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꽃 붉게 물든 만대루에 올라서니
가까운 듯 먼 듯 병산은 당당하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하얀 백사장을 달군다.
굽이치는 낙동강은 어디로 흐르나?
젊은 날 배우고 익혀 배롱꽃처럼 붉게 타오르리라.
경북 안동의 고즈넉한 서원에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한여름 병산서원은 화사한 배롱꽃 천지다. 그곳에 가면 자연과 사람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서원 건축의 백미도 만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2관왕에 빛나는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의외로 좁고 군데군데 비포장도로다. 8월 4일(목)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아 찜통더위가 이어졌지만 서원은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예쁘다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배롱꽃과 함께 인생샷을 남기려고 모두 바쁘다. 박점석 문화관광해설사는 “배롱꽃이 7월에 한 차례 만개했다가 진 후 8월 초인 지금 다시 절정기를 맞이했다. 평일에도 사진작가와 가족 친구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복례문은 서원의 정문으로 극기복례에서 유래하였다.
서원 속의 조그만 정원 광영지 위로 배롱꽃이 한 잎 두 잎 떨어진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 둥근 섬이 있어 한국 전통 연못의 모습 ‘천원지방‘을 따랐다.
보물인 만대루에서 병산과 낙동강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만대루는 서원의 교류와 유생들의 유식을 위한 누각으로 국내 서원 중 규모가 가장 큰 누마루다. 안전점검 관계로 출입이 금지되어 아쉽다. ‘만대’라는 이름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백제성루’ 중 “푸른 절벽처럼 둘러쳐진 산수는 저녁 무렵에 마주하기 좋으니”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목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장식과 기교도 없이 꼭 필요한 요소만 갖추고 건축하여 자연과 어우러지는 한국 전통의 빼어난 멋을 그대로 보여준다.
병산서원은 전학후묘의 원리에 따라 앞쪽에는 강학 영역을 두고 뒤쪽 높은 곳에는 제향 영역을 배치하였다.
강학 영역은 학문을 배우는 공간으로 강당인 입교당과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 서원에서 만든 목판과 고문서 등을 보관하던 장판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교당 중정에 백년된 무궁화가 꽃을 피웠다. 입교당은 유생들이 배우고 원장과 교수가 거처하는 서원의 핵심 공간으로 입교는 가르침을 바로 세운다는 뜻이다. 강학당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옆에 온돌방이 있다. 입교당 뒤 창으로 배롱꽃이 액자 속 사진처럼 차경(借景)되어 들어온다. 동재와 서재 앞에 홍매 청매 잎이 푸르다.
제향 영역은 향사를 지내고 준비하는 공간이다. 입구인 내삼문과 사당인 존덕사, 향사 음식과 제기를 준비하는 전사청으로 되어 있다. 전사청이 꽃으로 치장했다.
존덕사에는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 국란을 슬기롭게 극복한 서애(西厓) 류성룡과 류진의 위패를 모시고 매년 음력 3월과 9월 초정일에 향사를 지낸다.
입교당 뒤뜰에 있는 수령 400년 된 배롱나무 보호수가 만발했다. 배롱꽃은 7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100일 동안 피고 지는 여름꽃이다. 박해설사는 “병산서원에는 사계절 병산 풍경과 배롱나무 보호수 그리고 달팽이 화장실의 볼거리가 있다”며 “류성룡 선생님은 껍질이 없어서 겉과 속이 같은 배롱나무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청렴한 성품의 선비를 좋아하셨다. 제자들이 서애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말했다.
달팽이 모양 뒷간은 일꾼들이 상용하던 화장실이다. 문도 없고 지붕도 없이 돌담으로 둥글게 감아서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달팽이와 비슷하다.
유림들은 서애의 뜻에따라 1575년(선조 8년) 안동 풍산에 있던 풍악서당을 병산으로 옮기고 '병산서원'이라 불렀다. 병산서원은 사림 공론의 장으로 1868년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 살아남은 47개 서원과 사당 중 하나이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로서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화산을 등지고 있으며 낙동강 줄기를 따라 4km 정도 내려가면 하회마을이 나온다. 도산 · 도동 · 소수 · 옥산 · 남계 · 돈암 · 무성 · 필암서원과 함께 한국의 서원으로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 사진 촬영 : 7월 26일(화), 8월 4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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