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 호수가 푸르게 빛난다.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백록담 호수가 푸르게 빛난다. 사진=박종철 기자
만수 이룬 백록담 화구호,  사진=박종철 기자
만수 이룬 백록담 화구호,  사진=박종철 기자
성산포에서 바라본 한라산, 사진=박종철 기자
성산포에서 바라본 한라산, 사진=박종철 기자

지난 며칠 동안의 폭우가 빚어낸 절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행운이다. 한라산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찼다. 만수를 이룬 화구호가 깊은 바다처럼 푸르게 빛난다. 옛날에 흰 사슴을 탄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물을 마셨다는 백록담의 전설을 상상해 본다.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해발 1950m 산으로 제주도에 있다. 금강산 지리산과 함께 한반도 삼신산 중 하나이다. 천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었다. 어리목 · 영실 · 돈내코 · 어승생악 · 석굴암 탐방로는 언제나 이용 가능하고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성판악 · 관음사 탐방로는 예약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한라산 성판악 탐방지원센터,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성판악 탐방지원센터,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속밭대피소,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속밭대피소, 사진=박종철 기자

5월 10일(수) 오전 6시 30분 성판악 탐방지원센터. 
입구에서 두 번씩이나 QR 체크인 했다. 성판악 탐방로가 나무 데크와 야자 매트 돌계단 등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무성하여 편하게 산림욕하며 걸었다. 속밭대피소에서 잠시 물을 마시고 본격 등산에 나섰다.

 

성판악 탐방로 아기 업은 아빠,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아기 업은 아빠,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진달래밭대피소,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진달래밭대피소, 사진=박종철 기자

길이 거칠어졌다. 급경사에 땀이 나고 숨이 차지만 울창한 나무가 햇볕을 막아주어 다행이다. 제주도 산정호수 가운데 백록담 다음 높은 곳에 있는 사라오름 탐방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직진했다. 어린 아기를 업고 힘겹게 오르는 젊은 아빠를 만났다. 힘내라고 응원하며 함께 등반했다.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해발 1500m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아직도 진달래꽃이 남아 있다. 

아기 아빠는 한화솔루션 박성철 과장, 엄마는 YTN라디오 조현지 아나운서라고 했다. 박과장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 작년 첫째 아이를 업고 한라산 등정에 성공했는데 올해는 19개월 된 둘째 민결이와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용기있는 도전에 이제는 나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이 잠시 생각났다. 

 

성판악 탐방로  정상 가는 길,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정상 가는 길,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정상 가는 길, 사진=박종철 기자
성판악 탐방로  정상 가는 길, 사진=박종철 기자
백록담 정상석 사진 촬영 대기 줄, 사진=박종철 기자
백록담 정상석 사진 촬영 대기 줄, 사진=박종철 기자

갈 길이 바빠 내가 먼저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출발했다. 다시 외로운 산행이 시작되었다. 성판악 탐방로는 9.6㎞로 한라산 7개 등산로 중 제일 길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나무 그늘도 없다. 하얀 고사목과 빨간 철쭉꽃을 보며 힘을 냈다. 백록담 정상석 사진 촬영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전 11시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4시간 30분 걸렸다.

 

한라산 정상,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정상,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백록담 화산호,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백록담 화산호, 사진=박종철 기자

12년 만에 명승지 백록담과 다시 마주했다. 2011년에는 물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1013mm의 장대비가 쏟아져 만수위를 기록했다. 날씨가 화창하여 파랗게 보인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화산호가 경이롭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까마귀랑 놀고 수 많은 오름도 보고 사진도 촬영하며 한 시간 정도 쉬었다. 백록담은 약 2만 년 전 분출된 용암으로 생긴 둘레 1720m, 동서 600m, 남북 길이 400m인 타원형 분화구다.

 

관음사 탐방로와 고사목,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와 고사목,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백록담 북벽,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백록담 북벽,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왕관릉,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왕관릉,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용진각 대피소 터,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용진각 대피소 터, 사진=박종철 기자

낮 12시 정오 비장한 심정으로 관음사 하산길에 들어섰다. 관음사 탐방로는 한라산에서 가장 힘들지만 그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제주시와 바다, 수평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까마득한 계단 옆에 철쭉꽃으로 곱게 수놓은 백록담 북벽이 장엄하게 버티고 있다. 왕관을 닮은 검은색 수직절벽 왕관릉과 삼각형으로 솟은 삼각봉이 나타난다.

용진각 대피소는 30여 년 동안 탐방객들의 쉼터로서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던 추억의 산장이다. 정상인 북벽과 장구목, 왕관릉, 삼각봉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수려하다. 그러나 2007년 폭우로 아쉽게 사라지고 말았다.

 

관음사 탐방로 용진각 현수교,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용진각 현수교,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인근 '원점비',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인근 '원점비',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구린굴, 사진=박종철 기자
관음사 탐방로 구린굴, 사진=박종철 기자

용진각 현수교와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 탐방로에서 150m 떨어진 외진 곳에 검은 베레 용사들이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원점비’가 있다. 1982년 2월 5일 특전사 대원들이 대통령 경호 작전 임무 수행을 위해 제주도로 투입 중 기상악화로 이들을 태운 수송기가 현 위치(개미목 1060m)에 추락하여 탑승 중이던 장병 53명이 장렬하게 산화하였다. 제 3공수특전여단 12대대는 이들의 고귀한 희생과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하여 항공기 추락 원점에 ‘원점비’를 세웠다. 

발걸음이 무겁다. 제주도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숯가마터와 선인들이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구린굴도 통과했다.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종점,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종점,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입구, 사진=박종철 기자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입구, 사진=박종철 기자

오후 4시 즈음 8.7km의 험한 관음사 탐방로를 잘 내려왔다. 민결이 엄마 아빠도 약 11시간 만에 무사히 하산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한라산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맞는 말이다.  

※ 사진 촬영 : 5월 9일(화), 10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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