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길  ‘폐광의 기적 광명동굴 사진전’, 사진=고희수 기자
도담길  ‘폐광의 기적 광명동굴 사진전’, 사진=고희수 기자

아무리 외쳐도 대답 없던 폐광의 녹슨 철문이 황금 동굴의 문으로 다시 열렸다. '도심 속 동굴 테마파크' 광명동굴은 수도권에 있는 피서지 겸 관광지다. 도담길에서 ‘폐광의 기적 광명동굴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광명동굴 입구, 사진=고희수 기자
광명동굴 입구, 사진=고희수 기자

8월 4일(수) 정오 광명동굴 입구. 관람객들이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발열 체크 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서울과 수도권이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에 들어갔지만 광명동굴의 인기는 여전하다. 겨울철 찬바람 같은 서늘한 냉기가 동굴에서 확 불어온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단번에 사라진다. 잘 왔다 싶다. 

 

바람길, 사진=고희수 기자
바람길, 사진=고희수 기자

“와! 동굴이다. 진짜 시원하다. 춥다니까.” 좋아라고 호들갑 떠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온다. 평균 기온이 12-15도에 불과한 동굴은 37도인 바깥세상과 다른 별천지다. “어둠을 이겨내고 숨가쁘게 오르내리던 그들의 발걸음을 기억합니다” 동굴 초입 바람길에 폐광 이전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걸려있다.

 

웜홀 광장, 사진=고희수 기자
웜홀 광장, 사진=고희수 기자

웜홀 광장은 110년의 시공간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준다. 이 광장은  동굴 내 4개의 길이 만나는 동공으로 동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안내 도우미는 “동굴은 시원하고 볼거리를 제공하여 여름철에 특히 많이 찾는다. 휴가를 맞이하여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말에는 방문객이 1만 명을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금룡(金龍)과 광차, 사진=고희수 기자
금룡(金龍)과 광차, 사진=고희수 기자

수족관에서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평화롭게 호사를 누리고 있다. 황금색 비늘이 아름다운 금룡(金龍)은 중국에서 황제의 관상어로 사랑받던 물고기이다. 동굴에서 나오는 1급수 천연지하암반수 시원한 물을 24시간 먹고 산다. 서울과 안양시 하천은 27년 만의 폭염으로 최근 수온이 평균 32도까지 치솟아 붕어들이 떼죽음 당했다. 수족관 너머로 광차와 레일이 보인다.

 

동굴 예술의 전당, 사진=고희수 기자
동굴 예술의 전당, 사진=고희수 기자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동굴 예술의전당이다. 350석 텅 빈 좌석이 예술가들의 공연과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공연장을 지을 때 중장비가 진입할 수 없는 곳에서는 인부들이 서로의 허리에 생명줄을 묶고 일일이 손으로 흙과 돌을 날랐다. 2013년 6월 개관한 공연장의 지하 암벽은 스피커가 구현할 수 없는 천연의 울림통 그 자체다. 어둠을 배경으로 한 빛과 미디어파사드 쇼는 코로나로 상영을 중단했다.

 

소망의 초신성, 사진=고희수 기자
소망의 초신성, 사진=고희수 기자

2016년 새롭게 탄생한 소망의 초신성이 하늘에서 신비롭고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14,856개의 황금패로 만들어졌다. 이 별은 에너지와 기운을 불어넣어 소망을 이룰 수 있는 힘을 더해준다. 

 

163계단, 사진=고희수 기자
163계단, 사진=고희수 기자

광명동굴의 깊이는 275m로 경사지게 파 내려간 사도를 따라 좌측과 우측에 채광을 위한 갱도가 있다. 동굴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길이 까마득하다. 163개의 나무계단으로 30m 내려가면 황금박쥐 바위와 공포체험관을 만날 수 있다. 뒤돌아 서는 관람객도 있다. 

 

동굴의 제왕, 사진=고희수 기자
동굴의 제왕, 사진=고희수 기자

길이가 41m에 달하는 신비의 용 ‘동굴의 제왕’은 판타지 영화인 반지의 제왕, 호빗, 킹콩 등을 제작한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두 달에 걸쳐 제작한 국내 최대의 용이다. 골룸 간달프의 지팡이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용 앞에 서 있는 어린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광부의 착암기, 사진=고희수 기자
광부의 착암기, 사진=고희수 기자

광부가 사용했던 착암기를 처음으로 만져 보았다.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묵직하고 꿈쩍도 안 한다. 광부의 손이 기계에 붙어 있는 것 같다. 숙명처럼 얽혀있는 사랑하는 가족과 무거운 쇳덩어리... 무언지 모를 무거운 마음으로 한동안 바라보았다. 

 

굴댕이와 엄마, 사진=고희수 기자
굴댕이와 엄마, 사진=고희수 기자

무표정한 바위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힌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처로 사용되었던 광명동굴 속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부모가 지어준 고운 이름이 있었지만 피난민들은 아이를 ‘굴댕이’라고 불렀다. 바위에 기대 잠을 청하는 산모의 모습이 불편해 보인다. 어디선가 떨어진 물방울이 산모의 얼굴과 이불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노동현장을 재현한 근대역사관은 우리의 아픈 자화상이다.

 

광부의 꿈, 사진=고희수 기자
광부의 꿈, 사진=고희수 기자

“울리지 마 나는 취직하련다, 노다지, 돈나무” 꿈과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한 낙서들, 노다지를 꿈꾸던 광부들은 갱도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했다. 무사안전을 기원하며 이름과 날짜를 적고,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수중 갱도 탐사 때에도 낙서들이 발견되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글자들이 떨어져 나와 시간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들의 가슴이 남긴 흔적을 마음속에 새겨 본다.

 

와인 동굴, 사진=고희수 기자
와인 동굴, 사진=고희수 기자

광명시는 와인을 단 한 방울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와인동굴은 150여 종 한국와인을 시음 전시 판매하는 ‘한국와인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30여 지자체와 함께 도시와 생산 농가를 연결하는 경제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시음행사는 열지 않았다. 

경기도 광명시 가학산에 있는 광명동굴 갱도의 길이는 7.8km, 깊이는 275m이다. 일제가 우리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1912년 광산으로 개발하고 금 은 동 아연을 채굴했다. 1972년 홍수로 폐광한 뒤에는 소래포구 상인들이 새우젓 저장소로 이용했다. 광명시가 2011년 동굴과 부지를 매입하여 2015년 4월 광명동굴로 명칭을 변경하고 재개장했다.  현재 2km를 개방하고 있으며 지난 5월  '광명동굴 입장객 600만 명 돌파 기념행사'를 가졌다. 

동굴 외부에는 라스코 전시관, LED미디어타워, 인공폭포, 도담길 등 특색 있는 장소와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2017년부터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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