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1876년 개항 이후 혼란 속에서도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격랑의 시대 속에서 궁(宮)은 근대화를 위해 서양의 새로운 문물과 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며 조선의 신문화를 이끌었다. 궁의 서양식 문물은 근대 국가 조선을 드러내는 상징이자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5월 4일부터 8월 22일까지 특별전 「궁宮, 신문화의 중심에 서다」를 연구소 내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개최한다.

▲ 제1부 <조선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에서는 궁궐을 밝힌 전기와 유리 전등, 위생용기를 중심으로 전통 궁궐 속에 수용된 새로운 생활문화의 모습을 전시하였다.

 

오얏꽃무늬 유리 등갓 19 ~ 20세기 초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오얏꽃무늬 유리 등갓 19 ~ 20세기 초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진 설명> 1883년(고종 20) 미국을 방문한 보빙사 일행은 밤거리를 환하게 밝힌 전등을 보고, 조선 내 전등 설비 도입을 제안하였고, 1887년(고종 24) 경복궁 후원의 건청궁(乾淸宮)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불을 밝히게 된다. 궁궐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전기 시설이 갖춰지면서 밤까지 활동 시간이 연장되어 왕실의 생활양식이 변화하게 되었다.

▲ 제2부 <궁중의 장식품, 외국 화병>에서는 왕실의 외국 도자기 소비와 수용 배경을 소개하였다. 조선의 18세기 <청화백자 용문 항아리>와 19~20세기 일본의 서양 수출용 도자기 화병, 중국 청 황실의 고급 채색도자기 ‘법랑 화병’ 등 국내·외 도자기를 함께 전시하여 궁중 장식도자기의 변화상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 프랑스 세브르(Sèvres), 1878년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 제작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 프랑스 세브르(Sèvres), 1878년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 제작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진 설명>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제작한 대형 장식용 병이다. 1888년 프랑스의 마리 프랑수아 사디카르노Marie François Sadi Carnot(1837.8.11.-1894.6.25.)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로 추정된다.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의 1888년 8월 출고 기록을 보면 클로디옹 병Vase Clodion 두 점과 함께 살라미나 병Vase de Salamine 한 점이 한국의 왕에게 보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병의 내부에는 녹색 마크 S.78와 붉은 마크 DECORE A SEVRES, RF, 78이 남아있다. S는 세브르Sèvres를, 78은 1878년에 제작되었음을 의미하며, RF는 République Française, 즉 프랑스 공화국의 약자이다.

 

백자 공작새 꽃무늬 화병 중국, 19-20세기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백자 공작새 꽃무늬 화병 중국, 19-20세기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진 설명> 중국 징더전 민간 가마에서 페라나칸을 주소비층으로 제작한 화병이다. 페라나칸은 싱가포르, 말레이반도 등지에 살던 중국 상인의 후손으로, 중국의 전통을 지키며 새로운 생활에 맞춘 도자기를 주문하였다. 봉황과 모란, 옅은 녹색과 분홍색을 주조로 하는 색감은 페라나칸 자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봉황과 같은 상상의 새를 시작으로 공작, 까치, 물총새 등 갖가지 새를 암수 한 쌍으로 표현하고 연꽃, 모란, 매화, 국화 등의 꽃을 화면 가득 배치했는데 이들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오얏꽃무늬 서양식 식기 Western-style Tableware of Joseon Court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오얏꽃무늬 서양식 식기 Western-style Tableware of Joseon Court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진 설명>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수입 식기 중 만찬을 위해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  필리뷔트Pillivuyt의 식기 세트이다. 조선 왕실에서 주문 제작한 식기로서 백자에 금색 선을 두르고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이화문(李花文)이 장식되어 있다

▲ 제3부 <궁중의 서양식 신문화>에서는 서양식 연회를 개최해 각국 외교관들과 교류하며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한 조선왕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장은 창덕궁 내부의 서양식 주방을 당시 모습대로 재현하였으며, 12가지 서양식 정찬이 차려지는 궁중 연회 모습을 영상으로 연출하여 관람객이 마치 연회 속에 직접 와 있는 느낌을 받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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