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만나서 이룬 연못 천지연(天地淵) 폭포. 검은 화산암 절벽에서 하얀 옥수가 떨어지는 경승지답게 평일에도 관광객들로 활기차다. 입장권 무인발매기 유리창에 ‘5인 이상 입장 제한’이라는 글이 붙어 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코로나가 일상이 되었다. 입장료는 일반 2천원 청소년 군경 어린이 천원 제주도민은 공짜다.
마스크를 쓴 돌하르방이 6월 7일(월) 천지연으로 들어가는 다리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오전 11시도 안되었는데 따가운 햇살이 한여름 같다. 오리 가족이 물 위에서 헤엄치고 관광객들은 휴게소에서 즐겁게 쇼핑하고 있다.
천지연 표지석을 지나면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 이정표가 보인다. 폭포로 가는 산책로는 평탄하고 천연기념물인 울창한 난대림으로 뒤덮여 있다.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두컴컴하고 시원하다. 새끼줄에 ‘빛이나! 너니깐 IN 천지연’ 플래카드가 매달려 있다. 조금 더 걸으면 산책로 끝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천지연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월이 흘러도 천지연폭포는 변함없이 옛날 그대로다. 우렁찬 물소리에 가슴마저 청량해진다. 파란 하늘과 싱그런 초록색 나무, 검은 용암과 하얀 폭포수, 옥색으로 빛나는 호수가 가히 절경이다. 엄마 폭포와 아기 폭포가 정답다. 폭포수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로 주위가 서늘하다. 엄마와 아기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내려오는 길 왼쪽으로 ‘7080 신혼여행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 속 신랑과 신부가 폭포 앞에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천지연폭포는 아담한 계곡과 울창한 숲 아름다운 꽃으로 경관이 뛰어나고 폭포의 높이가 사진 담기에 적당하여 제주로 신혼여행 온 부부들이 즐겨 찾았던 관광 명소다.
필자도 오래전 이곳으로 신혼여행 왔었다. 세월이 쏜살같다. 잊지 못할 추억이 어제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듸 없네...” 문득 야은 길재의 ‘오백년 도읍지를’ 시조가 생각난다. 그때 택시 기사는 관광지를 안내하고 사진도 찍어주었던 그야말로 팔방미인 가이드가 본업인 시절이었다. 호수가 깊어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말했던 택시 기사님 안부가 궁금하다.
천지연 용의 선물 ‘금빛 여의주’ 조형물이 보인다. 조선 시대 서귀포에 살았던 아름다운 여인이 건넛마을로 시집을 가버려 서귀포 총각들이 슬픔을 못 이겼던 전설이 있다는 곳이다. 나도 손으로 여의주를 만져보았다. 전복 껍데기를 형상화한 야외공연장은 코로나로 문을 열지 않았다.
처음에 건넜던 돌다리로 다시 돌아왔다. 제주 여인이 허리를 굽히고 물허벅을 힘겹게 짊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더욱 더 애처롭다. 잘 가라고 인사한다. 보고 또 보았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천지연폭포는 높이가 22m, 연못의 깊이는 약 20m이다. 천지연은 무태장어 서식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다. 서귀포 항구와 서귀포 시청에서 가깝고 한 시간이면 가볍게 둘러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유네스코에서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정방폭포 천제연폭포와 더불어 제주 3대 폭포로 불리고 있으며 올해 ‘한국관광 100선’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려 옛 명성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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