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 비자림 입구, 사진=고희수 기자
천년의 숲 비자림 입구,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송이길,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송이길,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사진=고희수 기자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주어진 자리를 탓하지 않고 묵묵히 뿌리를 내린 수많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경쟁하면서도 때론 손을 잡고 때론 발을 맞추었으며 어깨를 기대며 꿋꿋이 천년을 지켜냈다. 오늘,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에 나를 초대해준 비자림이 정녕 고맙다.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하여 자생하는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 숲으로 천연기념물이다. 비자나무 외에도 단풍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풍란, 붉은사철난, 차걸이난, 한라새우난 등 다양한 나무와 희귀 난이 가득하다. 천년의 비자나무와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산림욕 하기에 좋다.

 

비자림 매표소 앞,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매표소 앞,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잔디광장,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잔디광장,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사진=고희수 기자

5월 10일(수) 비자림에서 은은한 숲의 향기가 밀려온다. 송이길(A코스)에 폭신폭신한 붉은색 화산 송이가 깔려 있어 걷기 편하다. 왕복 2.2km 평지로 유모차와 휠체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송이는 제주 화산 쇄설물로 인체의 신진대사 촉진과 산화 방지 기능을 지닌 알칼리성 천연 세라믹이다. 

 

벼락 맞은 비자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벼락 맞은 비자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나무 사랑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나무 사랑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을 산책하다 보면 다양하고 특별한 비자나무들을 만난다. 송이길을 따라 잔디광장과 소공원을 지나면 ‘벼락 맞은 비자나무’가 나타난다. 이 비자나무는 약 백여 년 전에 벼락을 맞았다. 연리목으로 오른쪽 수나무의 일부가 불에 탔지만 암나무에는 불이 번지지 않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인근 주민들은 이 금슬 좋은 부부나무를 신령스럽고 귀하게 여긴다.

연리목인 ‘비자나무 사랑나무’가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서 있다. 두 나무가 맞닿아 하나가 되는 현상을 연리라 하고 줄기가 연결되면 연리목, 가지가 연결되면 연리지, 뿌리가 합쳐지면 연리근이라 한다. 연리목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부부가 만나 한 몸이 되는 것과 닮아 사랑나무라고도 한다. 

 

새천년 비자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새천년 비자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문어 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문어 나무, 사진=고희수 기자

‘새천년 비자나무’는 2000년 1월 1일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지정된 나무이다.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난 할아버지 나무로 나이가 834살이다. 키 14m, 굵기 6m, 수관폭 15m로 가장 굵고 웅장하며 이곳 비자나무 숲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문어를 빼닮은 문어 나무는 B코스(1.0km)인 오솔길 돌멩이길에 있다. 나뭇가지가 11개로 다리가 8개인 문어와 흡사하다. 나무 밑동에 있는 두 개의 커다란 혹이 마치 문어의 눈처럼 보인다. 부연배 해설사는 “문어 나무의 수령은 970살이다”고 말했다.

 

장희빈 사약 천남성 독초, 사진=고희수 기자
장희빈 사약 천남성 독초,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숨골,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숨골,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돌담길, 사진=고희수 기자
비자림 돌담길, 사진=고희수 기자

조선 19대 왕 숙종의 후궁이자 20대 경종의 모친인 장희빈 사약으로 쓰였던 천남성 독초도 보인다. 부해설사는 “몇 년전 한 관광객이 천남성을 만지고 얼굴이 부어올라 119에 실려 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천남성은 10~11월에 붉은색 열매가 열린다. 

비자림 숨골에서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온다. 강이 없는 제주 사람들은 생명처럼 중요한 빗물이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구멍을 제주어로 ‘숨골’이라고 한다. 숨골을 통해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암석 틈 사이를 통과하며 깨끗한 ‘제주 삼다수’를 만든다.

비자림은 면적이 448,165㎡로 돛오름과 다랑쉬오름 사이에 있다. 140여 종의 난초 식물 및 초본류와 100여 종의 목본류가 자생하고 있다. 잎이 '아닐 비(非)' 자처럼 생긴 비자나무의 열매와 목재는 고려 · 조선 시대에 임금님께 조공물로 진상하였으며 함부로 벌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비자나무로 만든 최고급 바둑판은 1억 원을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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