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리 암각화 전망대,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전망대, 사진=고희수 기자

문화재청은 올해 7월 ‘반구천의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현재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울주 천전리 각석’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한다. 앞으로 ‘천전리 암각화’와 ‘대곡리 암각화’로 명칭을 일원화하여 2025년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다양한 주제를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래와 포경 활동 그림에는 선사인의 창의성이 담겨 있다. 여러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약 6천 년 동안 암각 제작 전통이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증거로 탁월한 가치를 지닌다. 천전리 암각화는 오전에, 대곡리 암각화는 오후에 햇볕이 들때 더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대곡천 계곡과 천전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천 계곡과 천전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천전리 암각화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천전리 암각화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울산 대곡천 계곡 돌계단을 내려가 모퉁이를 돌아서면 시간이 멈춘 듯 원시 비경이 펼쳐진다. 선사인의 특별한 작품 '천전리 암각화'가 앞산인 연화산의 그림자에 가려 잠들어 있다. 10월 21일(토) 오전 10시 40분. 암각화가 상단부터 햇빛을 받으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놀랍게도 팔을 뻗으면 바위 그림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다. 암석에 새겨진 사람과 동물 도형 글자가 맨눈으로도 또렷하게 보인다. 아득한 옛날 이곳에서 돌을 쪼고 갈고 긋고 돌려 파기했던 선사인이 머리에 그려진다. 그림이 역사를 말하고 있다.

 

천전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천전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천전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천전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천전리 암각화는 반구대 상류 약 1.2㎞에 위치한다. 중심 암면은 너비 9.5m, 높이 2.7m로 15°가량 앞으로 기울어져 햇빛과 비바람으로부터 그림을 보호한다. 신석기 시대의 사슴과 물고기, 청동기 시대의 마름모와 동심원 등 기하학적 문양과 신라 시대의 문자가 남아 있다. 신라 법흥왕과 관련된 명문이 새겨져 있어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천전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사진=고희수 기자
천전리 공룡 발자국 화석, 사진=고희수 기자

노경자 해설사는 “암각화는 주위 경치와 어울리는 경관미술이며 빛의 예술이다. 근처에 1억 년 전의 천전리 공룡 발자국 화석이 130여 개나 발견되어 의미가 크다”며 “암각화 맞은편 바위에 그림을 그렸다면 자연에 풍화되어 많이 훼손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깊은 협곡에 숨어 있던 천전리 암각화는 1970년 마을주민의 제보로 동국대학교 박물관 조사단이 처음 발견했다. 

 

대곡리 암각화 가는길,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가는길,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전망대,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전망대,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는 천전리 암각화와 약 2km 떨어진 반구대 하류에 있다. 천전리 보다 1년 늦은 1971년 세상에 알려졌다. 태화강 상류 대곡천의 수직 절벽에 너비 8m, 높이 4m의 중심 암면과 10곳의 주변 암면으로 구성되었다. 고래 상어 물고기 거북 등 바다 동물과 호랑이 사슴 표범 여우 늑대 맷돼지 등 육지 동물을 포함하여 3백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인류학적 가치가 높다.

 

대곡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 전경, 사진=고희수 기자

대곡리 암각화는 상단부가 2~4.5m 정도 처마처럼 앞으로 나와 그늘이 지고 암벽은 'ㄱ'자 형태로 꺾여 있다. 길정옥 해설사는 “암각화 바로 앞에 서 본 적 있었는데 바람 부는 날에도 옆에서 바람을 막아주어 고요했다”며 “비오는 날에는 빗물이 그림을 적시지 않고 강물로 직접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곡리 암각화는 전망대에서 약 100m 떨어진 계곡 건너편에 있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21일(토) 오후 2시 전자 망원경으로 확대해서 자세하게 들여다 보았다. 많은 고래와 동물들이 잘 보였다. 길정옥 해설사는 “고성능 특수 망원경을 설치한 이후 오후에 웬만한 것은 다 보인다. 4월부터 9월 사이 오후 4시경 햇빛이 들어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암각화를 더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암각화 박물관, 사진=고희수 기자
울산 암각화 박물관, 사진=고희수 기자

선사 시대 사람들은 수렵 어로 농경 활동을 하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반구천(현 대곡천) 계곡을 찾아와 그림으로 남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울주 반구천 일원'은 2021년 울산에서 처음으로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 사진 촬영 : 2022년 1월 3일(월), 2023년 10월 21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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