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강릉~삼척 해돋이 바다열차

지난 13일 강원도 강릉에서 삼척으로 향하는 바다열차 안에서 해돋이를 맞았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모습을 보이자 바다열차를 가득 메운 승객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겨울바다 여행은 낭만 그 자체다. 일반 열차가 단순한 교통 수단이라면, 바다열차는 열차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바다 여행이 가능하다. 바다열차는 바다를 향해 배치된 좌석에 앉아 바다를 구경할 수 있도록 개조한 관광 열차다. 바다열차는 여름에 이용객이 가장 많지만 알고 보면 겨울에 훨씬 유용하다. 모진 바닷바람을 피해 겨울바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일 바다열차는 운행 횟수를 늘렸다. 첫차 출발시간을 오전 7시10분으로 앞당겨 ‘해돋이 바다열차’라고 이름을 붙였다. 동해안 해맞이 여행을 겨냥한 포석이다. 지난 13일 타본 해맞이 바다열차는 기대 이상이었다. 혼자 즐기던 겨울바다의 낭만이 깨지는 건 아닐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바다열차에서 내다본 겨울바다는 포근했다.

지난 13일 일요일 오전 7시10분 강원도 강릉역. 삼척역으로 향하는 바다열차에 올라탔다. 전체 114석 중 11석만 남기고 좌석이 꽉 찼다. 주말 바다열차 좌석을 구하려면 최소 2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바다열차는 열차 안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개조한 관광 열차로 전국에서 딱 하나뿐인 특별 열차다. 한쪽 벽면에 전면유리에 가까운 커다란 창을 냈고, 창문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의자를 배치했다. 강릉역에서 삼척역까지 해안선을 따라 58㎞ 구간을 1시간30분에 달린다.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안내방송이 나왔다. 승무원이 디제이를 맡아 퀴즈도 내고 승객 사연을 전해주고 신청곡을 들려줬다. 동해 바다 바라보랴 퀴즈 참여하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바다열차가 달리는 구간 중 방해물 없이 바다와 딱 붙어 달리는 곳은 안인해변~정동진역, 옥계역~망상해변, 묵호역~동해역 구간으로 모두 20분 정도 된다.

이른 아침 삼척역 앞에 형성되는 번개시장.
 강릉역을 떠나 10분쯤 지나 안인해변에 도달했다. 짧은 터널을 통과하자 마술처럼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다. 열차가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열차 앞쪽부터 “우와” 함성이 차례로 터졌다. 해안선에는 큼직한 바위가 온몸으로 파도를 맞으며 서있었고, 먼바다에는 오징어잡이 배가 떠 있었다. 거친 동해 바다가 눈앞에 환하게 들어왔다.

 정동진역이 가까워지자 열차 안에는 드라마 ‘모래시계’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열차는 정동진역에서 10분 정도 정차했다. 해돋이 바다열차 승객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역 밖으로 나갈 시간은 안 됐지만 정동진 기념비나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시간으로는 충분했다.

 이날 해돋이 예상 시간은 오전 7시39분. 정동진에는 이미 해맞이를 나온 사람으로 가득했다. 해변부터 기차역 승강장까지 저마다 자리를 잡고 해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정동진역 구경을 마친 바다열차 승객이 서둘러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는 정확히 39분에 다시 움직였고, 드디어 일출이 시작됐다. 구름 사이로 은은히 빛이 퍼져 나왔다. 하늘은 주황색 빛으로 변했고 한줄기 빛이 바다에 내려와 반짝거렸다. 차가워만 보이던 겨울 바다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열차는 묵호역과 동해역을 차례로 지나 추암역에 도착했다. 추암역에서부터 삼척역까지는 바다열차만 운행하는 구간이다. 일반 열차는 이제 더 이상 이 노선을 달리지 않는다.

 추암역 바로 앞에 있는 촛대바위 전망대가 보였다. 촛대바위는 동해 일출 명소 가운데 하나로, TV에서 애국가가 나올 때 맨 처음 등장하는 바로 그 갯바위다. 오전 8시36분 종착점인 삼척역에 도착했다. 따뜻한 열차에서 나와서인지 바닷바람이 생각보다 드셌다.

 

 

●여행정보

바다열차는 강릉역에서 오전 7시10분·10시24분·오후 2시10분, 삼척역에서 오전 8시45분·낮 12시10분·오후 3시 45분에 출발한다. 편도 가격은 특실 어른 1만5000원·어린이 1만3500원, 일반실 어른 1만2000원·어린이 1만800원, 프러포즈실 1실 5만원(2인 기준). 강릉역에서 오전 7시10분 출발하는 해돋이 바다열차와 삼척역에서 오전 8시45분 출발하는 임시열차는 2월 11일까지는 매일 운행하고 2월 16, 17, 23, 24일 운행한다. 코레일관광개발 삼척지사(seatrain.co.kr) 033-573-5474.

[기사제공=중앙일보 | 글=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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