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앞으로 역사의 강 ‘남강’이 흐른다. 유난히 푸른 강물 위에 평화를 기원하는 형형색색의 수많은 유등이 떠 있다. 벼랑 위 뾰족하게 솟아오른 바위에 촉석루가 자리 잡고 그 아래에는 논개의 충절이 어린 '의암'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진주성은 언제 보아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분연히 일어섰고 백성들이 온몸으로 왜구에 맞서 순국한 성지이기도 하다. 선조들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곳에 가면 삶과 죽음 조국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진주성 여행은 남다르다. 남강 깊은 물에는 아직도 가슴 아픈 조선의 역사가 잠겨 있다.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이끈 3,800여 명의 민·관·군은 1592년(임진년) 10월 진주성에서 2만여 명의 왜군과 사투를 벌인 끝에 크게 이겼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적군이 강 건너는 것을 저지하고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유등을 띄웠다. 임진왜란 3대 대첩중 하나인 진주대첩으로 왜군의 전라도 진출이 좌절되었고 이순신 장군은 육지에서 차질없이 보급을 받아 조선에 승리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김시민 장군은 이 전투에서 적탄에 맞아 순사한다.
이듬해인 1593년(계사년) 6월 7만여 명의 진주 민·관·군은 왜군과의 2차 전쟁에서 최후까지 항쟁하다 장렬하게 모두 순국하였다. 전투가 끝난 후 유등은 단 한 개도 뜨지 못했다. 임진년 진주대첩을 높이 받들고 계사년 전투에서 산화한 7만의 충혼을 위령하기 위하여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을 건립했다.
사적 진주성은 진주 제1경 촉석루와 제2경 의암을 거느리고 있을 만큼 풍광이 수려하다. 촉석루는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1241년에 창건하여 8차례 중수하였다. 평소에는 향시를 치렀고 전쟁이 일어나면 남쪽 지휘 본부로 사용하여 ‘남장대’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남강과 의암, 진주성과 절경을 이루어 미국 CNN에서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에 선정되었다.
촉석루 아래에 있는 의암은 논개가 적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죽은 가로·세로 약 3m의 조그만 바위다. 논개의 순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의로운 바위라는 뜻의 의암으로 부른다. 이전에는 물결이 거세어 위험하다고 위암(危巖)이라 불렀다. 바위 서쪽 면에 진주의 선비 정대륭이 새긴 '의암' 글자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의기사’가 촉석루와 나란히 있다. 논개의 사적을 기록한 비석 ‘진주의암사적비’에 “남강의 높은 바위, 꽃다운 그 이름 만고에 전해지리”라는 시구가 있다.
진주성에는 이 밖에도 국립진주박물관과 임진왜란 때 순절한 충무공 김시민 장군 등 39명의 신위를 모신 창렬사, 영남포정사, 공북문, 북장대, 서장대, 호국사, 우물 등 볼거리가 있다.
진주성과 남강은 매년 10월이면 7만여 개의 유등이 불을 밝히며 물,불,빛의 특별한 밤으로 탈바꿈한다. 진주대첩에 기원을 두고 있는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올해 ‘평화·행운 담은 희망 진주’라는 주제로 10월 8일 개최되어 22일까지 계속된다.
10월 20일(금) 촉석루가 남강에 떠 있는 세계 풍물등 및 한국등과 어울려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교각마다 논개의 가락지를 품은 진주교는 금반지처럼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진주시 관계자는 “논개는 왜장을 껴안고 물에 뛰어들 때 손가락이 풀리지 않도록 열 손가락에 가락지를 끼었다”며 “여름 우기 때 물이 세차게 흘러 적장이 빠져나오는 것은 더욱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의 인기 장소인 소망등 터널에서 4만여 개의 소망등이 빛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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