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눈 속에 잠들어 있는 왕궁리 유적, 사진=박종철 기자
눈 속에 잠들어 있는 왕궁리 유적,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유적에 함박눈이 내렸다. 용화산 남쪽 끝자락 빈터에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백제 왕궁은 사라져 보이지 않고 오층석탑(왕궁탑)만 서 있다. 하얀 세상에 시간이 멈춘 것 같다. 화려했던 왕궁은 어디로 갔을까? 홀로 남은 석탑에게 백제의 역사를 물어본다.

왕궁터를 거닐었다. 12월 24일(토) 강추위로 인적마저 드물어 적막감이 감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만 들린다. 찬란했던 백제 왕궁이 눈 속에 잠들어 있다. 백제 유적지를 돌아보면 패망한 국가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인근에 있는 미륵사지 처럼 석탑만 달랑 남아 있다. 공주 무령왕릉 부여 부소산성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왕궁리 오층석탑,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오층석탑,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눈 온 뒤 왕궁탑, 사진=박종철 기자
눈 온 뒤 왕궁탑, 사진=박종철 기자

국보인 왕궁리 오층석탑이 옛 모습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높이 8.5m로 미륵사지 석탑을 모방하여 단층 기단에 얇고 넓은 옥개석을 얹었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빼닮았다. 익산에서 태어나 중국 명나라에서 더 유명했던 조선 문신 소세양은 ‘눈 온 뒤 왕궁탑을 바라보며’라는 시에서 “눈 속에 옛 왕궁 탑이 하늘 높이 솟아 있구나”라고 노래했다. 과연 옛 시인이 감탄할 만한 기이한 절경 그 자체다. 왕궁탑은 궁성이 사찰로 변한 사실도 알려주었다. 해체 복원 과정에서 금제 금강경 판과 사리함 사리병 등의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었다. 

 

왕궁 남쪽 담장,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 남쪽 담장,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출토 기와,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출토 기와,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후원,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후원, 사진=박종철 기자

무왕의 꿈이 서린 익산 백제왕궁은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천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무왕이 떠나고 궁궐은 무너졌지만 담장은 남아있다.

궁장은 직사각형 형태로 2:1 비례개념을 도입하여 동서 길이 약 240m, 남북 약 490m로 축조되었다. 담장 안팎으로 돌을 깐 보도와 배수로가 보여 백제의 탁월했던 토목 기술이 엿보인다. 궁성 남쪽 전반부에서 왕이 정사를 돌보거나 의식을 거행했던 정전건물터와 수부(首府) 기와가 발견되었고 후반부 북쪽 지대에서 백제 최고의 정원 유적이 확인되었다. 외곽 담장과 내부구조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조성된 백제 왕궁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유적이다.

 

왕궁리 유적 대형 화장실,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대형 화장실,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북쪽 경사로,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북쪽 경사로,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왕궁리 유적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북쪽 후원에서 공방지로 내려오는 경사로가 즉석 눈썰매장으로 변했다. 길이 100m가 넘고 경사가 완만하여 어린이들로부터 인기 만점이다. 공방지 근처에 삼국시대 최초로 발견된 대형 화장실도 보인다. 동탄에 살고 있다는 모씨(여)는 "익산역에서 내려 순환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교도소 세트장과 미륵사지를 들렀다가 이곳 왕궁리로 왔다.  눈이 많이 와서 애들이 신났다"고 즐거워했다.

 

백제왕궁박물관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백제왕궁박물관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백제왕궁박물관 로비, 사진=박종철 기자
백제왕궁박물관 로비, 사진=박종철 기자
백제왕궁박물관 서가, 사진=박종철 기자
백제왕궁박물관 서가, 사진=박종철 기자

백제왕궁박물관에서 12월 20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어린이 문화재 그리기 대회 수상작 전시 ‘익산을 그리다’가 열린다. 백제왕궁박물관은 세계유산 보존 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왕궁리 유적전시관을 대규모 리모델링하고 가상체험관 증축을 거쳐 올해 8월 공식 개관했다. 왕궁리유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무빙 디오라마 모형, 터치형 인터렉션, 홀로그램 등 다양한 모형과 영상들을 곳곳에 배치해 사실감을 더했다.

백제는 기원전 18년 온조왕이 건립하여 660년 31대 의자왕에 이르기까지 700년간 존속했던 3국 시대 한반도의 고대국가이다. 익산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가 포함된 익산·공주·부여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바끄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