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길>
역사는 흐르고 세상은 변한다.
굳게 닫혀 있던 대통령의 집이 활짝 열렸다. 청와대 개방 1주년을 앞두고 청와대 앞길이 전국에서 구경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청와대 앞길은 영빈관 앞 분수대 광장과 춘추문을 동서로 잇는 약 600m 길이의 인도이다. 효자 삼거리에서 팔판 삼거리까지 청와대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경복궁 돌담길과 나란히 있어 고풍스럽고 운치가 있다. 싱그러운 오월의 꽃향기를 맡으며 대통령의 길을 걸어 본다.
5월 4일(목) 청와대 앞에 경비병 없는 빈 초소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통행을 가로막았던 예전의 바리케이드는 모두 철수했고 검문도 없어졌다. 어디에서든 청와대 건물을 촬영할 수 있다. 청와대 앞길은 1968년 북한군 31명이 청와대 습격을 기도한 1·21 ‘김신조 사건’으로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했으나 2017년 반세기 만에 전면 개방됐다.
효자 삼거리 근처에 청와대 사랑채, 대고각, 연무관, 무궁화동산, 분수대, 영빈관 등 볼거리가 많다. 청와대 사랑채는 역대 대통령들의 발자취와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상 2층 건물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이승만 대통령은 거처를 이화장에서 경무대로 옮겼고 윤보선 대통령은 경무대 이름을 청와대로 바꾸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 기구를 확대하였고 노태우 대통령은 현재의 본관을 신축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조선 총독이 기거했던 구 본관 건물이 철거되었고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하였다.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는 국민품으로 돌아왔다.
경호실 요원들의 무술 및 체력단련장인 연무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무궁화동산이다. 청와대 앞길에 나무들이 울창하고 중앙분리대 꽃밭에 봄꽃이 활짝 피었다. ‘청와대 국민 개방 1주년 기념 푸른 계절의 향연’ 축제가 열리고 있다. 북촌 팔판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청와대 정문과 연풍문 춘추관이 잇따라 나타난다.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 맞은편에 청와대 정문이 있다.
북악산 남쪽에 15만 장의 파란색 청기와로 덮인 청와대 본관이 자리 잡고 있다. 청와대는 본관, 영빈관, 관저, 춘추관 등 여러 건물과 대정원 소정원 녹지원 등 녹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와대는 조선 시대 경복궁 후원이 있었던 자리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복합적으로 분포되어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이제는 누구나 광화문에서 경복궁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서촌마을>
인왕산 호랑이가 깊은 산속으로 돌아갈 즈음 세종대왕은 서촌에서 나셨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위치하며 개발 제한으로 골목길이 잘 보존되어 있다.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옛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2010년부터 세종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서촌은 조선 시대 통역관이나 의관 등 중인과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이다.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렸고 추사 김정희가 명필을 써 내려갔다. 윤동주 이상 노천명이 시를 지었고 이중섭 박노수 화가가 예술의 혼을 이어 왔다. 현재 한옥과 골목, 전통시장, 소규모 갤러리, 공방 등이 어우러져 문화와 삶이 함께하는 마을이다.
서촌은 자하문로를 경계로 동쪽에 적선동 효자동 창성동 통의동이, 서쪽에 신교동 옥인동 누상동 누하동 통인동 체부동 필운동 사직동이 자리한다. 서쪽에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이 있다.
서쪽 관광은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길이 복잡하지만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구 금천교 시장인 세종마을 음식 문화거리이다. 자하문터널 방향 대로를 걷다 보면 태종의 셋째 아들 세종대왕 탄생지 기념비를 만난다. 19세기 말 전통 한옥 방식으로 조성된 중인의 주택 상촌재에서 전통주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옥인동 윤씨 가옥을 거쳐 언덕길을 오르면 조선 시대 물소리가 맑다고 하여 ‘수성동’으로 불린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 입구에서 정선이 그렸던 ‘수성동’ 작품과 같은 멋진 풍경이 보인다.
수성동 계곡에서 내려오는 옥인길에 명소가 즐비하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다니던 시절 약 다섯 달간 하숙했던 집터가 있다.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은 박노수 화백의 기증 작품과 고미술품, 수석, 고가구 등 총 천여점의 예술품을 바탕으로 2013년 설립되었다.
대오서점 카페에 국민학교 때 공부했던 국어 산수 사회 자연 미술 실과 도덕 바른생활 등 교과서가 전시되어 있다. 대오서점은 1951년부터 헌책과 고물을 사고팔았으나 카페로 바뀌었다. 조정원 사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셔서 지금은 딸인 내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의 집은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매입하여 문화 공간으로 개방했다. ‘날개’ ‘오감도’ 등의 작품을 남긴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이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와 스물세 살 때까지 20년간 살았던 집이 있던 곳이다.
1898년 우리나라에 온 최초의 여성 선교사 미국인 조세핀 필 캠벨이 캐롤라이나 학당을 세웠다. 캐롤라이나 학당은 1910년 ‘꽃을 기른다’는 의미의 배화학당으로 개명했다. 1916년 필운동으로 옮겨와 배화여자중고등학교와 배화여자대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동쪽 탐방로는 단순하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통의동 백송터를 보고 통의동 마을마당을 지나면 1936년 지은 보안여관을 만난다.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건너편에 있다. 이 여관은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만들어진 곳으로 2004년까지 실제 사용되었다. 현재 ‘보안 1942’ 아트스페이스 보안과 보안책방, 보안스테이, 카페 33마켓으로 운영하고 있다.
분명히 여기쯤 이었는데!
'진명여중고교터' 앞에 섰다. 학교는 사라지고 낯선 건물이 들어섰지만 골목길은 변하지 않았고 경복궁 돌담도 그대로다. 꿈 많았던 진명여중 그 옛날 학창 시절이 그립다. 나에게 서촌마을 여행은 아련한 추억을 찾아가는 특별한 시간 여행이다.
※ 사진 촬영 : 4월 26월(수), 5월 4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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