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 트레킹⑤]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터라켄을 거쳐야 한다. 인터라켄은 융프라우 지역이 시작되는 마을로 호수 사이에 위치한 호젓한 전원마을이다. 19세기 영국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산악관광 붐의 영향을 받아 높은 산간마을임에도 고급 호텔들이 늘어서 있다.

인터라켄은 ‘두 개의 호수 사이’라는 뜻. 실제로 브린츠와 툰, 두 거대한 빙하호수 사이에 있다. 가늘고 길게 뻗어 있는 두 호수는 그 자체로도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올 경우 왼쪽에 펼쳐지는 호수의 그림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터라켄에는 시내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기차역이 있다. 서쪽에 있는 인터라켄 웨스트역은 도시의 관문 역할을, 동쪽에 있는 인터라켄 오스트역은 알프스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인터라켄이 수많은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호수 말고도 이른바 ‘알프스의 3대 봉우리’라 일컬어지는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등을 지척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봉우리를 좀 더 가까이서 보려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인터라켄은 찾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라는 융프라우요흐(3,454m)를 찾는다. 인터라켄을 출발해 라우터부룬넨(796m), 벵엔(1,274m), 클라이네 샤이텍(2,061m) 등을 경유해 융프라우요흐(3,454m)까지 오른다. 가장 인기가 좋은 기차여행 코스답게 사계절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융프라우요흐를 연결하는 12㎞구간이다.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아이거 글렛쳐(2,320m)까지는 바깥을 볼 수 있는 산악지역으로 운행되며, 그 이후에는 바위를 뚫어서 조성된 긴 터널을 통과한다. 터널을 통과하는 구간에서는 5분씩 두 번을 정차한다. 첫 번째 정차역인 아이거반트(2,865m)에서는 그린델발트(1,034m)와 클라이네 샤이텍, 툰 호수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두 번째 정차역인 아이스메어(3,160m)에서는 드넓게 펼쳐진 빙하와 험준한 아이거 북벽을 감상할 수 있다.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맨 마지막에 한국어 방송이 나온다.

융프라우요흐 위쪽에는 스핑크스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해발 3,571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답게 ‘유럽의 꼭대기(Top of Europe)’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망대는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효율적으로 구경하기 위해서는 안내책자를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책자에는 친절하게 번호가 매겨져 있어 그 순서대로 따르면 된다. 수직고도 108m을 25초만에 오르는 바위 속 엘리베이터로 오르면 기상 대기오염 등을 측정하는 관측소와 관광객을 위한 실내 및 야외테라스(3,571m)가 있는 건물 내부, 테라스가 있다. 테라스에 서면 알레치빙하를 비롯한 등 알스프 고봉과 산악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문을 열고 야외 테라스로 갈 수도 있다. 인터라켄은 한여름이지만 여기는 생각 외로 싸늘하다. 재빨리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설원에 햇빛이 반사돼 무척 눈부시다. 선글라스를 챙겨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는 어린 아이까지 모두 선글라스를 하고 있다. 이곳 눈밭 위에서 스키, 눈썰매, 개썰매를 탈 수도 있다.

얼음터널인 ‘아이스팰리스’를 따라가니 얼음조각상이 반겨준다. 각기 다양한 모습을 한 조각상이 곳곳에 놓여 있다. 아이스팰리스를 지나면 플라토전망대가 나온다. 전망은 스핑크스전망대보다 못하지만 직접 눈 위를 걸으며 만년설을 만끽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눈싸움을 하거나 눈밭 위를 뒹굴며 한여름에 만나는 겨울을 마음껏 누린다.

레스토랑에 가면 한국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 스위스 산꼭대기에서 먹는 얼큰한 라면 맛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하지만 가격은 부담스럽다. 심지어 젓가락과 더운 물까지 돈을 받는다. 연인이나 부부는 젓가락을 하나 산 다음에 부러뜨려 나눠 먹는다.

융프라우로 오르는 산악철도는 1912년에 완공됐다. 개통 당시 자연을 상대로 한 인간의 승리라 전 세계인이 경축한 바 있다.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융프라우요흐에 이르는 거친 산악지대를 안전하게 연결한 공학기술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철로를 건설하는데 꼬박 16년이 걸렸다.

융프라우 지역은 스위스 중심 버니스 오버란트에 있는 웅장한 아이거, 묀히, 그리고 융프라우 산악지대의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역 융프라우요흐를 비롯해 크게 인터라켄, 하더 쿨룸, 쉬니케 플라테, 클라이네 샤이텍, 그린델발트, 휘르스트 등으로 나뉘며 싱그러운 알프스의 초원, 만년설을 머리에 얹은 봉우리들, 끝없이 이어진 하이킹, 눈부시게 아름다운 전망 등 경이로운 대자연의 세계를 기차와 케이블카로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융프라우는 또한 아웃도어 스포츠의 천국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하이킹이나 산악자전거를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나 설매가 흥미롭다. 최근에는 페어글라이딩이나 휘르스트 플라이어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도 많이 늘었다. 한겨울에 융프라우지역 철도의 기차간은 관광객 반, 스키어 반이다. 클라이네 샤이텍까지만 오르면 거기서 리프트를 이용해 융프라우 전역의 설원을 누빌 수 있다. 코스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사흘을 쏘다녀도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다.

하이킹 코스는 전부 76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난이도 높은 산악 하이킹도 있지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도 많다. 계절에 따라 코스는 다르지만 연중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거리마다 산악 레스토랑이 있으므로 물과 비상식량 이외에는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산악자전거도 인기다. 산을 오를 때는 철도로, 내려올 때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하이킹족이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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