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수의 여행이야기] 네덜란드는 물의 나라다. 비행기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수도 암스테르담과 인근 지역은 하천과 저지대로 둘러싸여 마치 물에 잠긴 것처럼 보인다.

국토 면적의 1/4 정도가 바다 수면보다 낮다고 하니, 우리 산하와는 다른 이질적인 풍경이다. 강, 운하, 호수를 모두 합치면 4,400㎞에 이른다. 댐이나 보로 이들을 막지 않으면 국토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긴다. 집들도 하천보다 낮은 곳에 제방을 쌓아 지어서 풍차와 운하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암스텔강에 댐으로 물을 막고 진흙 바닥 위에 기둥을 박아 만든 도시이다. 거미줄 같은 부채꼴 모양의 운하가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걸어서 이동하던, 자전거를 타던, 아니면 차를 타고 이동하던 곳곳에서 운하와 마주친다. 도시 전체를 운하들이 실핏줄처럼 휘감고 있다. 물길과 땅길이 병진하고 교차하여 운하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이다.

거룻배가 천천히 물살을 가르는 운하는 13세기 무렵부터 만들어져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아름답다. 운하 주변에는 붉든 벽돌집과 옛 상인들이 창고로 사용했던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들 옛 건물들은 새로 지어진 현대 건축물과 멋진 조화를 이뤄 외지인에게 소박하고 평온함을 준다.

암스테르담의 중심은 담 광장이다. 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담라크와 로킨 도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13세기 경 시내 중심부를 Y자형으로 지나는 암스텔 강을 막으려고 건설됐다.

이 광장에는 왕궁, 신교회, 마담 투소 밀랍인형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어 늘 여행객들로 붐빈다. 광장 오른쪽에는 현재 왕실의 영빈관으로 사용되는 왕궁이 있다. 왕궁의 일곱 개의 출입문은 네덜란드의 독립을 결정한 일곱 개의 주를 상징한다. 각종 회화품과 조각품이 전시돼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광장 왼쪽에는 두 마리의 사자가 지키고 있는 흰색의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위령탑이 있다. 기념비 주위의 계단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된다. 광장 주위 거리에서 무명 악사, 연기자 등의 퍼포먼스는 휴식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곳에서 다시 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프린센 운하 변에 안네 프랑크의 집이 나타난다. 나치의 유태인 박해로 숨진 13살 소녀가 2년간 숨어 살았던 다락방이 방문자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네덜란드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이다. 반 고흐(1853∼1890)의 치열한 예술혼이 살아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매년 150만명의 관람객이 모여드는 세계적인 명소다.

미술관에선 고흐의 연대기에 따라 작품을 전시하고, 그의 삶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고흐는 37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했지만 기존의 사실주의 기법에서 벗어나 과감한 터치와 강렬한 색채로 사물의 특징을 표현하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인상파 예술을 꽃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흐 미술관은 이전까지 한국어 통역기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한국 관광객의 방문이 별로 없어서라고 하는데, 못내 아쉽다. 아시아 쪽에서는 중국과 일본어 통역기 서비스만 있다. 비가 자주 오는 네덜란드의 날씨를 감안하더라도 우산을 받쳐 쓰고 고흐의 예술혼을 느끼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 쓴 관람객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 3월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II:반 고흐 in 파리’전이 열린다.
 

 

 

[기사제공 = 퍼플뉴스 │ 장원수  kkd12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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