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열 일곱 번째 -

바다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했던 근원이며, 생명체에 필수적인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날씨를 조절하며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8%를 차지하는데, 이는 육지 면적의 2.43배이며 부피는 13억 7천만 km3에 이른다. 그리고, 바다는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미개척지로 인류가 탐사한 심해는 2% 정도에 불과하다. 탐사하지 못한 나머지 심해에는 어떤 생물이 살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잠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니까 물가에 가지 말라든가 배를 타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왔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 해양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있다. 세계는 해양을 미래자원의 보고(寶庫)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마찬가지로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법칙이 오늘날에도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도어 정보신문 ‘바끄로’는 우리가 꼭 개척해야 할 바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바다 전문가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를 연재한다.

우리 바다를 지키며 우리 바다의 치안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해양경찰교육원의 고명석 원장이 들려주는 미래자원의 보고(寶庫) 바다와 얽힌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통해 바다와 좀더 친숙해 보자.  -편집자 주-

▲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우리 섬? ⓶

이전에도 간간이 있었지만 독도 강치잡이는 메이지 시대 전후 일본에서 모피산업이 시작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1903년 나카이 요자부로(中井養三郞)라는 일본인이 독도에서 강치를 잡아 큰 수익을 남겼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강치잡이 독점권을 원했다. 그는 일본 정부를 통해 조선에 독도 어업권을 청원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청원서를 받은 일본 정부는 이를 조선에 통보하지 않고 나카이에게 “독도는 주인 없는 섬이니 조선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 영토 편입 및 독점권을 청원하라”고 독려하였다. 그러자 1904년 나카이가 이같은 청원서를 제출하였고 일본 정부는 각의를 거쳐 독도를 시마네현 영토로 편입시켜 버렸다. 이것이 주인 없는 독도를 먼저 차지했다는 ‘무주지 선점론’이었다. 

▲ (자료출처:위키피디아) 왼쪽 – 1947년 광복후 첫 실시한 독도조사 때의 강치 사진, 오른쪽 - 일본 어민이 1934년 독도에서 강치를 남획하는 모습

독점권을 얻은 나카이는 독도에서 그물, 총, 몽둥이를 사용하여 대학살극을 자행하였다. 1904년 한 해에만 2,750마리나 도살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독도 강치는 가죽은 모피로, 지방은 기름으로, 고기는 사료로 쓰이면서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4년까지 살아있는 개체가 발견되긴 했지만, 일제 강점기가 끝날 즈음에는 이미 생물학적 멸종단계에 이르렀다.

이처럼 다케시마의 날이 강치 학살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학살의 주범인 일본이 오히려 독도강치 잡이를 영토를 주장하는 단골메뉴로 이용하고 있으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다른 면에서 보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대한 국제법적 관점을 이해함으로써 독도를 지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소 생소하지만 바다의 헌법인 ‘유엔해양법 협약’을 알 필요가 있다. 2차 대전 후 바다 이용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첨예했던 각 국은 수십 년에 걸쳐 토론과 회의를 하였다. 그 결과 1994년 11월 ‘유엔해양법 협약’이라는 국제 조약을 발효시켰다. 협약 안에는 각 국의 영해를 12해리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200해리로 정하고 있다. 

‘영해(territorial waters)’란 육지처럼 그 나라의 통치권이 미치는 바다를 말한다. 12해리(1해리=1.852km)는 22km쯤 된다.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은 그 나라가 생물 및 무생물 자원에 대한 모든 경제적 권리를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바다를 말한다. 200해리는 370km이다. 

협약에 비추어 본 우리나라 바다 상황은 이렇다. 한국과 일본은 1996년 유엔해양법에 따라 EEZ를 선포하였고, 중국도 1998년 이를 선포하였다. 하지만 실제 EEZ 경계를 획정할 때 한・중・일 간의 바다가 400해리보다 좁기 때문에 EEZ가 중첩되는 문제가 발생된다. 이처럼 양국 사이에 EEZ가 중첩되는 경우 동 협약에서는 양국이 합의에 따라 경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합의를 위해 매년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 미 획정인 상태로 남아있다.

▲ (자료출처:국립해양조사원) UN해양법 협약에 따른 “섬”과 “암석”의 차이

이제 국제관계에서 인정되는 섬의 지위를 살펴보자. 섬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주위가 수역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라고 쓰여 있다. 협약에서는 섬을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밀물일 때도 수면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라 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섬이 주위의 바다를 영해와 EEZ로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섬(island)과 암석(rock)은 국제법적으로 주어지는 지위가 다르다. 협약에 따르면 ‘인간의 거주가 가능하고 독자적 경제생활이 가능한 섬(island)’이 EEZ를 갖는다. 이 정도에 이르지 않은 암석(rock)은 영해를 설정할수 있지만, EEZ를 가질 수는 없다. 

▲ (자료출처: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수중 3D 단면도

알기 쉽게 독도와 이어도를 예로 들어보자. 독도는 앞에 언급한 섬(island)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독도로부터 12해리의 영해를 가지며, 이 바다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전면적으로 미치고 일본 선박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한다. 또한, 200해리의 EEZ를 설정할 수 있다. 반면 이어도는 바다 속 암초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한 형태이므로 섬(island)도 아니고 암석(rock)도 아닌 수중 암초일 뿐이다. 이런 까닭에 이어도는 영해와 EEZ를 갖지 못한다. 많은 국민이 이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촉구한다. 하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영해가 아니며 중국과의 EEZ 경계도 획정되지 않아서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현실이다.

▲ ▲ (자료출처:프랑스 AFP통신) 오키노도리 산호초 해역 항공사진

이와 관련하여 해양 영토에 대한 일본의 집요함을 볼 수 있는 극적인 사례가 있다. 도쿄 남쪽 1,740km 떨어진 태평양에 ‘오키노도리(沖の鳥)’라는 두 개의 산호초 바위가 있다. 수면으로부터 70㎝, 가로 2m, 세로 5m 정도 크기로서 큰 탁자만하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1987년부터 콘크리트 보강 공사를 통해  산호초를 증식시키고 50m나 되는 섬으로 재탄생 시켰다. 산호초 암석(rock)을 영해와 EEZ를 갖는 섬(island)으로 바꾸려는 억지스런 노력이다. 만약 오키노도리가 섬으로 인정된다면 태평양 한가운데 430,000m² 이상의 경제 영토가 생기게 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독도에 대한 국제법적 지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그래서 독도는 영해와 EEZ를 갖는 섬(island)이지만 이어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섬의 영어 표현인 ‘island’를 보면 ‘is(바다) + land(땅)’가 결합된 단어이다. 섬은 물리적 형태로서의 육지만으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주위의 바다와 공존할 때 비로소 개념이 형성되고 공간으로서 가치가 생기게 된다. 

독도는 ‘우리 땅’이 맞지만 이를 둘러싼 바다 영토까지 고려한다면 ‘우리 섬’이 보다 적절한 표현이다. 독도를 사랑한다면 이제부터는 “독도는 우리 땅!”대신 “독도는 우리 섬!”을 외쳐보는 것은 어떨지?

-해양경찰교육원 고명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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