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천안천변 가꾸는 진희장씨

“공치사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야. 지나는 사람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면 그걸로 됐어.”

 어느 날부턴가 천안천변에 다양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산책로를 따라 핀 꽃 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삼삼오오 모여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천안시가 하천을 정비하며 심은 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방을 따라 꽃 길을 조성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천안천변에 꽃을 가꿔 아름다운 산책로를 만든 진희장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진희장씨]

 

 천안시 동남구 방죽 안 3길에 살고 있는 진희장(82) 할아버지. 북면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40여 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고 1997년 정년 퇴임했다. 퇴임 직전에 당시 토지개발공사로부터 신부동 토지를 분양 받아 집을 짓고 정착했다. 진 할아버지가 정착할 당시 만해도 주변은 몇 채의 신축건물과 토지분양 예정지를 표시하는 말뚝, 먼지가 날리는 도로가 전부였다.

 특히 천안천은 지금과 달리 엉망이었다. 하천변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고약한 냄새도 났다. 할아버지는 다른 것은 몰라도 매일 산책하는 개천주변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취미를 천변에 실천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화분에 꽃을 가꾸는 것과 달라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난감했어.” 고민 끝에 할아버지는 개나리 꺾꽂이 200~300개를 제방에 심었다. 그러나 천안시가 하천을 정비하면서 허사가 됐다. 허탈했지만 정비가 끝난 후 다시 청양에 가서 구기자나무 한 자루를 구해다 제방에 심었다. 꽃도 좋고 열매는 건강 약제로도 사용된다니 일거양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천안시가 다시 하천을 정비하면서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는 다시 제거됐다. 천안시가 수중식물과 습생식물, 잔디, 나무 등을 심어 산책로를 조성하고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또 한 번 실망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하천을 재정비 하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마침 자신의 집 앞에 하천변 산책로와 연결되는 길이 생기고 그 길 따라 석축을 쌓는 것을 보았다.

 석축 사이에 꽃을 심으면 산책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이른 봄부터 금송화·설악초·과꽃·연산홍·채송화·맨드라미 등 여러 종류의 꽃을 심었다. 할아버지는 한여름에도 물주고 풀을 뽑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당 얼마 받고 하느냐. 시청에서 시켜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할아버지는 웃어 넘겼다. 남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많은 사람이 꽃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흐뭇하다”며 밝게 웃었다. 할아버지는“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명옥 객원기자

 
진희장씨가 말하는 꺾꽂이 성공비법

꺾꽂이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잘라 번식시키는 무성생식의 한 방법으로 삽목(揷木)이라고도 한다. 최소한 하나의 줄기세포가 적합한 환경에 놓여 지면 새로운 뿌리나 줄기 등이 나오면서 부모식물에서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식물 개체가 된다. 대부분 절단된 식물체는 뿌리가 없기 때문에 적당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탈수 증세로 죽는다. 꺾꽂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① 촉촉한 바닥 환경. 단 과습하면 잘린 부분이 썩게 된다. 꼭 흙에서 이 과정을 할 필 요는 없으며 실제로 흙, 펄라이트, 질석(vermiculite), 코이어(coir), 안면(rock wool), 팽창점토(expanded clay) 같은 다양한 환경이 사용된다. 물 또한 가능하다.

② 습도가 유지되는 환경. 공기가 수분을 머금을 수 있도록 플라스틱 상자 안이나 밀폐된 환경이 좋다.

③ 자른 식물이 죽지 않도록 적당한 그늘이 좋다.

 

[기사제공 = 중앙일보 │ 조명옥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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