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전경, 사진=박종철 기자

강이나 호수처럼 보이는 넓고 넓은 습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한여름 수면을 녹색 융단처럼 뒤덮었던 물풀은 사라지고 갈대와 물억새에 갈색빛이 감돌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물고기가 수면으로 뛰어오르고 왜가리의 날개짓은 우아하다.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창녕 우포늪에 가면 화려한 도시도 편리한 문명도 초라해진다. 

 

우포늪 주 출입구,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주 출입구,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은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인 약 1억 4천만년 전에 형성되었다. 낙동강의 범람으로 생긴 배후습지로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자연내륙습지다. 습지란 물에 젖어 있는 땅으로 물도 아니고 땅도 아닌 지역을 말한다. 짠물이든 민물이든 인공물이든 모든 물을 가리지 않고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 깊이가 6m 이하인 지역으로 논이나 사막의 오아시스도 습지에 속한다.

 

소목나루터, 사진=박종철 기자
소목나루터, 사진=박종철 기자

10월 2일(토) 소목나루터에도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거룻배가 늪 가장자리에서 장대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포늪은 주민들에게 풍요를 안겨 주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어부는 아침이면 긴 장대로 노를 삼아 거룻배를 타고 일터로 나간다. 장대 나무배에서 고기 잡는 모습은 우포늪의 풍경이자 상징이 되었다. 우포늪에는 붕어와 메기 잉어 가물치 물달팽이 논우렁이 말조개 등 어류와 패각류가 서식하고 있다. 기러기 마을 소목 나루터는 옆에 있는 주매제방과 함께 풍경이 아름다워 영화와 CF 촬영지로 유명하다. 

 

왕버들 군락, 사진=박종철 기자
왕버들 군락, 사진=박종철 기자

장재마을 우만제방 앞에 흐드러진 왕버들이 물 위에 군락을 이루고 눈부신 해를 가린다. 뿌리는 물론 줄기도 물에 잠겨있다. 이름 모를 수풀도 물에 제 몸을 담그고 생명을 이어간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비롭다. 우포늪에는 왕버들 외에도 환경부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가시연꽃과 노랑어리연꽃 마름 물억새 자라풀 개구리밥 창포 등 식물이 자라고 있다. 

옛날 우포늪에 사는 용왕의 아들과 마을 처녀 버들이가 사랑에 빠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용왕은 진노하며 왕자를 잉어로 만들어 천년동안 다시는 뭍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버들 처녀를 찾아온 왕자는 자신을 잊으라 했지만 버들이는 저주가 풀리는 날까지 기다리겠노라며 늪 가에서 꼼짝하지도 않다 숨을 거두었다. 그 후 버들이가 죽은 늪 가에는 전에 보진 못했던 아름다운 나무, 왕버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천년 잉어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우포늪 해넘이,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해넘이, 사진=박종철 기자

저녁노을로 우포늪이 붉게 물들었다. 하루를 보낸 아쉬움이 석양의 불줄기로 남아 화왕산과 대대제방을 향해 있다. 해넘이가 시작되면 이름 모를 철새들이 무리 지어 잠자리를 준비한다. 우포늪에는 왜가리 해오라기 큰고니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댕기물떼새 청다리도요 논병아리 수리부엉이 등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 나그네새 텃새 등의 조류가 살고 있다. 

겨울에 우포늪은 따뜻한 곳으로 이사 온 철새들의 소중한 터전이 된다. 수 천마리의 기러기들이 떼를 이루어 장관을 이룬다. 흰옷을 입은 천사, 큰고니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백조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큰고니는 혹독한 시베리아의 추위를 피해 우포늪에서 겨울을 난다.

몸은 흰색이고 뒷머리에 긴 관우가 달린 천연기념물 따오기도 만날 수 있다. 따오기는 날개 안쪽과 등이 독특한 연홍색이고 얼굴과 다리 부리 끝이 붉어 비상할 때 특히 아름답다. 우리나라 동요에 등장할 정도로 한민족과 친숙한 새였으나 환경파괴로 1979년 이후 자취를 감추었고 국제자연보호연맹 멸종 위기종 적색 리스트에 등재되어 있다. 창녕군은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을 도입하여 개체수를 증식하였고 2019년부터 우포따오기 야생 방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우포늪 출렁다리,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출렁다리,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의 새로운 명물 출렁다리에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토평천 얕은 둑을 연결하여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많이 출렁거려 재미있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가족들이 특히 많다. 우포 출렁다리는 모곡제방과 산밖벌을 이어주는 길이 98.8m, 보행폭 2m의 탐방교로 2016년 11월 개통하였다. 

 

우포늪 생태관,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생태관,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생태관은 우포늪이 담고 있는 야생생물과 사람의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체험한다. 우포늪은 어떤 습지이고 어떻게 변해왔으며 우포늪에서 자라는 각종 생물과 우포늪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우포늪 생태체험장 수생식물원,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생태체험장 수생식물원,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상류 농지를 복원시켜 완성한 생태체험장 수생식물원에 물풀과 어리연꽃 등이 무성하다. 어리연꽃은 늪이나 못에서 자란다. 뿌리는 흙 속까지 뻗고 줄기는 실 모양으로 길게 자라며 하얀 꽃이 예쁘다. 수생식물원은 데크길을 따라 가시연꽃과 노랑어리연꽃 등 우포늪의 다양한 수생식물을 구석구석 관찰할 수 있는 야외 학습장이다. 

 

우포늪 생태체험장,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 생태체험장, 사진=박종철 기자

생태체험장 전시전망대에서 수생식물원 수생식물 군락지 생태체험장 유실수원 어린이 자연 놀이터 야외 학습장 야생화원 다목적 잔디광장 등이 내려다 보인다. 생태체험장은 방문객들에게 쪽배타기 미꾸라지와 물고기 논고동 잡기 수서곤충 체험 등을 통해 우포늪의 생태환경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자연학습장이다. 팡파레를 울려라, 보여지는 바람, 여행자, 물의 수호신, 성게 식물, 우리는 같은 놀이터에서 놀 수 있을까? 등 각종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우포늪, 사진=박종철 기자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대지면 등 4개면에 형성된 총면적 2,505천㎡(습지 보호지역:8,547천㎡)의 국내 최대 자연 내륙습지로서 천연보호구역이다. 자연습지인 우포(소벌), 사지포(모래벌), 목포(나무벌), 쪽지벌과 복원 습지 산밖벌로 나누어진다. 1998년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었고 2018년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최초로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받았다. 우포늪에는 가시연꽃 자라풀 등 800여 종의 식물과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등 200여 종의 조류, 수달 담비 등 200여 종의 동물 등 12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안정된 먹이사슬과 풍부한 먹이 때문에 많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2011년 세계자연유산의 잠정 목록으로 등재되었으며 한국관광 100선에 5회 연속 선정되었다. 

※ 사진 촬영 : 9월 28일(화), 10월 2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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