치고 돌풍이 불기 시작한다. 울릉도에서 진수식을 가진 앵글러님(정쥬교)은 암초 위에 얹히고, 까치밥님도 아들과 함께 탄 카약이 직진을 못하고 우왕좌왕 하기에 일단 내수전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내수전 해변에 상륙해 죽도 앞을 바라보니 바람의 파문이 심상치 않다, 결국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중단키로 했다.

강풍과 파도에 밀려 후퇴해야 했던 대풍감

▲ 대풍감의 몽돌 해안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오전 5시에 일어나 과자와 음료로 요기를 하고 출발했다. 이곳은 바람이 오전에는 조금 약하고 낮 12시가 되면 더 세진다는 말에 일단 오전 중에 천부까지 어떻게든 가보기로 했다. 수평선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카약을 저어나가는 모습은 정말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기쁨이 있다.

내수전의 까마득한 절벽과 거센 파도를 이겨낸 해식동굴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천부로 향했다. 섬목의 다리 공사로 인해 관음도를 돌아 나가게 되었다. 바깥쪽의 관음굴은 장엄하고 웅대해 마치 관문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관음도의 풍경은 몇 해 전에 본 제주 성산일출봉의 모습처럼 멋진 외형을 보여주었다. 조물주의 손재주는 감히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멋진 걸작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관음도를 돌아가니 바다가 장판처럼 평온하게 펼쳐진다. 멀리 삼선암이 보이고 모두들 앞서서 달려간다. 삼선암의 돗대바위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해다.

▲ 모처럼 잔잔한 물결이 나타나자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어 다시 천부에 도착해 점심으로 따개비칼국수와 비빔밥을 먹고 한숨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난 뒤 다시 출발했다. 파도와 바람에 시달려 힘들지만 모두들 울릉도를 일주해야겠다는 의지와 집념으로 힘을 낸다. 후레쉬님(이진)은 공암의 관문을 통과해 돌아 나오고 나머지 일행들도 합류한다. 오늘의 일정이 태하까지라 대풍감을 돌아서 나아가야 하는데 현포를 지나 대풍감에 이르니 멀리 태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대풍감 절벽 밑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데 앞서가던 후레쉬님이 몰아치는 파도에 기겁을 하고 돌아온다.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울릉도는 섬의 각도에 따라 바람이 불고 안 불고 바람의 세기가 다르다. 대풍감의 몽돌 해변에 앉아 야영을 하려하니 물이 없다. 결국 현포항으로 들어가 야영을 하기로 하고 내일도 바람이 불면 카약을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강한 바람과 파도로 인해 현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대풍감에서 태하 쪽으로 넘어가려는 계획은 현포항에서 대풍감까지 3회를 왕복한 끝에 이룰 수 있었다. 곰바위와 태하를 지나는 구간은 파도가 강해 속이 메스꺼울 지경이었다. 거친 바다에서 카약을 저어서 오느라 힘이 많이 드셨던 해피님도 마지막 각오를 다지며 패들을 젖는다. 모든 분들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 종점인 울릉신항을 향하여 전진했다. 태하와 남양 구간에서는 바다를 지나는 방어 떼를 만나는 행운도 느낄 수 있었으며 울릉도가 지닌 아름다운 광경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 삼선암을 이처럼 가까이서 둘러보는 일은 카약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하늘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울릉도의 아름다움은 세계 제일이 아닐까 싶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마지막 코너를 남겨두고 남양몽돌해변에서 휴식을 갖고 숨을 고른다. 재출발하는 과정에서 2인승 아루피나를 타시던 까치밥님 부자가 그만 파도에 휩쓸려 프레임이 휘고 프레임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클램프가 부서져 일주 마지막을 남겨두고 카약을 접고 후퇴해야 했다.

아마도 울릉도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 다시 오고 싶어서 그랬나 보다.

울릉도 카약 투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시간만 여유롭게 가지고 들어오면 좋은 날씨를 기다려 투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철규 기자 sicsicman@bacc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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