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서산해미읍성 축제가 10월 7일(금)부터 9일(일)까지 충남 서산시 해미면 해미읍성 일원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축제는 ‘민초가 쌓은 600년, 세계를 품은 700년’이라는 주제로 해미읍성 축성 600주년(2021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선보였다.
조선은 왜구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1417년(태종 17년)부터 1421년(세종 3년)까지 이곳에 돌로 성을 쌓았다. 성곽 총길이 1800m, 높이 5m, 사적 116호로 지정된 해미읍성은 전북의 고창읍성,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과 함께 조선 시대 대표적인 읍성 중 하나다. 서산 9경 중 1경이다.
하늘신에게 고유제를 드리며 유서 깊은 해미읍성 축제의 막이 올랐다. 관아 객사 마당에서 살풀이와 천신경 경문 낭독을 시작으로 해미읍성 축제의 출발을 알리고 성공을 기원했다.
서산시장 의장 추진위원장 국회의원 20전투비행단장 마을 대표 방문객 관광객 등이 7일 오전 진남문 성문 개방식에 참석한 후 풍물패 길 놀이팀을 따라 개막식 무대로 이동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주력 전투기 KF-16 편대가 개회식에 맞춰 읍성 상공을 통과하며 축하 비행했다.
심화영 승무보존회 전수 조교 이애리 회장이 개회식이 끝난 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심화영 승무를 무대에 올렸다. 백옥 같은 고깔과 버선코가 유난히 하얗게 돋보인다. 염불, 도드리, 타령, 굿거리, 자진모리 등 장단의 변화에 따라 장삼이 춤을 춘다.
태종대왕 행렬 및 강무 재현은 해미읍성 축제의 백미다. 조선 제3대 임금 태종이 1416년 군사를 이끌고 도비산에 강무를 왔다가 해미읍성 축조를 명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해미읍성에 당도하는 행렬과 호위무사들의 마·보 무예 시범을 보인다.
붉은색 용포를 입고 백마를 탄 태종이 강무장 붉은색 용좌에 앉았다. 시범에 참여한 군사들이 힘찬 기합과 함께 검 월도 장창으로 표적을 베고 찌른다. 말을 타고 달리며 기창과 쌍검을 휘두르고 활을 쏘는 아찔한 마상기예를 펼친다. 당진승마장 최재근 대표는 “오늘 달린 말은 한라마와 전주마다. 특히 마상쌍검을 전개한 무사는 여성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공연이다”고 말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 저잣거리마당에서 줄타기와 탈춤극 서산박첨지놀이 내포제 시조 상설 장터 음식 체험 춤사랑예술단 무궁화예술단 공연이 이어진다. 현강 김중배 장민호 임도형 소프라노 고현주 대북공연 아퀴도 축제에 동참했다.
진남문에서 동헌으로 가는 길에 화포와 천자총통, 신기전 100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다연장 포켓포인 신기전기화차, 검차, 투석기가 위용을 뽐낸다. 해미읍성은 조선 초기 충청병마절도사가 충청 지역 군사 방어를 담당했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선조 12년(1579년) 병사영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했던 병영성인 만큼 첨단 무기들로 가득 찬 전략적 요충지였다.
해미읍성은 천주교 박해로 유명한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읍성 내에 수령 3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충남 기념물 회화나무가 동쪽으로 뻗어 있다. 1800년대 천주교 신자가 서문 밖으로 끌려나가 처형당했던 서쪽을 등지고 있다. 이곳 옥사에 수감 된 신자들은 이 나무의 가지에 손발과 머리채를 철사줄로 매달려 고문당했다. 당시 철사줄이 박혀있던 흔적이 현재까지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해미는 조선 후기 천주교를 탄압하면서 1천여 명 이상의 신자를 처형했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순교성지이다. 이런 연유로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2014년 8월 해미읍성과 해미순교성지를 방문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해미순교성지는 2020년 국내 단일성지 최초로 교황청으로부터 국제성지로 승인받았다.
조명을 들고 해미읍성 야간 성곽 투어에 나섰다. 크고 작게 쌓인 돌들이 지나온 역사를 머금은 채 아름다운 누각과 함께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성벽에 충주 공주 부여 서천 상주 제주라는 글씨가 새겨진 각자석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축성기술이 뛰어난 장인들은 석성에 자신의 고향 이름을 써 넣으며 실명제로 견고하게 쌓았다. 성곽 둘레에는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심어 탱자성 또는 지성이라고도 불렀다. 정명재 해설사는 “해미성은 밖으로 해자가 있고 해자와 성곽 사이에 탱자나무가 자라 3중의 방어벽을 갖춘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설사는 “야간에 성곽 밖에서 읍성 1800m를 한 바퀴 도는 투어는 이번에 처음 개설됐다”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온 쌍둥이 이서원(9)과 이서인(9)의 아빠 이창수씨는 “해미읍성이 병영성이고 산성과 다른 평성이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왔다. 낮에 전투 체험과 옥사 체험 등 각종 병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축제 날 저녁 진남문 성벽에서 축성 600주년 기념 미디어파사드 퍼포먼스가 열렸다. 미디어파사드는 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을 설치해 관련 기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해미읍성을 쌓은 민초들의 인생과 주요 역사를 아름다운 미디어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해미읍성은 1910년 일제의 철거령에 따라 시설물이 모두 철거되었고 성안으로 민가가 들어서면서 옛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가 1973년부터 정비에 들어갔고 1997년부터 발굴이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 사진 촬영 : 10월 7일(금), 8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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