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 트레킹⑦] 루체른은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도시이자 휴양도시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로이스 강, 강 위에 걸린 다리들, 잔잔하고 푸른 호수와 호반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별장형 주택 등. 마치 예쁜 그림엽서를 보는 듯 아름다운 풍경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도시는 고풍스럽고 매우 매력적이다.

루체른의 상징이자 여행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카펠교다. 로이스 강 위에 비스듬하게 놓인 이 다리는 1333년에 요새의 일부로 건축됐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로 길이가 무려 280m에 달한다. 70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아직도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는 카펠교는 나무다리 위에 지붕이 얹혀 있고 그 지붕에 17세기 화가 하인리히 베그만이 그린 루체른의 역사, 그리고 성인에 대한 그림이 펼쳐져 있다. 1993년 화재로 다리의 절반이 소실됐다가 다음해에 복원됐다.

카펠교 아래쪽에는 팔각형의 탑이 물속에 우뚝 서 있다. 카펠교와 함께 요새의 일부로 건축된 수중탑으로 보물 금고나 고문서실, 감옥 등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지금은 카펠교와 나란히 여행자들에게 카메라 세례를 가장 많이 받는 건물이다. 다리 난간에 기대어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물을 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로이스 강을 건너가면 구시가지에 접어든다. 큰 건물은 많지 않고 대개 5,6층 정도 높이에 아담하고 예쁜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모퉁이를 돌면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다가오고, 건물 벽에 그려진 오래된 프레스코 벽화가 불쑥 튀어나온다. 광장 한 가운데에 자리한 분수대에는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이나 잠시 다리를 쉬어가는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구시청사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호프 교회’는 아름다운 탑과 스위스에서 제일 큰 17세기의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735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됐으나 여러 번의 재건 과정을 거치면서 1645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건축됐다. 그 후 17세기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소실됐지만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두 첨탑만이 건축 초기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구시가지의 북서쪽에 자리한 ‘빈사의 사자상’은 대성당에서 뢰벤 거리를 300m 정도 올라간 지점에 빙하공원 옆에 있는 작은 공원 안에 있다. 이 조각상은 1821년 덴마크 유명 조각가 토르발트젠의 작품으로 작은 연못을 사이에 두고 회색빛 사자가 등에 창이 박힌 채 마지막 순간까지 부르봉 왕가 상징인 흰 백합의 방패를 지키면서 죽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자상에는 스위스의 아픈 역사가 아로 새겨져 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의 사자는 1792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났던 당시 스위스 용병들이 그들을 고용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키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이 사자상에는 그 당시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병사 이름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새겨져 있다.

루체른은 예전에 매우 견고한 성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무제크 성벽이다. 루체른 구시가지에 지금도 900m쯤 남아 있는 이 성벽은 일반 여행자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하지만 중세풍 도시인 루체른의 진면목을 엿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소다. 성벽 위에서는 로이스 강과 루체른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루체른은 도시도 아름답지만 주변으로 펼쳐진 자연의 파노라마 또한 장관이다. 알프스 영봉인 해발 2,132m의 팔라투스가 솟아 있고, 리기·티틀리스 등 봉우리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 필라투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톱니바퀴 열차, 골든 라운드 트립 등 환상의 코스를 경험해 볼 수 있다. 티틀리스는 해발 3,020m 높이의 스위스 중부 최고봉으로 일 년 내내 눈과 빙하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 최초의 회전식 곤돌라로도 유명하며 꼭 한 번은 올라가 봐야 할 만큼 주변 풍경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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