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저구항 매물도 구경 3호, 사진=고희수 기자
거제도 저구항 매물도 구경 3호, 사진=고희수 기자
저구항 갈매기, 사진=고희수 기자
저구항 갈매기, 사진=고희수 기자
매물도 당금마을, 사진=고희수 기자
매물도 당금마을, 사진=고희수 기자

간밤을 설쳤다. 드디어 소매물도에 간다. 물때 따라 열리는 숨겨진 등대섬을 보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아 새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숙소 앞에 있는 거제도 흑진주 몽돌 해수욕장에서 뜻밖에 일출을 보았다. 파도가 밀려왔다 몽돌에 부딪치며 빠져나가는 소리가 특이해 한참 서 있었다. 조식을 포기하고 호텔 문을 나섰다. 저구항으로 가는 길에 작년에 왔던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 신선대 표지판이 보인다. 감회가 새롭다.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6km 떨어진 곳에 있다. 행정구역으로 통영에 속해있으나 거제도 저구항에서 가깝다. 통영에서 배를 타면 한 시간 반 걸리지만 저구항에서는 45분 소요된다. 등대섬 물때를 맞추기 위해 8시 30분 소매물도로 출발하는 첫 배를 예매했다. 매물도 구경 3호는 정시에 출항했다.

구경 3호 갑판에 서서 새우깡을 손에 높이 들었다. 저구항 갈매기가 어디선가 나타나 계속 따라온다. 갈매기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망설이더니 순식간에 과자를 낚아챈다. 손에 꼭 쥐어 보았다. 손가락을 물지 않고 부리로 과자만 잘라갔다. 허공에 던지면 잘도 받아먹는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 떼와 한참 놀았다. 갈매기를 바로 코앞에서 본 것은 처음이다. 특별한 추억이었다. 

 

소매물도항,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항,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등대길,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등대길,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남매바위,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남매바위, 사진=고희수 기자

여객선 왼쪽으로 가왕도가 지나간다. 매물도 당금마을과 대항항을 경유하여 9시 20분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쿠크다스 섬으로 알려진 소매물도는 평지가 없고 산길이다. 등대섬으로 가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지름길 대신 해안을 따라 둘러 가는 소매물도 등대길을 선택했다. 

등대길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다. 중간에 야자매트를 깔아 트레킹 하기 편하다. 단풍은 졌지만 동백나무 숲이 아직도 우거지다. 애틋한 사랑이 전해지는 남매 바위 오빠 바위 위에 작은 관목이 자라고 있다. 아래 바닷가에는 누이동생 바위가 있다. 작은 바위 섬 가익도에 가마우지는 보이지 않는다. 가익도는 밀물과 썰물 때 5개 혹은 6개 섬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고도 한다.

 

매물도관세역사관, 사진=고희수 기자
매물도관세역사관,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에서 본 등대섬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에서 본 등대섬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152m 망태봉에 관세역사관이 있다. 관세청은 1978년 남해안 지역의 해상 밀수 근절을 위하여 선박 주요 출입 통로이자 감시 최적지인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에 레이다 감시서를 설치했다. 1987년 폐쇄했다가 2011년 관세역사관으로 개관하였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휴관이어서 관람하지 못했다. 

망태봉 전망대에 올라섰다. 산 너머 꼭꼭 숨어 있던 통영 8경 등대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얀 등대와 촛대바위 분홍색 지붕의 항로 표지 관리소가 선명하다. 과연 명승으로 지정될 만하다. 북쪽으로 거제 망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등대섬 가는 길,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 가는 길,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공룡바위(우)와 매물도(좌), 사진=고희수 기자
소매물도 공룡바위(우)와 매물도(좌),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 전망대에서 바라본 등대섬,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 전망대에서 바라본 등대섬, 사진=고희수 기자

바닷가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 가파르다. 바다에서 우뚝 솟은 초대형 공룡바위와 등대섬의 비경을 두 눈에 담았다. 열목개 앞에서 만난 국립공원공단 아저씨가 때를 기막히게 잘 맞춰왔다며 빨리 내려가라고 말했다. 

 

썰물로 열린 열목개, 사진=고희수 기자
썰물로 열린 열목개, 사진=고희수 기자

11월 22일(화) 오전 11시 40분 마침내 열목개 몽돌 해안에 첫발을 디뎠다. 과연 바다가 갈라져 있다. 70m 길이의 자갈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활짝 열려있다. 오늘(22일) 국립해양조사원 바다 갈라짐 물때 시간은 11시 48분부터 15시 30분 사이로 되어있는데 썰물이 조금 빨리 온 것 같다. 동글동글한 커다란 몽돌이 미끄러워 조심해서 건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길 열목개는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열린다. 

 

등대섬 촛대바위와 등대,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 촛대바위와 등대,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이 소매물도보다 훨씬 유명하다. 등대로 오르는 길에 초지와 관목이 우거져 있다. 1917년 8월 5일 최초 점등한 등대 옆에 촛대바위가 보인다. 가파른 해안 절벽과 천 길 낭떠러지가 절경이다. 등대섬은 소매물도 남쪽에 인접한 섬으로 특별한 지형경관 및 자연식생, 멸종위기 동물 매 서식 등으로 환경부가 지정한 특정도서이다. 동쪽 해안 절벽 글씽이굴에는 진시황의 신하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새겨놓은 글자가 있다고 한다. 

 

등대섬 등대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 등대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 길,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섬 길, 사진=고희수 기자

등대에서 바라보는 소매물도 풍경도 장관이다. 뒤로 대매물도가 떡 버티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떠 있는 작은 섬이 정겨워 보인다. 열목개 몽돌길을 다시 건너 소매물도 선착장으로 가는 지름길에 올랐다. 

지름길은 돌계단으로 정비되어 걷기 편했다. 94살 할머니가 좌판에서 멸치와 갈치 국화차 자연산 홍합을 팔고 있다. 거제도에서 16살에 소매물도로 시집와서 할아버지를 환갑 전에 여의고 8남매를 홀로 키웠다고 말했다. 마음이 찡했다.  

토박이 식당에서 식사하고 바당다방에서 커피를 마셨다. 경상도 주인 아주머니가 상냥하다. 뱃고동을 울리며 들어온 여객선이 15시 20분 정시에 거제도로 출발했다. 소매물도 갈매기가 쫓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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