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휴게소에서 바라본 마이산,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휴게소에서 바라본 마이산,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북부진입로,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북부진입로, 사진=박종철 기자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영락없이 ‘마이산’ 이름 그대로다. 두 개의 산봉우리가 귀를 쫑긋 세운 말처럼 생겼다. 기이하고 웅장하지만 한편으로 귀엽기도 하다. 마이산은 암마이봉(687.4m)과 숫마이봉(681.1m)으로 이루어진 세계 유일의 부부봉이다. 명산 아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코로나 마스크 규제가 풀린 후 4년 만에 전국에서 일제히 벚꽃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역대 최고 이상고온으로 벚꽃이 일찍 개화하고 봄비까지 내려 축제가 시작하기도 전에 꽃이 먼저 시들고 말았다. 어제(9일)까지 열린 여의도 윤중로 봄꽃축제는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되었고 송파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꽃 축제'로 이름을 바꿔 개최되었다. 

 

마이산 남부주차장, 금당사 일주문,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남부주차장, 금당사 일주문, 사진=박종철 기자
탑영제와 십리벚꽃길, 사진=박종철 기자
탑영제와 십리벚꽃길, 사진=박종철 기자
십리벚꽃길 돌탑체험장, 사진=박종철 기자
십리벚꽃길 돌탑체험장, 사진=박종철 기자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은 전국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곳으로 유명하다. 진안고원의 독특한 기후 때문에 기온이 낮아 다른 지역 벚꽃이 다 질때 즈음 절정에 이른다. 4월 10일(월) 마이산 십리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했다. 재래종 산벚꽃의 깨끗하면서도 환상적인 핑크빛 색깔이 장관을 이룬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흩날린다. 마이산 벚꽃 여행은 벚꽃 엔딩이다.

마이산 산행은 북쪽보다 남쪽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조선 건국과 구국항쟁의 뜻을 기리는 이산묘에서 탑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이 운치있다. 걷다 보면 작지만 1300년 된 고찰 금당사를 만나고 마이산이 거울처럼 비치는 탑영제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이산 탑사,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탑사,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탑사와 돌탑,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탑사와 돌탑,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탑사와 돌탑,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탑사와 돌탑, 사진=박종철 기자

암마이봉 아래 탑사 경내에 80여 개의 돌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신비감을 더한다. 마이산탑은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홈을 파서 서로 끼워 맞추지도 않았지만 정교하고 견고하여 태풍에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는다. 

외줄탑과 원추형석탑 등 생김새도 쌓아 올린 양식도 크기도 이름도 각양각색인 이 석탑들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자연석 탑군이다. 조선 후기 이갑용 처사가 신의 계시를 받고 30여 년 동안 혼자 돌로 쌓았다고 전해진다. 마이산 탑사는 2020년 미국 CNN 방송이 선정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사찰 33곳’에 포함됐다.

 

마이산 은수사 청실배나무와 숫마이봉, 사진=박종철 기자
마이산 은수사 청실배나무와 숫마이봉, 사진=박종철 기자

물이 은같이 맑다는 은수사는 조선 개국과 연관이 깊다. 은수사 태극전에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꿈에 금척을 받는 몽금척도와 금척의 복제품이 있고 용상 뒤에는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이성계가 백일기도 후 심었다는 수령 650여 년 되는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가 하얀 꽃을 활짝 피웠다.

춘향전을 보면 이도령이 춘향이 집을 찾아가 첫날밤을 치르기 전 월매가 내온 주안상에 ‘청슬이’ ‘청술레’가 올라왔는데 이 과일이 바로 청실배라고 한다. 은수사 뒤 숫마이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코끼리가 은수사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이산 곳곳에 수많은 전설이 숨겨져 있다.

 

천왕문 올라가는 508계단, 사진=박종철 기자
천왕문 올라가는 508계단, 사진=박종철 기자
천왕문 금강과 섬진강 시작점, 사진=박종철 기자
천왕문 금강과 섬진강 시작점, 사진=박종철 기자

은수사에서 마이산 북부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 가파른 508계단을 올라 천왕문 고개를 넘어야 한다. 마이쌍봉이 이어지는 잘록한 지점에 천왕문이 있다. 천왕문은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는 분수령이다. 북쪽으로는 금강이 시작되어 군산앞바다에 이르고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전남 광양 앞바다와 합류한다. 

 

화엄굴 샘물, 사진=박종철 기자
화엄굴 샘물, 사진=박종철 기자

천왕문에서 숫마이봉으로 약 150m 올라가면 화엄굴이다. 천연동굴 안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굴속에 작은 샘이 있다. 샘물이 맑고 투명하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화엄굴 샘물은 아래에서 솟는 물이 아니라 동쪽 봉우리에서부터 바위틈을 타고 내려오는 석간수이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이 이 물을 받아 마시면 득남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사양제와 마이산, 사진=박종철 기자
사양제와 마이산, 사진=박종철 기자

천왕문에서 계단을 이용하거나 전기차인 마이열차를 타고 연인의 길을 통해 북부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사양제는 마이산의 쌍봉우리를 본떠 1/300의 축적으로 만들었다. 저수지 나무데크에서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다. 사양제에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조선 태종 이방원이 명명한 마이산은 약 1억년 전 퇴적층이 쌓여 있던 호수바닥이 지각변동으로 융기하여 서쪽 암마이봉과 동쪽 숫마이봉으로 솟아오르며 생겨난 산이다. 노령산맥의 줄기인 진안고원과 소백산맥의 경계에 자리한다. 봄에는 돛대봉, 여름에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문필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1979년 전라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3년 명승으로 승격되었으며 2011년에는 세계 최고의 여행안내서인 프랑스 미슐랭그린가이드에서 별 3개의 만점을 받았다. 마이산 봉우리에는 지질학적으로 희귀하고 중요한 세계 최대 규모의 타포니가 있어 2019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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