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와 명사 ② 문영식 안양성모병원 이사장

장비에 얽힌 산악인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본 인터뷰 시리즈에 이은 ‘아웃도어와 명사’ 시리즈입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즐기는 아웃도어를 통해 그들의 삶과 철학을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첫 회 전명헌(68) I AM(International Auto- motive Marketing) 컨설팅 그룹 회장에 이어 안양성모병원 이사장인 문영식 히말라얀클럽 명예회장을 만나보았습니다.<편집자>

▲ 주말이면 산에 가기 위해 약속을 하지 않을 정도로 산에 푹 빠진 등산 마니아 문영식 안양성모병원 이사장. 문 이사장은 77세라는 나이가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력이 넘쳤다.

"앞서 올라가는 젊은이들을 보면‘나도 늙었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히말라얀클럽 회장으로 있을 당시 회원 수 증가와 히말라야 의료봉사 활동에 주력했던 문영식 이사장은 트레킹과 등산을 유일한 휴식으로 생각할 정도의 등산 마니아다. 문 이사장이 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50여 년 전 병원을 개업한 후 운동 삼아 관악산을 오르면서부터다.

안양성모병원에 들어서자 복도 벽면을 가득 채운 히말라야 풍경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 아마다블람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서부터 네팔의 이곳저곳과 파키스탄 히말라야까지 담겨 있다.

1935년생인 문영식 이사장은 7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넘쳤다. 아직도 주말이면 산행을 거르지 않는 그는 수술용 메스를 놓지 않고 있다. 작은 체형에 군살 없는 탄탄한 몸을 지닌 문 원장은 건강 비결로 주말마다 쉬지 않고 북한산이나 관악산을 찾아다니는 것을 꼽았다.

김진원 기자 : 그간 히말라야 지역은 물론이고 꾸준히 등산을 즐기고 계신데 처음 히말라야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문영식 이사장
: 45세 때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30년 이상 됐네요. 지금까지 히말라야로 떠난 것은 20여 차례 되는 것 같습니다. 원정대에 참가한 것은 의료팀장으로 대원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치료를 담당하기 위해서였죠. 사실 저는 그 이전에 일본의 북알프스, 대만의 여러 산과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 같은 곳으로 산행을 다니곤 했어요. 때론 현지인들을 고용해 직접 트레킹을 떠나기도 하고 아일랜드 피크 등을 오르기도 했었지요.

등산은 병원을 오픈하면서 시작했어요. 다양한 운동을 해보았지만 등산이 저에게는 딱 맞는 것 같더군요. 산은 저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큰 수술을 할 때는 물론 병원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산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최근 대학산악부는 물론이고 의과대학 내에서도 힘들고 어려운 것은 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생을 뒤돌아보며 산을 좋아하는 의사로서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 등산은 사실 쉽지 않은 운동입니다. 하지만 산행을 하다보면 인내력은 물론 정신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일반 외과의 경우에도 지원자가 줄고 있습니다. 이는 외과나 산부인과의 보험 수가가 적어서 그런 것이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고 봅니다. 산에 자주 오르다 보니 산은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힘든 고갯길을 오르고 나면 멋진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하곤 합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야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내심이나 대인관계 등은 산을 통해서 배운 것 같습니다. 산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작은 산에 가더라도
 배낭은 꼭 메고 갑니다
 부상위험을 크게 줄여주거든요”


: 그간 20여 차례나 접하며 느낀 히말라야의 산들과 매주 찾는 관악산이나 북한산 등 우리 산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는지요?

: 우리의 산은 높이는 낮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바위가 있는가 하면 육산도 있지요. 변화가 있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히말라야의 산은 만년설이 덮인 지역을 제외하고는 육산이 대부분이며 단순합니다. 일본의 북알프스만 해도 화산이라 먼지만 많고, 우뚝 솟았을 뿐입니다.

: 지금까지 해외나 우리의 산들을 오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는 어디를 꼽으시는지요?

: 로체나 에베레스트 등반을 할 때 연습 등반지로 삼는 아일랜드 피크가 내겐 가장 맞는 산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높이도 높이지만 너무 험하지도 않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몽블랑도 좋았습니다. 특히 오르내림 중간 중간 접하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 그간 수차례 원정대의 팀 닥터로, 또한 트레커로 참여해 히말라야 지역을 다녀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운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을까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이라면 한왕용 씨와 함께 K2클린마운틴등반대에 참여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그때는 카라반을 하며 마을 중간 중간 쉴 때마다 지역 사람들에게 의약품을 제공하기도 하고 주민들을 직접 진료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히말라야 오지의 삶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반면 가장 아쉬움이 남는 등반이라면 엄홍길 씨와 함께 칸쳉중가를 등반하다 눈사태로 대원을 잃은 산행이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등반이었습니다. 눈사태 지역 아래까지 올라가 직접 대원들을 보았지만 의사로 저로서도 어찌 해 볼 수가 없더군요.

▲ 문영식 이사장(왼쪽)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씨 등과 함께 했던 히말라야 등반 이야기를 김진원 기자에게 들려주고 있다.

: 지금까지 매주 산에 오르고 해외를 다니며 반드시 챙겨갈 만큼 애착이 가는 장비가 있다면?

: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장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관악산 산행 중 미끄러져 대형 사고를 당할 뻔 한 이후로는 늘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날 배낭을 메지 않았다면 눈길에 미끄러져 크게 다칠 뻔 했습니다. 산을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 산행은 주로 어떻게 하시는지요? 외과의사인 직업 때문에 생긴 산행 스타일이나 방법이 있는지요?

: 등산은 부지런해야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입니다. 저는 산에 가기 위해 일요일은 아예 약속을 잡지 않고 있습니다. 산행은 주로 북한산과 관악산으로 가지만 먼 곳은 1박 2일간 떠나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산과 저의 직업, 그리고 저의 성격이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의사가 수술에 임할 때 집중해야 하듯, 산행도 딴 생각을 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니까요. 또한 산에 고집스런 모습이 있듯이 저에게도 남다른 고집이 있거든요. 산에 오르면 산에만 집중하라는 게 저의 방식입니다.     

: 히말라얀클럽의 명예회장으로, 또 해외 트레킹을 즐기는 산사람으로 앞으로 자신만의 계획이나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 히말라얀클럽은 개인들의 모임이다 보니 지원금이나 자금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본래는 올 가을에 7000m급 미답봉을 오르려고 했지만 회원들이 바쁜데다 자금도 충분치 못해 내년 봄으로 연기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명헌 회장과 함께 뉴질랜드의 마운틴 쿡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글 김진원 기자 thatch@baccro.com
사진 김일환 기자 victor@baccro.com

문영식 이사장 Profile  - - - - - - - - - - - - - - - - - - - - -
ㆍ1984.  안양성모병원 개원
ㆍ1995.  메라피크(6654m), 아일랜드피크(6,189m) 등반
ㆍ1997. 08 칸첸중가(8,586m) 원정 
ㆍ2003. 03 한국히말라얀클럽 회장
ㆍ2004. 06 K2(8,611m)원정대 참가 의료 봉사
ㆍ2005. 07 크스클락(7,028m) 원정
ㆍ2005. 08 안양성모병원 이사장 및 외과장
ㆍ현 한국히말라얀클럽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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