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을 하루 앞둔 8월 9일(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우리나라에서 피서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운대가 겨울처럼 한산하다. 여름이면 해변을 아름답게 수 놓는 파라솔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만 해도 형형색색으로 백사장을 가득 메웠으나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춰버렸다. 2008년 1.5km 해변에 7,937개의 파라솔이 설치되어 기네스북에 등재된 해운대 해수욕장이 조기 운영중단에 들어간다.
부산시는 내일(10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고 22일까지 시내 7개 공설해수욕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파라솔과 피서 용품 대여 샤워 탈의장 운영이 중단된다. 그러나 해수욕장법에 따라 입욕과 레저활동은 할 수 있다. 휴가철 극성수기인 8월 초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송도 송정 일광 임랑 등 부산의 해수욕장이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9호 태풍 ‘루핏’의 영향으로 파고가 높게 일어 입욕이 금지되었다. 입수금지를 알리는 깃발이 곳곳에 보인다. 비상 체제에 들어간 안전 요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태풍이 코로나보다 더 세다.
누나가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파도가 밀려와도 무섭지 않다. 모래가 발가락을 간지럽힌다. 허리숙인 남매가 바다와 데이트 중이다.
‘해운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나 여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 해운대 해수욕장이다. 두꺼비도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이상한 시대가 되었다. ‘백사장에서는 마스크 착용’이라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인다.
체온 스티커를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체온이 높으면 초록색 스티커가 노란색으로 변한다고 담당자가 말해주었다. 옆에 있는 돌 벤치에 스티커를 붙여보니 즉시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미포항 방향에 설치한 수중 방파제 등표가 눈길을 끈다. 이 등표는 파도가 만들어 내는 물방울과 물거품을 헤치고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과 세계로 도약하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민광식 작가가 설치했다. 왼쪽으로 붉은색 꽃잎 위에 꽃술이 솟아있는 APEC 기념 등대도 보인다, 조각가 이원경씨가 디자인 한 이 등대는 제13차 APEC 정상회의를 맞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단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뜻으로 바다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을 형상화했다.
태풍으로 바다가 거칠어졌다. 너울성 파도가 밀려온다. 피서객들이 물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갈매기만 신났다. 한 여인이 오늘도 망원경으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동백섬 방향에도 민광식 작가의 ‘세계를 바라보다’ 수중 방파제 등표가 있다. 수중 방파제는 선박이 물 밑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부딪치지 않도록 양쪽 끝에 등표를 설치하여 위치를 알려준다.
바람 빠진 튜브와 접힌 파라솔, 선베드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백사장을 지키고 있다. 파라솔과 피서 용품 매표소 모두 문을 닫았다. 오늘은 태풍으로 입수가 금지되었고 내일부터는 거리 두기 4단계로 영업을 하지 못한다. 매표소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피서객이 줄어 2년 연속 직격탄을 맞았는데 해수욕장 폐쇄로 올해 장사도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해운대는 통일신라 시대의 문인 최치원이 백사장이 수려한 이곳의 경치에 감탄해 자신의 호 해운(海雲)을 따서 이름을 붙이며 알려지게 되었다. 예로부터 명승지로 유명해 조선팔경(대한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독일의 공영방송사 ZDF에서 세계 3대 해수욕장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방문한다. 1965년 '해운대해수욕장'이란 이름으로 정식 개장하였으며 한국 관광 100선에 4회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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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 싶은 '한국관광 100선'] (100) (끝) 울릉도&독도, 신비의 섬! 독도는 우리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