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과 계획 외에 문화적인 특성과 종교, 역사적인 면도 알아야

출발 전 지도 이용해 코스·일정 정하고 교통 파악

▲ 자전거 여행은 계획을 잘짜야 올바른 여행을 할 수 있다.

글ㆍ사진 박주하 여행전문가

지난 호의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격과 주의할 점에 이어 이번 호에는 실질적인 자전거 여행을 진행하는 방안을 소개한다. 필자는 내년에 발칸반도의 나라들을 자전거로 여행할 계획을 짜고 있다. 이에 해외 자전거 여행의 계획을 짜는 방법을 소개한다. <편집자>

삼십년 전에 열흘 간 들렸었던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아기자기한 동유럽의 발칸반도엔 전혀 발을 들여 본 적이 없던 터라, 오랜 전부터 그 지방의 문화와 예술, 정치와 역사 등의 궁금증이 늘어만 갔다. 또한 고란 브레고비치의 찡한 민속 음악이나 동유럽의 집시음악을 들어오면서 언젠가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는 욕망이 점차 깊어져왔다.

결국 필자는 그 욕망을 누를 수 없어 발칸반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320일부터 두 달이 넘게 진행될 발칸반도 자전거 여행은 미지의 동유럽문화를 탐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집시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행은 떠나기 전에 여행할 나라에 대한 연구와 문화에 대해 익히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세한 여행 계획을 짠다. 여행 계획을 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를 참조하는 것이다.

아래는 구글 지도를 이용해 만든 발칸반도 자전거 여행의 초안이다.

▲ 지도에 표시한 전체적인 자전거 여행 루트.

발칸반도 자전거 여행 계획서

- 기간 : 2014320~ 531(73)

- 테마 : 발칸문화와 동유럽 집시문화 탐사

- 형태 : 울트라 라이트 미니멀 바이크패킹(준비물 최소화)

- 미션 : 지역별 집시음악의 차이점과 공통점 비교 연구, EU 및 글로벌 인터넷 시대에 있어서 집시문화의 영향

- 라이딩 거리 : 3,000 km

- 여행국가 : 9개국 (발칸반도 및 헝가리)

- 비자 : 모든 국가 3개월까지 비자 불필요

- 교통수단 : 자전거

- 숙박 : 캠핑·민박·게스트하우스

- 식사 : 취사 또는 매식

- 여비 : 최소 350만원(항공료 + 여비)

- 인원 : 1인 단독

경로 : 헝가리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보스니아 H. ~ 몬테네그로 ~ 알바니아 ~ 마케도니아 ~ 코소보 ~ 세르비아 ~ 헝가리(Gougle Map을 기반으로 작성)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떠날 것이며 어느 정도의 일정으로 떠날 것인가? 이다. 일정을 잘 짜야 현지에서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너무 촉박하게 일정을 짤 경우, 시간에 쫓겨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없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대략의 경비를 추측할 수 있으며 여행의 코스를 그릴 수 있다. 즉 자전거 여행의 거리가 나와야 하루에 얼마를 달릴 것인지, 어디에서 쉴 것인지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도에 쉴 곳과 거쳐 갈 나라 도시 등을 표시한다.

지도를 위해 달릴 거리와 코스를 정했으면 만일을 대비해 교통편이나 도시를 표시한다. 지도에 전체적인 코스를 그리면 어느 정도 여행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

▲ 만일에 대비해 대중교통편도 조사해둔다.

지도와 교통편 등의 자료를 모았으며 각각의 나라의 역사와 현황, 언어 등을 공부한다. 지도의 밝은 색깔의 반도 지역이 바로 발칸 반도다. 발칸반도 또는 그냥 발칸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방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특이한 동유럽의 남부 즉 동남유럽을 지칭하며 불가리아 동부로부터 세르비아의 극동에 이르기까지 뻗쳐있는 발칸산맥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등의 슬라브 민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그 밖에 루마니아, 그리스, 알바니아 같은 소수 민족과 집시들이 섞여 있다.

북서쪽으로는 아드리아 해, 남서쪽으로는 이오니아 해 그리고 남쪽과 남동쪽으로는 지중해와 무살라산이 위치해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은 불가리아의 릴라산맥 중 무살라산으로 2925m.

다음은 이 지역의 지난 역사를 되집어 볼 수 있는 옛 지도다. 이 지도를 통해 우린 발칸반도의 지난 역사를 한눈에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국경을 나타낸 부분을 상세히 살핀다면 이들의 문화적인 측면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6개국으로 갈기갈기 찢어져버린 비운의 유고슬라비아는 남북으로 분리된 지 70년이 다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과연 어떨까? 창피한 줄을 알고 이제는 제대로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 1918년~1938년 당시의 국경, 1914년~1992년 봄까지의 국경.

이러한 역사적인 측면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종교적인 측면이다. 발칸반도는 종교적으로는 카톨릭 정교와 수니파 이슬람이 대부분이며 2002년도 인구통계에 의하면 약 6천만 명이 살고 있다. 종교적, 민족적 분쟁으로 꽤 오랫동안 내란을 겪어왔으며 지금은 비교적 잔잔해진 편이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민족의 분포다. 발칸반도는 정말 복잡 대단하다. 이런 지역에 비추어 보면 천만다행으로 동일 민족, 동일 언어, 동일 문자, 동일 종교를 갖고 있는 한반도가 대단하다. 다만 남북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음은 깊이 반성하고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겠다고 본다.

유럽이란 지역이 원래 다양한 민족이 섞여있긴 하지만 이 발칸반도는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 있는 편이다.

▲ 발칸반도의 종교와 민족 분포도.

이어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인 집시에 대해 알아보자. 집시의 기원과 언어적 기원은 무엇인지. 집시는 그들이 처하고 있는 각국에서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하듯이, 호칭 또한 여러 나라에서 각각 달리 불리워지고 있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집시(Gypsy)라는 표현은 알바니아어의 ‘Evgjit’나 그리스의 ‘Ejiftos’, ‘Giftoi’, 마케도니아어의 ‘Egyuptsi’ 등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땅(Gitan) 또는 보헤미안(Bohemian), 러시아어로는 찌간스키(цыганский), 루마니아어로는 찌간(?igan), 불가리아어로는 찌가닌(циганин), 폴란드에서는 찌가니(Ciganie), 독일과 네델란드에서는 지고이네르(Zigeuner), 스웨덴에서는 지네나렌(Zinenaren), 노르웨이에서는 시고이너(Sigøyner), 이탈리아에서는 징가리(Zingari)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집시의 어원은 집시가 최초로 유럽에 도착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시를 처음으로 본 유럽인들은 그들이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일 것으로 보았다. 외모도 그렇거니와 일부 집시들은 스스로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이들을 라틴어식으로 Egyptian(이집트인) 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차츰 집시로 불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것을 확인할 만한 문헌은 없다.

▲ 여행지의 민족과 언어를 알게 되면 쉽게 그들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시들은 자신들을 집시어로 남자나 사람을 의미하는 롬(Rom)이나 로마(Roma)로 부른다. 이는 그들의 언어적 기원이 산스크리트어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집시의 지리적 기원인 인도 북서부 지방을 가면 지금도 사람이나 민족을 일컬어 (dom)’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초기에 집시들은 사람이라는 뜻의 (dom)’이라고 불렀으나, 다른 언어와 섞이면서 변화하게 되었다. 산스크리트어에서는 d의 발음이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혀 말린 음의 ‘d’의 발음이 ‘r’의 발음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영어의 tr 발음으로 나는 이치와 비슷하다.

이후의 집시들은 그들이 속한 언 어문화권에 따라서 dom, lom, rom 이라고 바뀌면서 불리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롬이나 로마는 그들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민족의 명칭으로서 사용하고 있다.

집시라는 표현은 인종차별적이고, 명예를 훼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집시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이에 따라 국제집시연맹에서는 그 명칭을 rrom, 혹은 rroma, rromani 로 통일해서 공식적인 서류나 회의석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 자전거 여행은 그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와 민족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명칭이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나, 루마니아라는 나라와 혼동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r을 두 개 겹쳐 쓰게 되었다. 그리하여 199511, 유럽의회에서는 국제집시연맹의 권고에 따라 그들의 공식 서류상에서 rroma의 사용을 공인하였다.

집시의 민족적 기원에 대해서는 현재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집시의 인도 기원설은 1763년 헝가리 출신의 신학생 쉬테판 발리가 비엔나의 한 신문에 기고한 글로부터 계기가 되었다.

그는 네델란드 라이덴에서의 학생시절, 인도에서 온 세 명의 힌두교도와 사귀게 되었는데, 그들의 언어가 자기 고향의 집시 언어와 비슷한 인상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약 1000개의 발음을 그대로 옮겨 적어 자신의 고향에 사는 집시들에게 들려주자 곧바로 이해하더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신문에 기고한 이후 언어학자 그렐만이 집시의 언어를 수집하여, 산스크리트어와 다른 인도어와의 비교연구를 한 결과 집시들의 기원이 인도 북서부의 펀잡지방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숫자나 친족과 관련된 단어나 신체구조를 나타내는 단어 및 행동 등을 나타내는 언어에 있어서 집시와 인도어, 힌두어와 비교적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바끄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