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중흥을 이끈 제 25대 무령왕이 공주의 원도심을 바라보며 무어라 말하는 듯하다. 공주시는 9월 18일 무령왕릉 발굴 50년과 갱위강국 선포 1500년을 맞아 공산성 금서루 앞 연문광장에서 무령왕 동상 제막 행사를 가졌다.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세계유산도시 공주시는 올해를 ‘무령왕의 해’로 선포하고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쳐왔다. 찬란한 문화왕국 백제의 역사와 향기가 오늘도 공주에 가득하다.
【공산성】
공산성의 주 출입문은 서쪽에 있는 금서루다. 주차장에서 금서루로 오르는 길 옆에 송덕비와 제민천교 영세비 등 47기의 비석들이 눈길을 끈다. 출입문이 두 개인 금서루 성곽위에서 노란색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공산성 깃발은 송산리 6호분 벽화에 있는 사신도를 재현한 것으로 동서남북에 각각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그려 넣었다.
탁 트인 전경에 가슴까지 시원하다. 금강 너머로 석양에 비친 공주 시내가 고즈넉하다. 3만㎡의 넓고 평탄한 왕궁 부속시설지가 골짜기에 숨어있고 강변에는 북쪽 문 공북루가 있다. 삼면이 가파른 성벽이고 앞에 강이 있어 방어하기 좋은 산성이다. 공북루는 금강을 왕래하는 남북통로의 관문이었다. 백제는 이곳에 왕궁 관련 부속 건물을 짓고 도로 배수로 저수시설 연못 등을 설치했다. 2011년 저수시설에서는 백제 시대의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특히 옻칠 갑옷에서는 ‘貞觀十九年(정관십구년)’ (645년,의자왕 5년) 붉은색 글씨 등이 확인되어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돌로 정교하게 쌓은 사각형 깊은 연못에 물이 고여 있다. 석축이 견고하여 앞으로도 수 천년은 거뜬히 견딜 것 같다. 연지는 공산성 안에서 사용하는 물을 저장하던 연못으로 윗부분은 길이 22m, 너비 11.5m이고 아랫부분은 길이 9m, 너비 4m이며 깊이는 10.2m이다. 연지와 금강 사이에 만하루 누각이 있다. 비단을 깔아놓은 듯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 금강을 바로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만하루 앞쪽에 있는 성벽은 조선 시대에 확장한 것으로 전쟁시에는 공산성을 방어하고 평소에는 풍류를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쌍수정 앞 왕궁지가 쓸쓸하다. 화려했던 궁궐은 보이지 않고 낯선 말뚝 주위로 낙엽이 뒹굴고 있다. 백제는 고구려 신라와 전쟁으로 어려울 때 왕궁을 검소하게 지었다. 그러나 웅진을 발판으로 나라를 잘 다스려 ‘갱위강국’을 선포하며 다시 일어섰다. 왕궁지는 산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공주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공산성 저녁 하늘에 예쁜 눈썹 같은 초승달이 떴다. 공산정과 공북루 만하루가 불을 밝혔다. 성곽 둘레길도 백제의 색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금강이 미르섬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다.
공산성은 백제시대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웅진 백제를 지킨 왕성이다. 22대 문주왕이 475년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뒤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이 538년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64년간 왕들이 살았던 곳이다. 해발 110m 능선과 계곡을 따라 흙과 돌로 쌓은 포곡형 산성으로 백제시대에는 웅진성, 고려시대에는 공주산성과 공산성, 조선시대에는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산성에 머문 이후 쌍수산성으로도 불리웠다. 공산성 성벽의 전체 길이는 2,660m로 대부분 조선 시대 토성에서 석성으로 개축했다. 공주 제 2경으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약 1시간 정도 소요되고 30분이면 금서루에서 공북루나 왕궁지를 보고 돌아올 수 있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전시관은 무령왕릉 및 5-6호 고분을 실물과 동일한 크기의 모형으로 재현했다. 전시관을 나와 무령왕릉으로 올라가는 길이 낙엽 하나 없이 깨끗하다. 경사가 완만하고 공원처럼 잘 조성되어 있어 노약자도 산책하기에 좋다. 낮은 언덕길 초입에 새로 설치된 세계유산 백제역사 유적지구 표지석이 눈에 띈다. 공주시는 9월 29일 이 자리에서 ‘송산리고분군’의 명칭을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으로 변경하는 정명식을 가졌다. 고분들은 표고 약 120m 정도 되는 송산을 북쪽의 주산으로 하고 따뜻한 남쪽 경사면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공주 제 1경으로 능선을 따라 아름다운 오솔길을 걷다 보면 국립공주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그 유명한 무령왕릉 앞에 섰다. 공주의 자랑 무령왕과 왕비가 합장된 벽돌무덤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무덤보다는 언덕처럼 보인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1971년 배수로 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기적처럼 1442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세상으로 나왔다. 5232점의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국보로 지정된 12종 17점을 포함하여 국립공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무덤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과 축조 연대를 알 수 있는 고분으로 백제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1997년 문화재청의 영구 비공개 결정에 따라 내부관람이 중지되었다.
무덤을 지키는 상상속의 동물 진묘수가 국립공주박물관 앞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50년 전 발굴단원들이 깜깜한 무령왕릉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1446년 동안 주인을 지킨 진묘수였다. 국보인 무령왕 진묘수는 정수리에 쇠 뿔이 났고 몸에 날개가 달려있다. 뭉툭한 입과 큰코 몸통 일부에는 귀신을 쫓는 의미로 붉게 진사를 칠했다. 살찐 돼지같아 귀엽기도 하여 한참 봐도 질리지 않는다. 백제인의 예술 수준이 대단하다. 무령왕릉 해설사는 "무령왕릉은 천우신조로 천정이나 벽이아닌 입구를 만나 파괴되지 않고 온전하게 발굴되었다"며 "처음 무덤을 열었을때 입구에서 빨간 입술을 칠한 동물이 노려보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진묘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무령왕릉에서 발견되었다. 중국의 진묘수는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어 한번만 봐도 섬뜩하고 속이 울렁거려 다시 보기 싫다.
백제시대의 찬란한 진품들을 볼 수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기념하여 2021년 9월 14일부터 2022년 3월 6일까지 ‘무령왕릉 발굴 50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그동안 비밀에 싸여 있었던 금꽃 꾸미개 등 무령왕릉 출토유물 5232점 전체를 공개하고 있다. 1971년 무령왕릉 발견 이후 출토유물 전체를 한자리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으로 만든 무령왕 왕비의 금관 꾸미개가 화려하게 빛난다. 가까이서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답다. 1500년 전 옛날에 이렇게 멋진 장신구를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관 꾸미개는 왕비의 머리 부분에서 2점이 발견되었는데 두께 2mm 내외의 얇은 금판을 오려 제작했다. 연꽃을 엎어놓은 모양의 받침과 그 위에 활짝 핀 연꽃을 꽂은 꽃병이 있고 주위에 인동초 무늬가 있다.
오수전과 진묘수(복제품) 제사상 뒤에 왕(우)과 왕비(좌)의 목관이 있다. 무령왕릉 발굴당시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제사상에는 청동 숫가락과 청동 젓가락 청동 접시와 청동 잔이 각각 2개씩 올려져있다. 왕의 목관이 왕비보다 약간 더 크다. 두 목관 다 두꺼운 판재의 내부와 외부에 옻칠하여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보인다. 뒤로 왕과 왕비의 목걸이 귀걸이 등도 전시중이다. 왕비의 목걸이가 왕의 목걸이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화려하다.
역사 문화 관광의 도시 충청남도 공주시는 12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시청 본관 1층 열린 공간에서 ‘다시 함께 만나는 무령왕 50 · 1500 기념사업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2021 무령왕의 해’ 공식 선포식과 엠블럼 제작을 시작으로 무령왕 탄생 및 서거 추모 제례, 무령왕 동상 제작 등 유관기관과 함께 1년여간 추진한 19개 기념사업 순간을 담았다.
공산성 및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등 백제역사 유적지구는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되었다.
※ 사진 촬영 : 12월 8일(수), 9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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