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는 부산의 영도 남쪽 끝에 있는 명승이자 국가지질공원이다. 신라 태종 무열왕 김춘추가 활을 쏘고 조선 태종이 가뭄 때 제사를 지내 태종대라고 부른다. 해발 252m 태종산을 중심으로 120여 종의 수목이 울창하게 자라고 백악기 말 지질 운동으로 만들어진 파식대지, 해식애, 해안동굴 등 환상적인 암벽 해안이 장관이다. 탁 트인 대한해협도 한눈에 조망하는 부산의 대표 해안 경관지이다.
태종대유원지는 도보나 관광열차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4.3㎞ 순환도로인 ‘전망로’에 바다와 섬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다누비 열차’는 광장을 출발하여 전망대→영도등대→태종사→광장의 반시계 방향으로 약 20분 동안 한 바퀴 돈다. 시계 방향인 등대→신선바위→전망대→남항조망지의 연인데이트 코스를 천천히 산책하는 것도 좋다. 유람선을 타면 태종대의 또 다른 해안 절경을 볼 수 있다.
광장에서 영도등대 입구까지는 오르막길이다.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해기사 명예의 전당과 바다 헌장 기념비로 내려가면 1906년 점등한 이후 한 번도 꺼지지 않고 뱃길을 밝혀주는 영도등대를 만난다. 11m 높이의 콘크리트 탑 위에서 18초마다 3회씩 깜박이는 등대를 보고 세계 각국의 선박이 부산항을 찾아온다. 2004년 리모델링하여 항로표지시설부터 자연사박물관, 해양도서실, 해양영상관, 갤러리, 전망대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해양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푸른 바다와 하늘, 붉은 동백꽃과 태양을 뜻하는 이원경 작가의 ‘무한의 빛’ 조형물은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영도등대 아래에 신선이 머물 만큼 아름답다는 신선바위 신선대가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태종대를 신선대라고 불렀다. 지아비를 애타게 기다리던 여인이 마침내 돌덩이로 굳어 버렸다는 망부석 바위가 홀로 서 있다. 남편이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하면 여인들은 이곳에서 그리움과 한을 달래곤 했다.
전망대에는 식당과 매점 카페가 있다. 9월 7일(목)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주전자 섬' 생도 옆으로 배가 오고 간다. 대한해협 수평선 너머로 대마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전망대는 자살바위라 불리던 곳으로 한때 천막 사찰을 세워 떨어지는 목숨을 구하고 죽어간 고혼을 달래기도 하였다. 세상을 비관하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삶의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 전뢰진 작가는 1976년 모자상을 설치했다. 양영심 문화관광해설사는 “모자상이 들어선 이후 이곳에서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망대에서 남항조망지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고 커다란 나무들이 뙤약볕을 막아 준다. 남항조망지 서쪽으로 부산 남항과 송도 다대포 거제도가 보인다.
태종대 바닷가에는 등대 태원 감지 등 동글동글한 천연자갈로 뒤덮인 자갈마당이 세곳 있다. 자갈마당은 지난 수십 년간 해녀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삶의 터전이다. 해녀들은 이곳에서 천막을 치고 직접 잡은 멍게 해삼 낙지 소라 전복 성게 광어를 팔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해녀 최씨(68)도 태원자갈마당에서 평생을 보냈다. 돌멍게가 지금 최고 맛있을 때라며 조금 전 바다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특이하게도 멍게 살에 선홍색 내장이 붙어 있고 향기가 난다. 한 접시에 3만 원이다. 최씨는 “영도에서 태어나 18살부터 이곳에 왔는데 어느덧 50년이 지났다. 요즘에는 손님이 없어서 일찍 문을 닫는다”며 “여기에만 한때 해녀가 20명 넘었는데 지금은 4명밖에 안 남았다”고 아쉬워했다.
※ 사진 촬영 : 2021년 8월 9일(월), 2023년 9월 7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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