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6월이 오면 6.25의 노래가 떠오른다. 전쟁의 포성 속에서 싸우고 또 싸워 조국을 지켜낸 순국선열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남과 북이 마주치는 분단의 현장에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가 있다.
DMZ는 한국전쟁 이후 MDL(Military Demarcation Line, 군사분계선,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km씩, 총 4km 폭으로 정해졌다. DMZ의 남쪽 경계가 SLL(남방한계선), 북쪽 경계가 NLL(북방한계선)이다. 이 곳은 쌍방이 협정에 따라 군사 활동을 금지하지만 적과 가장 가까워 무력 충돌도 발생한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DMZ로 떠나는 여행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DMZ 관광은 셔틀버스로 출발하여 임진각 ⇒ 제3땅굴 ⇒ 도라전망대 ⇒ 통일촌 ⇒ 임진각으로 돌아오는 2시간 30분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사전 예약은 불가하며 선착순으로 매표를 한다.
6월 22일(수) 아침 7시 30분 임진각 DMZ 관광 매표소 앞에 4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곧 이어 30여 명의 다른 외국인들도 들어왔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더 많다. DMZ 관광은 오전 9시부터 발권을 시작하지만 아침 일찍 도착해야 표를 구할 수 있다. 서울앤투어 배경옥 관광통역안내사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 그리고 땅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강남 호텔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이곳 파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DMZ 관광 셔틀버스는 오전 9시 30분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 앞에서 출발했다. 국가안보에 해당되어 창 밖은 물론 버스 안에서의 사진 촬영도 할 수 없다고 통역안내사가 안내방송 했다. 출발하자마자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의 높은 철책과 가시철조망이 나타나 위압감을 준다. 통일교 입구에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기념하여 설치한 누런 황소 동상이 보인다.
검문소에 도착하자 두명의 대한민국 육군 검문검색팀 헌병이 버스에 올라 신분증을 검사했다. 옆 차선에서 탱크와 육군버스가 검문 대기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검문을 마치고 부산부터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지붕이 납작한 미군 부대 막사와 도라대대 지뢰탐색부대 통일촌 등이 보인다. 남북출입사무소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저 길을 따라 곧장 가면 개성공단이 나온다.
남북출입사무소를 앞에 두고 버스는 제3땅굴 방향으로 우회전했다. 온통 지뢰밭이다. 도로 옆에 수 많은 빨간색 삼각형 ‘지뢰’ 경고 표지판이 걸려 있다. 건물과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산하가 적막에 싸여 있다.
땅굴관광이 과연 즐거운 여행일까?
한국민에게 DMZ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통일과 안보 평화와 직결되는 곳이다. 대형 버스가 DMZ 남방 한계선 블루라인을 넘나든다. 비무장 지대 셔틀 버스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가장 특별한 버스다.
제3땅굴 입구는 한적했다. 평화호 모노레일을 타고 약 10여분간 지하로 내려가 적갱도에 도착했다. 긴장감이 느껴진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가 싹 가신다. 적갱도의 높이가 낮아 천장에 안전모가 부딪친다. 바닥에 고인 물이 북쪽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북한이 판 남침땅굴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제3땅굴은 1978년 서울까지의 거리가 불과 52km 밖에 안되는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총 길이 1,635m, 지하 73m에 위치하며 높이 2m 폭 2m의 둥근 아치형 땅굴로 1시간당 3만 명의 병력이동이 가능하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으로 1,200m, 남으로 435m를 파 내려오다가 관통 위치에서 별견되었으며 현재 265m만 도보로 견학할 수 있다. 265m 지점부터 군사분계선 까지는 3중의 차단벽을 설치하여 더 이상 전진이 불가능하다. 제3땅굴은 도보를 이용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땅굴 견학 후 지상으로 올라오는 모노레일 옆자리에 미국인 알렉스(33)씨가 앉았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는 그는 "아내와 함께 휴가 왔다. 놀랍고 신기하며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DMZ 영상관에서 분단의 역사와 자연생태계 영상을 담은 입체 영상물도 보았다.
제3땅굴에서 도라전망대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안에서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땅굴관광이 즐거웠다고 얘기했다.
도라전망대는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남측의 최북단 전망대이다. 1층에서 간단히 교육을 받은 후 3층 옥상 전망대에 올랐다.
첫 눈에 국토를 두 동강 낸 휴전선 너머로 북한땅이 들어온다. 휴전선을 침범해 남쪽 지대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제3땅굴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개성시와 송악산 인공기와 사천강은 맨눈으로도 선명하게 보인다. 개성시는 북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답게 하얀색 고층 아파트가 솟아 있다. 왼쪽으로 개성공단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망원경으로 보니 검은색 고층 빌딩 유리창이 부서져 있다. 개성공단 폭파 때 깨진 유리창 그대로이다. 개성공단 근무자들이 거주했던 기정동 마을은 전망대에서 불과 160m 앞 거리에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다.
오른쪽에는 태극기와 대성동 마을이 보인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특수한 마을로 제일 위험한 곳이다. 배안내사는 “오늘은 비가 오고 나서 날씨가 엄청 좋다. 이렇게 개성시가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신축 이전된 도라전망대는 실향민과 남북분단 현장을 보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 등 연간 80여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이다.
통일촌은 민통선 북방지역에 있는 마을로서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며 장단콩 순두부와 장단콩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 도둑과 대문 경찰이 없는 3무 마을이다.
DMZ 투어를 끝내고 임진각으로 되돌아올 때도 삼엄한 검문을 받았다. 정확하게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국내 최초로 민통선을 연결하는 임진각 평화 곤돌라는 신분증이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 임진각 주차장에서 임진강을 넘어 캠프그리브스 북쪽 탑승장까지 왕복 1.7km를 오간다. 캠프그리브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으로 미군이 1953년부터 조성하여 미 육군 2사단 506연대가 2004년 8월 철수할 때까지 50여 년간 주둔했다. 송중기 송혜교 김수현이 TV 드라마에서 출연했던 부대이기도 하다.
임진각은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가장 북쪽에 있다. 민통선 이남이기 때문에 누구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임진각에서 서울까지는 53km이고 개성까지는 22km다. 임진각 관광지에는 6.25 한국전쟁과 그 이후 민족 대립의 슬픔이 깃들어 있다.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수 많은 총탄과 포탄을 맞고 처참하게 부서졌다. 이 기관차는 한국전쟁 중 포격으로 탈선하여 반세기 넘게 비무장 지대에 방치되어 있었던 남북분단의 상징물이다. 2004년 아픈 역사의 증거물로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로 등록된 후 포스코 지원으로 녹슨 때를 벗겨 내고 경기관광공사가 현 위치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임진철교는 2개의 다리가 나란히 있었으나 전쟁 때 하나는 파괴되어 철교의 교각만 남아 있다. 독개다리에서 보니 6.25 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자유의 다리는 1953년에 한국전쟁 포로 12,773명이 자유를 찾아 귀환하였기 때문에 명명된 다리이다.
임진각에는 미국군 참전비 등 각종 전적비가 있으며, 남북분단 전 신의주까지 달리던 기차 <철마는 달리고 싶다>가 1930년대 실제 모습으로 복원되어 전시중이다. 실향민들이 매년 설날과 추석 때 이북에 계신 부모와 조부모에게 배례하는 망배단도 있다.
평화누리에 자유와 통일을 염원하는 '바람의 언덕' 바람개비와 '통일 부르기' 조형물이 보인다. 내 마음에도 같은 바램을 실어본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과 DMZ는 한 해 평균 700만 명이 찾는 파주지역 대표의 안보 관광지로서 한국 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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