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린져의 경주여행 이야기 ⑤

( 경주여행 : 2012. 7. 4 ~ 7. 7 )  

 

경주에서의 첫 날. 벌써 밤 11시가 넘은 시간   
거리는 인적도 없이 조용하고, 밤은 깊은데 마냥 자전거를 타고 있는 샐린져양  

경주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돌아서 지도도 보지 않고 한참을 돌아다닌 뒤
다시 직진으로 쭈욱 길을 내려왔더니 길을 잃었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따라서 길을 물어볼 방법도 없고
역시나 경주는 릉이 어찌나 많은지 무슨 무슨 릉이 있다는 푯말만을 보면서
가로등 불빛만이 고마운 좁은 길을 한참을 달리다가
주유소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가가서 물어보니 바로 조금만 더 가면 불국사역이 있단다.

 

그렇게 불국사역까지 온 샐린져양  

 

그런데. 이 주변에 별로 마음에 드는 숙소가 없다.
가볍게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싶어도 불가능한 것이 하나 발견한 찜질방은 문을 굳게 닫은 상태이고, 
일본도 아닌 한국의 pc방은 밤을 지내기에 부적절한데 길가의 모텔이나 여관들도 한결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언가 부적절한 침침한 분위기라고 할까.   
민박이나 이런 쪽을 구하고 싶어도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결국 불국사역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고서는 그마나 깔끔하고 좋아보이는 무인모텔을 발견하여 
오늘 밤은 결국 이 무인모텔에서 하루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자전거를 세우려고 하니 경사진 길에 자전거가 잘 세워지지 않는다.
한참을 자전거와 씨름을 하는데 혼자 어두운 시간에 자전거를 들고 모텔 앞에서 시간을 보내니
이상해 보인 것일까,
  아주머니 한 분이 모텔에서 나오시더니 잠을 자고 갈 것이냐고 말을 걸어주신다.   


"예, 얼마예요?"

"원래 5만원인데 아가씨 혼자이니 4만 5천원에 해줄께"

"아이고, 비싸네요. 4만원에 해주세요"

 

그렇게 4만원에 낙찰을 보고 자전거를 세울 궁리를 다시 하는데 아주머니가 딱한 눈빛으로 보시더니
그냥 들어와서 주차장에 세워두면 되는 것이란다.

 

 

 

알고보니 무인모텔은 각 방마다 들어가는 입구라고 할까, 계단이 따로 있고 그에 딸린 주차장이 별도로 있기에
그냥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어도 주차장 셔터를 닫으면 자전거를 잃어버릴 걱정일랑 하나 없었던 것 ^^;;

아주머니에게 그렇게 살짝 바보 느낌을 드리고
모텔 안으로 들어오는데 과연 아주머니 말씀대로 원래 숙박비용은 5만원
만 원이나 깍아준 아주머니의 친절이 감사한데 그나마 현금은 37000원 밖에 없어서
만 원 짜리 석 장과 카드 결재 만원을 더해서 숙박비를 치르고 모텔 안으로 들어간다.
 

  

벌써 밤 12시가 넘은 시간 

 

 

오,
그런데 이 무인 모텔, 영겹결에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무지하게 깔끔하고 좋다.
방도 넓고, 쾌적해 보이는데다가 컴퓨터도 있다.

 

아까 보았던 길가의 낡은 여관인지 모텔인지에 가지 않았던 것을 다행이라고 할까.  

 

칫솔도 주고, 면도기도 주고, 심지어는 얼굴팩도 주고,  
필요는 전혀 없으나 콘돔도 주시고  
긴 머리 묶고 싶어서 꼭 필요했던 머리끈도 준다

 

 

냉장고 안에 음료수와 사탕도 있다.

 

취사도구가 있다는 모텔의 가족실은 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해하면서
 도대체 몇 시간을 자전거를 타고 달린 것인지 계산도 안되는 채로 재빨리 가방을 던져버리고 샤워부터 하고 텔레비젼을 켜보니  뉴스에서 아저씨가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참, 재미있는 것은 여기 모텔의 안내책자이다. 
 

 

관광객이 많은 경주답게 각 관광지의 입장료에 대한 안내며 맛집이 모텔 안내책자에 실려있는데  
맛집에 대한 부분에서 어쩐지 좀 신뢰가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노숙하지 않고 이 모텔을 발견하고, 거기에 가격까지 깍은 것이 뿌듯하고 침대가 편안한데 잠이 오지 않아서
한참이나 뒤적대다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들어버린다.

 

그리고 아침의 시간 
10시까지 늦잠을 늘어지게 자다가 빗방울의 소리에 잠을 깨는 샐린져양  
비가 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과하게도 비가 세차게도 내려서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혹시 조금 기다리면 비가 그쳐주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
경주까지 여행을 와서 모텔의 방을 차지하고 앉아서 어제 읽다가 만 부분의 책을 다시 읽는다.  

그러다가 결국 12시 체크 아웃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우산을 들고 자전거를 이끌고 밖으로 나오는데 간밤에 깜깜한 와중에 선뜻 들어오기 꺼려졌던
무인모텔의 주차장이
밝은 낮에 보니 그렇게 이상해보이지 않고 그냥 청결해보인다.  

 

그러니까 이 계단을 올라가면 각 실과 연결이 되는 셈이고
방 번호가 적힌 주차장의 셔터가 내려가면 방 안에 사람이 있다는 뜻인데
친절하게도 각 주차장 옆에 화면으로 방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 사진이 거의 싱크로율 100%의  사진 !!

 

간밤에 샐린져양이 있었던 212호실의 사진을 보니 실제와 사진이 완벽하게 똑같아서는
괜히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면서 다른 방은 어떤 모습일까 구경을 하다가  
주차장을 두 바퀴나 휙 돌아보고도 사진상으로 볼 때 특실과 일반실의 차이를 구별하는데 실패하고
그만 모텔 밖으로 나온다.  

이제 고작 목요일
토요일에 자전거를 반납하기도 하였으니 토요일까지 자전거를 이끌고 다녀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비가 무진장 온다.    

그리고 절대 쉽게 그칠 기세가 아닌 빗방울들
집에서 따뜻한 토스트나 만들어 먹어야 하는 것을 이렇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불국사쪽으로 가보기로 하고 자전거 바퀴를 힘차게 밟아본다.  

물론, 그래보았자 전혀 폼은 나지 않는다.

 
[ 경주여행 Tip ]

 - 경주 불국사역 주변에는 딱히 눈에 띄는 찜질방이나 사우나가 없다.
 
 (찜질방이 하나 보이긴 했는데 꽤 오래 전에 문을 닫은 듯한 기세였음)

 - 전반적으로 불국사역 주변은 볼 것이 별로 없이 휑한 거리이다.
 모텔로 숙소를 구한다면 샐린져양이 묵은 무인모텔 쪽이 불국사역 앞 쪽보다 깔끔한 편인듯 하고 불국사역 앞에는 PC방 두 곳과 편의점 하나, 조금 큰 마트 하나가 눈에 띄일 뿐이다.  참,  이 쪽으로 오는 분들은 숙소로 주로 펜션을 이용하는지 불국사 가는 길에 펜션들 간판은 무척 많았다.   

 

 

 

 

2012 경주, 샐린져

 

 

- 경주 세븐모텔

 주 소  : 경상북도 경주시 시래동 945-16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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