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수 교수(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박기수 교수(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발생 9개월만에 전세계적으로 3천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1월20일 국내 첫 환자가 유입된 후 총 확진자수가 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주요 국가에 비해 방역 성적표가 나름 좋은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을 마라톤으로 치면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 중순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한 재확산 양상을 보면, 약간의 방심이 얼마나 악재를 만드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2월 대구 신천지 사태, 5월 연휴의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나름 대응 능력을 높였다. 정보통신(IT)에 기반한 역학조사 능력을 향상하고, 가급적 많은 병상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국민들도 방역의 큰 축으로 건강수칙 준수에 노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6월과 7월을 거치면서 일일 확진자수가 20~30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얼어붙은 경제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면서 여기저기 해이해진 게 사실이다. 국민들도 거리두기에 소홀하기 시작했고, 행정부 역시 각종 할인 행사 등을 통해 경기진작에 좀더 무게를 뒀고, 급기야 광복절 연휴와 함께 사랑제일교회 모임 등이 지금까지도 수습하기 어려운 집단 유행의 촉매제가 됐다.  

다른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교훈은 쓰디쓴 열매로 다가왔다. 확진자가 갑자기 한때 400명대로 치솟고, 이로 인해 위중·중증환자는 한때 200명 수준까지 급증했다.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하루 하루 살엄판을 걷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의료진은 공공의료 문제로 집단휴진까지 발생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코로나19 감염자는 물론, 다른 환자로 전이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특히, 시민들의 피해와 불편은 극에 달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주간 이어진 2.5단계의 고강도 거리두기로 인해 사실상 일상이 거의 멈추는 수준까지 경험하였다. 일상적인 만남과 공부 등의 공간으로 활동되는 카페는 더 이상 우리 공간이 아니었고, 학원과 운동시설 등이 폐쇄됨은 물론, 식당 거리는 저녁 9시 이후 통행금지 상황을 방불케 하였다. 

결국 이는 우리 이웃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고통으로 다가왔다. 식당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데가 흔하고, 문을 닫는 PC방과 골프연습장 등은 폐업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통은 목숨까지 앗아갔다. 경기도 안양에서 노래바를 운영하던 6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춘천에서 노래주점을 하던 30대는 빚더미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학교를 가지 못하고 돌봄을 받지 못하던 어린 아이들은 라면을 끊여먹다가 발생한 화재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비율이 4명 중 1명꼴이다. 무증상 확자가 30~40% 정도라 한 시라도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특히, 북반구를 중심으로 공기가 건조해지고 차가워지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시즌과 맞물려 코로나19은 더욱 기승을 부릴 태세다. 추운 날씨 탓에 몸의 면역력도 떨어지면서 두 개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올 겨울에 대비해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버텨온 노력은 모두 허사로 될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윈데믹을 방어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일부 상온에 노출되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백신에 대한 신뢰는 물론, 방역당국의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여전히 우리 국민, 행정부, 의료진 모두가 나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교훈은 하나다. 경제 문제를 걱정한 탓에 일상의 방역이 조금 퇴보하는 순간, 오히려 우리 서민 경제에는 더 큰 후폭풍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스스로 마스크를 끼지 않고, 남이 씌워주는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라고 한다. 

방역도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가 일상을 지키지 못하고, 방역당국이 규제를 통해 우리 일상을 지켜주는 순간, 우리 경제와 건강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이미 목도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다. 우리 국민의 자발적이고도 철저한 방역만이 우리 경제를 지키는 일이다. 

※박기수 교수(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현) 세계보건기구 감염병 대응평가 등재위원

(현) 해양수산부 홍보 자문위원

(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연구원 감염병 안전평가 자문위원

(전) 보건복지부 부대변인 보건학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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