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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산은 언제나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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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등록일
2011-12-30 09:57:09
조회수
4228
태백산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서울 인근의 산에도 눈이 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양평에 있는 용문산을 찾았다. 강변북로를 따라가며 본 아차산이나 용문산은 눈을 볼 수 없었지만 양평으로 들어서는 순간 멀리 하얗게 모자를 쓴 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서울을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용문산 입구 주차장에 들어서니 올해 첫 눈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를 지나 용문사로 오르는 길도 주변에 눈이 많이 쌓였다. 태백산의 폭설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올 첫 눈을 만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 포장길을 따라 용문사로 올랐다.
머리에 수북이 눈을 이고 있는 굵은 소나무는 하얀 눈과 대조를 이뤄 올곧은 선비의 정신을 느끼게 한다. 소나무 길은 장장 1km 거리로 용문사 앞까지 이어졌다. 용문사 앞에 이르니 수령이 천년은 넘었을 거라는 은행나무가 이방인을 반긴다. 이 은행나무는 마의태자가 심었다고 하는 설이 있는가 하면,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용문사를 대표하는 은행나무는 수령도 수령이지만 높이와 크기에서도 웅장함을 자랑한다. 신라시대 창건 됐다고 하는 용문사는 대웅전이나 관음전, 요사체 등의 사찰 건물과 더불어 꼭 보아야 할 것이 정지국사 부도 및 부도 비다. 보물 제531호로 지정된 부도 비는 권근이 비문을 지었다고 한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부도는 연화대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규모가 크지도 않다. 바닥 돌과 아래 받침돌은 4각이며 위 받침돌과 탑의 몸은 8각이다.
용문사에서 정지국사의 부도와 부도 비를 탐방하고 다시금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정지국사 부도 비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산 사면을 가로질러가는 걷기 좋은 산책길이다. 나무가 뿜어내는 그윽한 향과 하얀 눈이 조화를 이뤄 새벽 첫 눈길을 걷는 느낌이다. 산책로를 따라 주차장까지 가는 데는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눈이 많아 용문산 산행에 나설 수 없었던 나에게는 가장 인상 깊은 곳이었다.
이유는 소일하며 걷는 느낌도 좋았지만,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며 해바라기가 되어 잠시나마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숲은 그냥 지나쳐 가는 곳이 아니라 그 속의 내음을 맡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작성일:2011-12-30 09:57:09 180.71.169.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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