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포 마을, 사진=고희수 기자
도장포 마을, 사진=고희수 기자

바람이 분다. 바람이 내게로 온다. 발아래 탁 트인 바다는 춤을 추고 파도는 하얀 포말로 부서진다. 시원한 해풍에 늦여름 한낮의 무더위는 금새 사라진다.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면 복잡했던 마음도 세상 근심 걱정도 어느새 바람이 데려가 버린다. 바람맞아 좋은 곳이다. 

9월 27일(월), 조그만 항구가 짙푸른 바다를 피해 육지로 쏙 들어와 숨어있다. 도장포항이 바람의 언덕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늘색으로 빛나는 방파제가 파도를 막아준다. 도장포항은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있는 어항으로 학동만의 안 바다에 있다. 파도가 잔잔하여 옛날부터 대한해협을 지나가는 배들이 쉬어갔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원나라 및 일본과 무역하는 도자기 배의 창고가 있었다 하여 도장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자연의 수호자, 사진=고희수 기자
자연의 수호자, 사진=고희수 기자

도장포 마을 바닷가에서 개와 사람이 바람의 언덕을 바라보고 있다. 이재준 작가의 ‘Guardian of the Nature(자연의 수호자)’ 연작으로 '개'는 자연을 상징하고 '인간'은 인류를 의미한다. 자연과 인류가 공존하여 아름다운 동행이 이곳에서부터 다시 시작되기를 바란다.  

 

도장포 방파제, 사진=고희수 기자
도장포 방파제, 사진=고희수 기자

도장포 방파제는 하나의 거대한 콘크리트 예술 작품이다. 이 방파제는 특이하게도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방파제 벽에 폭포와 물고기 벽화가 그려져 있고 위에는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바람의 쉼터가 있다. 바다 위에 나무 데크로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너야만 바람의 쉼터로 갈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우산 손잡이와 지팡이를 닮았다. 4각형 뿔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트가 일부 보이지만 방파제로 알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바람의 쉼터, 사진=고희수 기자
바람의 쉼터, 사진=고희수 기자

바람의 쉼터는 도장포 방파제를 힐링의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바람의 형상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파고라의 그늘 밑에서 방문객들이 해수를 직접 느끼며 지친 발을 담그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족욕장도 만들었다. 

 

바람의 언덕, 사진=고희수 기자
바람의 언덕, 사진=고희수 기자

도장포 마을의 북쪽에 자리잡은 언덕이 바람의 언덕이다. 육지가 바다를 향해 말밥굽 모양으로 볼록하게 튀어 나왔다. 이름에 걸맞게 불어대는 바닷바람에 모자는 날아가고 머리 손질은 허사가 되었다. 바다 너머로 노자산과 학동 흑진주 몽돌해수욕장 그리고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외도가 보인다. 바람의 언덕은 입장료가 없고 연중무휴 24시간 개방한다.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으나 거제시가 도장포 발전을 위해 지명 공모한 이후 2002년 경부터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TV드라마 이브의 화원(2003년) 회전목마(2004년) 영화 종려나무숲(2005년)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등을 촬영해 거제도의 주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풍차, 사진=고희수 기자
풍차, 사진=고희수 기자

바람의 언덕 정상에 있는 풍차가 이국적이다. 나무로 만들어서 예쁘지만 낯설기도 하다. 윙윙 바람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거제시는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도장포 야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2009년 11월 풍차를 설치했다. 풍차 주위 민둥산에 산책로가 잘 닦여져 있고 억새와 이름 모를 풀이 우거져 있어 운치가 있다. 

 

바람의 언덕과 풍차, 사진=고희수 기자
바람의 언덕과 풍차, 사진=고희수 기자

도장포 마을 산에 있는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차와 바람의 언덕이 한 폭의 그림같다.  오랜 세월 해풍을 맞으며 견뎌 온 동백나무 길과 도장포 마을은 덤으로 볼 수 있다. 도장포 산길을 따라 약 2km 걸어가면 명승 2호인 거제 해금강과 만난다.  

 

관광객들이 27일 도장포에서 오후 2시 외도행 유람선에 승선하고 있다, 사진=고희수 기자
관광객들이 27일 도장포에서 오후 2시 외도행 유람선에 승선하고 있다, 사진=고희수 기자

도장포 유람선은 해금강을 거쳐 해상식물 정원과 천국의 계단으로 유명한 외도 보타니아에서 2시간 동안 정박했다가 다시 항구로 돌아온다. 요금은 대인 1만 9천원 소인 1만 1천원이다. 해금강 십자동굴과 우제봉 신선대 솔섬을 40분에 일주하는 선상 관광 유람선은 오늘 파도가 높아 운항을 중지했다. 아쉬웠다. 도장포 유람선은 도장포 마을 주민이 공동지분으로 출자해서 만든 법인회사다. 

거제시는 청정바다가 펼쳐진 아름다운 해양도시다. 거제 바람의 언덕은 바람이 많이 불고 전망이 좋아 거제 8경에 속한다. 짧은 시간 돌아보아도 여운은 길게 남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2017년부터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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