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마편초가 핀 박지도에서 바라 본 반월도, 사진=박종철 기자
버들마편초가 핀 박지도에서 바라 본 반월도, 사진=박종철 기자

보라색을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 섬들의 천국인 1004섬 신안에 보라색으로 치장한 ‘퍼플섬’이 있다. 바다 위 '퍼플교'는 보랏빛 세상의 시작이다. 보라색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마을도 식당도 창문도 카페도 송전탑도 둘레길도 전동차도 모두가 보랏빛이다. 보라색이 보고 싶다면 퍼플섬에 가면 된다. 

전라남도 신안은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곳이다. ‘퍼플섬’은 신안군 안좌도 남쪽에 딸린 두 개의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 섬마을이다. 2018년부터 주민들이 지붕을 보라색으로 색칠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2021년 12월 유엔세계관광기구에서 제1회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어 단번에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퍼플섬 입구,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섬 입구,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섬에 걸어서 가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매표소→문브릿지(단도~반월도)→반월도→퍼플교(반월도~박지도)→박지도→퍼플교(박지도~두리)→매표소로 나오는 코스를 택했다. 박지도로 입도하여 반월도를 거쳐 문브릿지로 나와도 된다. 

퍼플섬 입구 카페에서 퍼플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스크림도 보라색이다. 주인은 색소를 쓰지 않고 비트를 갈아 넣은 무설탕 수제 아이스크림이라고 자랑했다.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는 보라색 상품만 판다. 보라색 옷이나 모자 우산 액세서리 등을 착용하고 들어가면 입장료가 무료다. 9월 16일(금) 매표소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문브릿지, 사진=박종철 기자
문브릿지,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 사진=박종철 기자

문브릿지를 통과해야 반월도에 들어간다. 문브릿지는 부력에 의해 해수면 위에 떠 있는 부교로 교량을 지탱하는 기둥인 교각이 없는 다리다. 기상 악화로 조류나 풍랑이 일면 많이 움직인다. 오전에 썰물이어서 다리가 갯벌에 내려앉아 흔들리지 않았다. 길이가 380m에 불과해 금방 반월도에 도착했다. 

 

반월도 조형물과 전동차,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 조형물과 전동차,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 낙지목장과 노루섬,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 낙지목장과 노루섬,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는 섬 모양이 반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절을 따라 라일락과 수국 자엽안개 보라색 루드베키아 자목련 등 보라색 꽃이 섬을 수놓는다. 전동차를 이용하면 동네 주민으로부터 해설을 들으며 4km 해안둘레길을 쉽게 돌아볼 수 있다. 바다 창고와 김 양식장 당숲 낙지목장 노루섬 푸른섬 등이 하나 하나 얼굴을 내민다. 신안군관광협의회 이송재 주임은 “퍼플섬 주민 대부분은 김과 전복 양식이 주업이다. 퍼플섬 김은 지주식 양식으로 썰물 때 햇볕과 바람을 맞아 특히 맛이 있다”고 말했다.

 

퍼플교(반월-박지),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교(반월-박지),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 카페,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 카페,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교와 갯벌,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교와 갯벌, 사진=박종철 기자

반월도를 구경하고 나면 박지도로 들어가는 퍼플교를 만난다. BTS의 뷔가 말했다는 ‘I PURPLE YOU’ 조형물이 다리 위에도 설치되어 있다. 나무로 된 해상보행교 아래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신안 갯벌은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한국 전체 갯벌 면적의 15%, 전남의 38%를 차지할 만큼 넓다. 질 좋은 바다와 갯벌이 남도의 맛을 결정한다. 농게가 붉고 커다란 집게발을 자랑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갯벌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덧 박지도다. 

 

박지도 전동카트,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 전동카트,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 마을 호텔과 식당,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 마을 호텔과 식당,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 바람의 언덕,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 바람의 언덕,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는 박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섬이 박 모양처럼 생겼고 둘레길이 2km에 불과한 아담한 섬이다. 조그마한 섬이 온통 퍼플로 물들어 있다. 천천히 산책하거나 전동카트를 운전하며 보랏빛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를 볼 수 있다. 구영철씨는 “1964년 울산 복산초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 37명과 함께 여행왔다. 60여 년 전 동심으로 돌아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스타 국화정원에서 바라본 반월도, 사진=박종철 기자
아스타 국화정원에서 바라본 반월도,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 나팔쉼터,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 나팔쉼터, 사진=박종철 기자

9월 1일부터 ‘매혹의 보라 향기 속으로’라는 주제로 ‘퍼플섬 버들마편초 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여름 야속한 태풍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버들마편초가 둘레길에 늘어서 있다. 아스타 국화정원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신안군은 9월 30일부터 반월 · 박지도에서 ‘보라보라 퍼플섬’이라는 주제로 ‘퍼플섬 아스타꽃 축제’를 개최한다. 퍼플섬은 라벤더, 라일락, 접시꽃, 버들마편초, 아스타 등 보라색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연이어 피는 이색적인 섬이다. 

 

박지도 퍼플교,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 퍼플교, 사진=박종철 기자

늦은 오후 밀물이 들어와 퍼플섬이 진짜 섬이 되었다. 바다 위 퍼플교는 갯벌 퍼플교와 또 다른 느낌이다. 퍼플교는 박지도와 두리마을도 이어준다. 신안군은 박지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두 발로 걸어서 육지로 나오고 싶다"는 소망을 듣고 2007년 목조교를 건설했다. 문브릿지까지 합하여 다리의 총 길이가 1842m이다.  

 

퍼플교(두리-박지),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교(두리-박지),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교(두리-박지), 사진=박종철 기자
퍼플교(두리-박지), 사진=박종철 기자

박지도에서 퍼플교를 건너 두리매표소에 도착하면 보라색 섬 여행이 끝난다. 퍼플섬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가 대기의 진정한 색이라며 사랑했던 보라색과 잘 어울리는 섬이다. 주차장 근처 매점에서 보라색 호떡을 팔고 있다. 주인 아주머니는 건강 비트를 넣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보라색 호떡은 처음이지만 맛은 달달한 호떡 맛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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