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이 하회마을을 감싸 안고 유유히 흐른다. 오래된 초가집과 기와집이 사이좋게 오손도손 모여있다. 안동 하회마을은 고려 중기 허씨와 안씨에 이어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를 이어온온 씨족 마을로 고건축이 잘 보존된 박물관 같은 곳이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지금도 주민이 거주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2005년 미국 부시 대통령이 방문하여 국제적인 유명세를 탔다. 하회마을에는 서민들의 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선유줄불놀이’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탈을 쓰면 누구나 신분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평등해지고 자유로워진다. 별신굿탈놀이는 굿을 겸한 탈놀이다. 별신굿은 별난 굿 또는 특별히 큰 굿으로 상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기 위하여 12세기 중엽부터 펼쳐온 마을굿이다. 국내 탈춤 중 가장 오래된 별신굿탈놀이는 1928년 일본에 의해 강제 중지되었다가 이후 다시 복원되었다. 놀이마당은 무동, 주지, 백정, 할미, 파계승, 양반과 선비, 혼례, 신방마당의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회탈을 쓰고 양반과 선비의 허구성을 풍자했으며 상민들의 삶과 애환을 표현했다. 800년을 넘어 계승되고 있다.
9월 6일(수) 오후 2시 별신굿탈놀이전수교육관에서 신명 나는 탈판이 벌어졌다. 풍물패 장단에 맞춰 주지 백정 할미 파계승 양반·선비 마당 등이 펼쳐진다. 신성하고 무서운 상상의 동물 주지 한쌍이 격렬한 춤을 추며 잡귀를 쫒아 내고 한평생 어렵게 살아온 할미는 쪽박을 허리에 차고 신세타령한다. 과부탈로도 불리는 부네탈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파계승 마당'이 열리면 부네의 소변에 홀린 스님이 종교를 버리고 인간 본성을 찾아간다. 별신굿탈놀이에는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하회세계탈박물관에 하회탈을 비롯하여 황해도의 봉산·강령·은율탈, 서울 경기도와 경상도의 탈 등 한국의 각종 탈이 전시되어 있다. 하회탈은 허도령이 제작한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14개의 탈로서 국보이다. 현재 각시·중·양반·선비·초랭이·이매·부네·백정·할미·주지(암,수) 11개 탈만 전해지고 총각·별채·떡다리 3개의 탈은 분실되었다.
10월 7일(토) 하회마을에서 800년간 이어져온 하회선유줄불놀이에 역대 최고 인파인 4만여 명이 몰렸다. 만송정과 주차장, 강 건너 화천서원 일대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선유줄불놀이는 부용대에서 강 건너 아래쪽 만송정 공중까지 걸어 놓은 수 가닥 동아줄에 숯가루를 넣은 봉지를 주렁주렁 매단 뒤 점화하면 불꽃이 튀면서 떨어지는 장관을 즐기는 민속놀이다. 하회 선비들의 품격과 운치가 곁들여진 양반 놀이 문화의 정수이다.
만송정에서 타기 시작한 5가닥 줄불이 부용대 65m 절벽까지 올라간다. 불꽃이 바람에 날려 하늘에서 아름다운 별빛이 쏟아지는 것 같다. 4만여 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하나 둘 셋 “낙화야”하고 외치면 부용대 정상에서 시뻘건 낙화가 불꽃을 터뜨리며 낙하한다. 낙동강 상류인 화천 위로 달걀불이 뜨고 선상의 시회를 겸한 선유 놀이가 흥을 돋군다.
안동시 관계자는 “세계 유일의 전통 불꽃놀이이자 800년간 이어온 풍류의 절정을 보여주는 하회선유줄불놀이가 수많은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대중성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 옛 풍류의 감성을 극대화하면서 희소성의 가치를 품격 높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회마을은 조선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형제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충효당은 류성룡의 종택으로 ‘서애종택’이라고도 부르며 보물로서 류성룡이 초가삼간에서 세상을 떠난 후 후세가 지은 집이다.
양진당은 풍산류씨의 대종가이다. 사랑채에 걸려있는 ‘입암고택’ 현판은 류성룡의 부친인 입암 류중영 선생을 지칭한다. 사랑채는 고려 건축양식이고 안채는 조선 건축양식의 고택으로 보물이다.
조선 선조 때 겸암 류운용이 마을 북서쪽 강변에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는 만송정은 천연기념물이다. 현재 하회마을에 150여 호가 살아가고 있으며 1984년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
※ 사진 촬영 : 9월 6일(수), 10월 7일(토), 10월 21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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