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린져의 경주여행 이야기 ⑧

( 경주여행 : 2012. 7. 4 ~ 7. 7 )

 

저녁을 먹고 경주 보문단지로 가려는 길
밤이 어둡다.

 

저녁밥을 반찬이 셀수 없이 나오는 메뉴로다가 엄청 많이 먹어치웠고,
불국사까지 오늘 종일 자전거를 이끌고 다녀서 피곤함이 손끝까지 전해오는데
저 멀리 보이는 한증막 찜질방 간판  

그냥 신호등만 건너면 바로 있고, 이용시간이 24시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불국사에 올랐던 오후 시간부터 벌써 온 몸에 땀이 축축했던터라
씻는 곳을 만난 것만으로도 기쁜데 한증막이라니 감사한 일이다.   

다행히 정기 휴뮤일은 매월 두번째 수요일이라는 정기 휴일 안내도 보이고,
자전거를 세우는 장소도 한구석에 따로 어엿하게 만들어져 있다.     
24시간인지 재확인하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간다.

 

원래 경주 보문단지 쪽으로 가서 숙소를 잡아서 하루를 보내려고 했지만 찜질방 간판을 보니   
더 이상 어디로 자전거를 타고 막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어서
얼른 옷장 상단으로 홀수 신발장 번호를 고르고, 9천원의 이용료를 내고 찜질방 안으로 들어가본다.

 

 

어라. 그런데 여기 찜찔방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동네 찜질방의 모습이 아니다.
찜질방 글자보다 커다랗게 부각되어 적혀있던 한증막이라는 글씨를 보긴 했었지만
목욕탕에 따로 탕이 없다.
그냥 간단하게 샤워할 수 있는 공간만 있을 뿐.
그것도 규모가 퍽 작아서 열 명 정도 들어가면 바글바글 할 것 같은 규모의 샤워장 시설이다.

 

그러니까 이 곳 첨성대 불한증막의 경우는 한증막 기능에 충실한 경우만 만족도가 높을 그런 곳이라는 이야기
높은 물의 온도를 자랑하는 대중목욕탕의 큰 탕 안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목욕을 좀 하고 싶다면
여기 첨성대 불한증막은 부적절하지만 대신 한증막 그 자체는 참으로 잘 만들어져서 마음에 든다.  

정말 한증막에 들어가면 땀이 쑥 퐁퐁 샘솟아 나온다.  
이 땀들이 노폐물인지 무언지 모르지만 한번씩 한증막에서 땀을 쭈욱 빼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수면을 원한다면 윗층에 따로 여성용 수면실이 있는데 뜨끈한 온돌방은 아니지만
아애 남자들의 출입이 어렵도록 층의 구별이 되어 있다. 
요즘 가끔 아애 이불을 주는 찜질방을 보기도 하는데 여기는  수면실에서 따로
이불은 주지 않지만 요처럼 깔아서 쓰는 매트는 주고,
찜질방 가면 흔히 보는 작은 베개도 잔뜩 비치되어 있다.   

샐린져양이 갔던 날은 평일이고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딱 한 명 더 있어서 한 층을 두 명이 차지하고서 잠을 잤는데고단해서였는지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게 그냥 잘 잤다.  

  

그런데, 여기 첨성대 불한증막에서 사실 한증막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당의 휴게공간이다.
비치된 슬리퍼를 신고 나가야 하는 바깥 공간의 마당인데 그네가 마련되어 있어서 퍽 조용하고 편안하게 앉아
한참이나 혼자 그네를 타고 밤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 ^^;  

그렇게 한참이나 음악을 들으며 그네를 타다가 잠이 쏟아져서 윗층 수면실로 올라가서 잠을 자버리는 샐린져양
한증막 이용 안내서에는 여러 번에 걸쳐서 한증막을 하면 좋다는 안내가 씌여져 있는데
찜질방이고 한증막이고 오래 있는 느긋한 성격이 되지 못하는터라 우유 한 잔 마시고 한증막 이용은 끝내고 
그네 위에만 하염없이 앉아서 멍하니 별도 하나 없는 깜깜한 하늘만 바라본다.  

 

 

다음날 아침. 
 어라? 내가 간밤에 잠을 잔 찜질방이 이런 곳이였나?  

간밤에 어둡고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는 몰랐는데 아침이 되니 주변이 온통 예쁘다.
첨성대 불한증막 입구 매표소에 펜션도 운영한다고 하더니 그것인지 주변에 건물도 제법 예쁘고 깔끔하다.  

 

한증막도 자세히 보니 [첨성대 불한증막]이라는 이름대로 첨성대 모양이고 ^^ㅋ
아침 공기에 나무 냄새가 섞여서 개운하기도 하다.

자~ 어디로 가볼까.   
어제 왼쪽에서 왔으니 오늘은 오른쪽으로 가볼까?  

하긴 어디로 가면 어떠하리.  
저녁에 보문단지에서 미소2 공연을 보기로 예매를 했으나 그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해도 참으로 좋은 것이 비가 멈추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가 그친 모습이 그저 좋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히죽 웃어주고
간밤에 한증막을 해서일까 에너지 충전이 잘 되어서 가볍게 자전거에 올라탄다.   

일단 경주 보문단지 방향으로 출발!  

 

    경주여행 TIP    

첨성대 불한증막 찜질방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하동 193
(경주 코오롱 호텔에서 보문단지 가는 방향)
전화번호 054-777-7600
http://www.hanjeung.com/
이용료 9천원  

장점
- 한증막 기능에 충실하게 한증막을 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 여자 수면실이 따로 층이 분리되어 있다.
- 자전거 보관소가 따로 있다.
- 경주역에 갈 일이 있다면 경주역 안의 관광안내소에서 이용권을 2천원 할인받아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단점
- 샤워실에 탕이 없음. 찜질방도 아이스방과 황토방이 작은 규모로 2개 있을 뿐.
(그야말로 한증막을 주로 하는 곳이다)

 

 

2012 경주, 샐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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