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섭지코지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6월 7일(월) 제주 서귀포시 섭지코지의 아침은 한적했다. 조그만 주차장 앞에 있는 올인휴게소가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섭지코지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성산일출봉 등 유명관광지가 코로나19 방역으로 매표소 문을 일찍 닫지만 섭지코지는 언제나 열려있다. 신양리사무소 관계자는 “섭지코지는 항상 오픈입니다. 아무 때나 오셔도 됩니다”고 말했다.  

섭지코지 정상으로 가는 길이 포장이 잘 되어 있고 깨끗했다. 노란 야생화와 검은색 절벽 파란 수평선이 비경이다. 경사가 완만해서 노약자들도 천천히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코지하우스.  사진=박종철 기자
코지하우스.  사진=박종철 기자

하얀 과자처럼 생긴 코지하우스가 왠지 눈에 거슬린다. 고즈넉한 주변 풍경에 어울리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튀는 듯하다. 드라마 '올인' 교회가 2014년 리모델링하여 코지하우스로 바뀌었는데 지금도 많은 논란 속에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송혜교의 '올인' 교회
송혜교의 '올인' 교회

이병헌과 송혜교 주연의 TV 드라마  ‘올인’은 지난 2003년 최고 시청률 48%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당시 드라마에서 송혜교는 조그만 교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그 교회가 바로 지금의 코지하우스 자리에 있었다.

 

협자연대와  졸고 있는 말, 사진=박종철 기자
협자연대와  졸고 있는 말, 사진=박종철 기자

코지 언덕에 사각형으로 가지런하게 쌓인 검은색 돌무더기가 눈길을 끈다. 이 지역의 수호신처럼 아래를 내려다보며 굳건히 버티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연기와 횃불로 급한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산 정상에는 봉수대를, 해변 지역에는 연대를 설치했다. 가로 세로 약 9m 높이 약 3m의 이 검은색 현무암 석축물이 협자연대다. 18명이 배치되어 북쪽으로는 오소포연대 성산봉수대와 서쪽으로는 말등포연대와 교신했다. 피땀 흘려 조국을 지킨 선열들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협자연대 아래에서 커다란 말 한 마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필자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 바라보다가 귀찮은 듯 커다란 눈을 다시 감아 버린다. 어제 휴일에 너무 일을 많이하여 피곤한가 보다.  불쌍하다. 

 

섭지코지와 유채꽃, 사진=박종철 기자
섭지코지와 유채꽃, 사진=박종철 기자

선녀바위가 해안가에 홀로 서 있다. 하늘나라 선녀를 짝사랑하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선돌로 굳어버린 용왕 아들이 오늘도 선녀를 기다리고 있다. 선돌바위 아래로 하얀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  

 

'붉은 오름'과 방두포 등대, 사진=박종철 기자
'붉은 오름'과 방두포 등대, 사진=박종철 기자

섭지코지에서 가장 높은 곳은 ‘붉은오름’ 정상이다. 붉은 화산재 송이로 덮여 있는 정상을 지키고 있는 하얀 방두포 등대가 이국적이다. 등대 아래로 섭지코지와 글라스하우스 성산일출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진다.  2019년 해양수산부 이달의 등대에도 선정된 이 무인 등대는 백색 등을 4초에 1회씩 점등하여 8해리(약15km) 밖에 있는 선박이 안전항해하도록 도움을 준다. 

 

말타는 곳, 사진=박종철 기자
말타는 곳, 사진=박종철 기자

내려오는 길에 승마장이 있다. 오전 9시가 겨우 지났는데 벌써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다. 한번 타는데 5천원이다. 흑마와 백마가 여물을 먹고 있다. 아까 졸고 있었던 말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섭지코지는 제주 방언 ‘좁은 땅’이라는 뜻의 ‘섭지’와 ‘곶’이라는 뜻의 ‘코지’가 합쳐져서 생긴 지명으로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천일야화’, 드라마 ‘올인’ 등을 촬영하며 제주도에서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 한류 열풍이 한창일 때는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 등지에서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기도 했다.

※ 사진 촬영: 2021년 6월 7일(월), 2024년 3월 20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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