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외암민속마을 다듬이 체험장, 사진=고희수 기자
아산 외암민속마을 다듬이 체험장, 사진=고희수 기자
장독대와 김치움, 사진=고희수 기자
장독대와 김치움,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민속관,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민속관,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돌담길,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돌담길, 사진=고희수 기자

또닥또닥 또다닥 딱딱 또닥또닥 딱딱딱. 돌담 너머에서 다듬이 소리가 들려온다. 때로 강하고 때로는 약하게 운율이 춤을 춘다. 어릴 때 많이 들었던 소리다. 엄마가 나무 방망이로 하루 종일 옷감을 다듬던 바로 그 소리, 슬프고도 정겨운 소리다. 먼 옛날의 엄마가 생각난다. 보고 싶다. 아산 외암민속마을에서 그리운 어머니의 추억을 만났다.

4월 16일(토) 할머니 두 분이 마주 앉아 장단에 맞춰 홑청을 두들기고 있다. 다리를 구부리지 못하고 옆으로 쭉 뻗었다. 관절이 불편하신가 보다. 생전에 엄마가 차가우니까 앉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다듬이돌도 보인다. 한진수(84) 할머니는 부녀회에 소속되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다듬이 체험장에 나온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충북 보은에서 아산으로 시집오기 전부터 다듬이질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 있었지만 이제 팔도 아프고 힘이 빠져 장단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는 아들과 세 딸이 있는데 모두 잘 살고 연락도 자주 한다며 자식 자랑하기에 바빴다. 

 

외암마을 감찰댁,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감찰댁,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건재고택,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건재고택, 사진=고희수 기자
건재고택 설산장, 사진=고희수 기자
건재고택 설산장,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민속마을에는 참판댁 감찰댁 풍덕댁 교수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건재고택(영암댁) 신창댁 주부댁 등 집주인의 벼슬이나 출신 지명을 따서 택호를 정한 가옥이 절반 가까이 된다. 기와집과 초가집을 가리지 않고 마을 지도와 대문 앞 문패에도 택호가 붙어 있는 곳은 외암민속마을이 유일하다.  

건재고택은 조선 성리학자인 외암 이간 선생이 출생한 가옥으로 18세기 말엽 후손 이욱렬 공이 건립하였다고 전하여진다. 사랑채 앞 마당에 특이하게도 정원이 꾸며져 있다. 설화산 계곡의 시냇물을 끌어들여 빨래터와 연못까지 만들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처가댁으로 ‘설산장’ 등 추사체 편액이 많이 걸려있다. 이현숙 해설사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한산 이씨와 사별 후 예안 이씨와 재혼 하여 한 번 다녀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해설사는 “김정희 선생은 예안 이씨를 매우 사랑하여 제주도로 유배 갔을 때 부인을 위해 한글로 편지를 썼다”며 “예안 이씨가 돌아가신 후 홀로 사셨다”고 덧붙였다. 

 

외암마을 느티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느티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연자방아,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연자방아,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돌담길,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돌담길,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과 냉이 꽃밭,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과 냉이 꽃밭, 사진=고희수 기자

꼬꼬댁 꼬꼬댁! 초가삼간 옆 조그만 닭장에서 닭들이 힘 자랑에 열중이다. 처마 아래 멍석이 걸려있고 겨우내 때고 남은 장작더미가 쌓여있다. 김치움 앞 장독대 고추장이 봄볕에 익어가고 쟁기와 지게 삽 낫 호미가 농사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돌담이 낮아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외암마을 돌담길은 예스럽고 고즈넉해서 좋다. 6.3km 돌담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600여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느티나무와 물레방아 연자방아 반석정 석각도 만난다. 마치 내 어머니의 어머니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활짝 핀 냉이꽃이 들판을 하얗게 수놓았다. 

 

외암마을 한옥 찻집,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한옥 찻집,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민박,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민박,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돌담, 사진=고희수 기자
외암마을 돌담, 사진=고희수 기자

돌담길에 한옥 찻집 여진이네가 숨어 있다. 조그만 정원에 온갖 꽃이 만발했고 도시에서 보기 힘든 목화꽃도 피었다. 커피는 물론이고 대추차와 생강차 오미자차 전통 식혜 쑥 미숫가루 기관지에 좋다는 도라지 조청과 구절초 조청을 팔고 있다.

외암민속마을은 민박으로도 유명하다. 주인이 거주하는 농가는 아래채를 빌려쓰고 주인이 살지 않으면 독채로 집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 4인 덕현네부터 15인 참판댁까지 규모가 다양하고 청계 달걀 고추장 된장 청국장 간장 등을 판매한다. 이현숙 해설사는 “외암마을 55호 중에서 약 30호가 민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암마을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은 북쪽 설화산을 주산으로 남서쪽의 구릉지에 자리 잡고 있다. 500여 년 전부터 형성된 전통 부락으로 현재 사람이 살고 있어 마을 자체가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이다. 충청지방 고유 격식을 갖춘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 다량의 민구 민속품이 전해져 내려온다. 국가민속문화재로 2021년 한국관광 100선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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