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철썩 파도 소리 들리는 정동진역 승강장에 섰다. 어두움이 가시고 먼동이 터온다. 1월 6일(금) 오늘 해 뜨는 시각은 7시 40분이다. 붉게 물든 동녘 하늘로 빨간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모래시계 소나무와 바닷가를 달리는 선로 위에 생명의 햇살을 비춘다.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그만큼 역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특별하다. 작고 아담한 기차역 플랫폼에서 2023년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정동진역에 내리면 바로 해변 백사장이다. 거센 파도가 발밑에서 부서진다. 매서운 바닷바람으로 손가락이 얼어붙었다. 소리 없이 시간은 흘러 검푸른 바다에 주홍빛 노을이 반짝인다. 태양이 두둥실 떠올라 범선 위에서 불타고 있다. 신비스럽다. 깎아지른 검은 절벽 해안단구와 하얀 썬크루즈 선박이 어울려 장관이다. 겨울 바다는 낭만과 운치가 있어서 좋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해 돋는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레일바이크가 정동진역과 모래시계공원 사이를 오고 간다. 연인을 위한 2인승과 가족 친구 단체로 즐기기 좋은 4인승이 있다. 해변을 따라 눈부신 청정 바다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
모래시계공원에 귀에 익숙한 팝송과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시간이 흐른다. 공원에는 모래시계와 해시계 시간박물관 등이 있다.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정동진 밀레니엄 모래시계가 신년 벽두를 알린다. 유리 속 하얀 모래가 모두 아래로 떨어지는 데 꼭 1년이 걸린다. 매년 새해 첫날 모래시계 회전식 행사를 열어 새롭게 1년을 시작한다. 이 모래시계는 2000년 강릉시와 삼성전자가 새천년 밀레니엄을 기념해서 만든 시계이다. 지름 8.06m, 무게 40톤, 모래 무게만 8톤으로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이다.
정동진 해시계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청동으로 제작된 7.2m 해시계는 눈금 하나의 간격이 5분으로 정밀하다. 북극성 방향으로 뻗어 있는 화살의 그림자가 나타내고 있는 시각에 30분을 더하면 현재 시각이 된다.
정동진시간박물관은 증기기관차와 객차 7량으로 조성된 시간을 주제로 한 전시공간이다. 기차에 오르면 인류 최초의 시계 해시계부터 물시계 연소시계 모래시계 분동시계 진자시계 수정시계 원자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시계들을 만난다.
타이타닉호 공식 침몰 시각을 알려 주는 세계 유일의 회중시계가 눈길을 끈다. 금장시계가 2시 20분에서 멈춰 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기 4일 전 엄마가 딸(Nora Keane)에게 선물한 시계다. “사랑하는 나의 딸 노라에게, 리머릭 방문을 기억하며. 펜실베니아로 돌아가기까지 신의 가호와 은총이 함께 하기를, 1912년 4월 11일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딸의 행운을 기원하는 문구가 시계 내부에 새겨져 있다. 시간박물관 관계자는 “경매로 낙찰받았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시계다.”고 말했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230만년 전의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지역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정동진∼심곡항을 잇는 2.86㎞ 구간에 탐방로가 조성되어 해안단구 기암절벽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절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바위의 생김새가 투구 쓴 장수의 모습과 닮은 투구바위와 부채바위 몽돌해변도 볼거리다.
썬크루즈 호텔 인근에 정동진 해돋이 광장과 조각공원이 있다. 조각공원에서 동해와 정동진 해수욕장 기차역 해안도로 마을이 한눈에 조망된다. 김문기 이규봉 최옥영 원인종 김희경 등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정동진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에 위치한 바닷가로 조선 시대 경복궁 정동(正東) 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94년 방영되었던 TV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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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 싶은 '한국관광 100선'] (100) (끝) 울릉도&독도, 신비의 섬! 독도는 우리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